러시아, 우크라 침공 비판한 목사 체포·구금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홀리트리니티 오순절교회 로마뉴크 목사

▲2018년 키릴 러시아정교회 총대주교(왼쪽)가 6년 임기를 새로 시작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축복한 뒤 포옹하고 있다.   ⓒOrthodox Church 유튜브

▲2018년 키릴 러시아정교회 총대주교(왼쪽)가 6년 임기를 새로 시작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축복한 뒤 포옹하고 있다. ⓒOrthodox Church 유튜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고 신도들에게 분쟁에 참여하지 말라고 촉구한 목사가 체포됐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모스크바 지역의 홀리트리니티오순절교회 니콜라이 로마뉴크(Nikolay Romanyuk) 목사는 러시아 당국에 대한 비판을 억제하는 법률에 따라 기소된 첫 번째 종교인이다.

노르웨이의 인권감시단체 ‘포럼18’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로마뉴크 목사는 현재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약 50km 떨어진 노긴스크의 제11수사교도소에 수감 중”이라고 전했다.

수사관들은 10월 18일(이하 현지시각) 오전 로마뉴크 목사의 집과 다른 여러 교인들의 집에 대한 무장 습격 이후 로마뉴크를 체포했고, 이틀 후 판사는 그에게 2개월간 구금을 명령했다.

포럼18에 따르면, 로마뉴크 목사에 대한 조사는 그가 2022년 9월에 한 설교에 집중돼 있었다. 해당 설교에서 그는 분명하게 “성경의 가르침에 따라 신자들은 우크라이나에서 싸움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설교는 실시간으로 중계됐고, 이후 교회 유튜브 채널에도 올라 왔다. 이는 대중 매체나 인터넷을 이용해 러시아 연방의 안보에 대해 공개적으로 선동한 혐의를 다룬 형법 제280.4조 2항 5호에 따른 기소로 이어졌다.

유죄 판결이 내려질 경우, 로마뉴크 목사는 최대 6년의 징역형 또는 최대 100만 루블(1,343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100만 루블은 모스크바에서 약 7개월치 임금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포럼18은 “어떤 국가 기관이 그 습격을 수행했는지, 또는 형사 소송을 제기했는지는 불분명하다”며 “연방수사위원회, 모스크바지역 수사위원회, 연방 보안국을 포함한 여러 지부에 문의를 보내 로마뉴크의 설교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지, 그리고 무장 습격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설명을 구했으나 어느 곳도 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트리니티 오순절교회는 모스크바와 그 주변 지역에 여러 자매 공동체를 둔 등록 교회다. 당시 급습으로 일부 가정은 강제로 침입당하고, 가족들이 사용하던 디지털 기기는 압수당했으며, 일부 주민들은 바닥에 눕도록 강요당하는 등 잔혹한 작전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로마뉴크의 지인인 우크라이나 목사 블라디미르 프랑추크(Vladimir Franchuk)는 자신의 블로그에 “오늘 온 가족이 큰 심리적 외상을 겪었지만, 현대 러시아에서 이런 수색과 체포는 예측 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유감스럽다”라고 적었다.

로마뉴크는 2022년 9월 설교에서 “공격 또는 술 한 병을 제안받거나, 전투에 나가라는 소환장을 받을 때, 이는 동일한 죄이며, 동일한 약물이며, 동일한 사탄이다. 구약성경에서 우리가 어떻게든 참여할 수 있다는 힌트라도 찾아 보라. 이것은 우리의 전쟁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평화주의자이며, 전쟁에 참여할 수 없다고 성경에 쓰여 있다. 성경에 근거하여 이를 공표하는 것은 우리의 권리다. 우리는 그곳 전쟁터에 가는 이들을 축복하지 않는다. 강제로 끌려간 이들을 축복하지 않지만, 그들이 그곳에서 구출되기를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종교인들도 비슷한 비판을 받았다. 모스크바선센터(Moscow Zen Centre) 설립자이자 이사인 일리야 바실리예프(Ilya Vasilyev)는 러시아군에 대한 허위 정보를 유포한 혐의로 12월 3일에 재판을 앞두고 있다. 

우크라이나 그리스 가톨릭교회의 두 사제인 구속주의 신부 이반 레비츠키(Ivan Levytsky)와 보단 겔레타(Bohdan Geleta)는 포로로 잡힌 지 9개월 만인 지난 6월 풀려났다. 바티칸의 외교적 노력도 그의 석방에 영향을 미쳤다. 한 교회 지도자는 “사제들이 포로로 잡혀 있는 동안 정기적으로 고문을 당했다는 충격적 보고가 있다”고 했다.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에디터 추천기사

미래목회포럼

“신앙의 뿌리 고향 교회… 설에 방문하면 은혜 더 많을 것”

하나님 사랑 흘려 보내는 귀한 일 어머니 같은 교회들 품고 협력을 미래 목회 위한 새로운 장 열릴 것 연대 차원에서 의지 갖고 방문을 정서적 거리 멀어져… 동행해야 운동성 살아나, 도시 교회도 건강 미래목회포럼(대표 황덕영 목사, 이사장 이상대 목사)에…

카터 장례식

김장환 목사, 카터 전 美 대통령 장례식 한국 대표 참석

신실한 신앙인이었던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Jimmy Carter)의 장례식이 9일 오전(현지시간) 엄수된 가운데,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 목사가 대한민국 대표 자격으로 장례식에 참석했다. 미국 제39대 대통령이자 최장수 대통령이었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지난 12…

세이브코리아(SAVE KOREA) 국가비상기도회

“기도로 세워진 대한민국, 다시 기도로 일어나자”

대한민국이 헌정질서 붕괴라는 초유의 위기를 맞이한 가운데, 이를 기도와 행동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세이브코리아(SAVE KOREA) 국가비상기도회가 오는 11일 오후 2시 여의도 국회의사당대로에서 시작된다. 이 기도회는 이후 매주 토요일 여의도를 비롯한 전국 주요 도…

성시화

“집시법 일부 개정안, 동성애 반대 주장 형사처벌 우려”

개정안, 반복적 혐오표현 금지 성별·종교·장애 등 특정 대상 윤건영 의원 등 23명 발의해 문 전 대통령 사저 시위 때문? 특정인 위해 법률 제정 옳은가 목회자들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한 우려를 전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이용선 의원을 …

유스원크라이

유스원크라이 “기독 청년들, 정체성 분명하면 ‘현타’ 없어”

1월 19일 연무대 군인교회 집회 개그맨 이정규 사회, 뮤지컬 등 영적 회복과 재무장, 부흥 목적 말씀과 삶 가운데 간극 없도록 일상에서 복음 살아내는 훈련 풀어짐, 신실하신 하나님 신뢰 4년째를 맞이한 ‘나라와 민족을 위한 청년들의 기도’ 유스원크라이(…

신년 하례회

“절대 권력은 절대 타락… 삼권분립으로 민주주의 세워야”

한국장로교총연합회(대표회장 권순웅 목사, 상임회장 이선 목사)가 10일 오전 11시 한국기독교백주년기념관에서 2025년 신년하례회를 드리고, 혼란스러운 정국 속에 교회가 먼저 회개하고 하나 될 것을 촉구하며 샬롬의 축복이 넘치는 한 해가 되길 소망했다. 특히 …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