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라호르에 사는 가톨릭 신자 마시 자베드는 최근 5개월간 실종됐던 딸 사나 자베드를 구출해 재회했다.
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에 따르면, 사나는 실종 기간 강제로 이슬람교로 개종하고, 무슬림 남성과 결혼을 강요받은 상태였다. 사나는 마시의 7자녀 중 막내로, 지난 6월 9일 집 근처 상점에 간 뒤 실종됐다. 그녀의 가족들은 그녀를 찾기 위해 수색과 기도를 계속해 왔다.
마시는 “사나가 실종되기 직전 무슬림 여성 하프사(가명)와 왓츠앱에서 친구가 됐으며, 하프사는 사나를 감정적으로 조종해 가족 몰래 만남을 강요했다”고 했다.
하프사는 사나에게 키베르 파크툰크와주 데라 이스마일 칸으로 가는 버스를 타도록 지시했고, 이후 발루치스탄주의 외딴 마을로 가도록 했다. 그곳에서 사나는 강제로 이슬람교 개종을 위한 선언문(칼리마)을 낭독하고, 폭력적인 위협 속에 나이 많은 무슬림 남성과의 결혼을 강요당했다. 이 남성은 하프사의 외삼촌으로 밝혀졌다.
CDI는 “마시는 딸이 실종된 지 3일 만에 경찰에 신고했으나, 경찰이 신고서를 분실한 사실을 알고 다시 접수했다. 그러나 새로운 신고서를 접수한 뒤에도 경찰은 사나를 찾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이에 가족은 지역 기독교 공동체의 기도와 도움에 의존해야 했다”고 전했다.
CDI에 따르면, 지난 10월 중순 발루치스탄주 기독교 교사 와심으로부터 사나의 위치를 발견했다는 연락이 오면서 상황이 급진전됐다. 현지 무슬림 정치인이 그녀의 존재를 확인하고 구출 작업을 돕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마시는 기독교 법률지원단체 ‘CTS’(Christians’ True Spirit)의 도움을 받아 발루치스탄의 마을로 이동해 사나를 구출했다. 구출 팀은 현지 무슬림 정치인의 개입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었다. 사나의 강제 결혼 상대는 이혼 확인서를 작성해야 했다.
마시는 “발루치스탄 정치 지도자와 와심 교사 덕분에 사나를 구출하고 방문 팀의 안전까지 보장받을 수 있었다”며 감사를 전했다.
사나는 자신의 끔찍했던 경험을 회상하며 소셜미디어에서 타인과의 교류에 주의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나는 강제로 이슬람교로 개종하고, 결혼 증명서에 서명해야만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위협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감금 중에도 교회에서 암송했던 찬송가와 성경 구절에서 위안을 찾았다”고 밝혔다.
유엔 인권위원회는 최근 파키스탄에서 소수종교인 소녀들을 대상으로 한 납치, 강제 개종·결혼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명했다. 유엔 인권위는 이들이 폭력 위협 속에서 이슬람교로 강제 개종하고, 성폭행, 인신매매, 성별 기반 폭력 등 여러 형태의 학대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은 파키스탄 정부에 “강제 개종 및 결혼을 근절하기 위한 법적 체계와 집행 메커니즘을 강화하고, 피해자들이 적절한 쉼터, 법률 지원, 심리 상담, 재활 프로그램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파키스탄은 오픈도어가 발표한 2024년 세계 기독교 박해지수(World Watch List)에서 7위에 올랐다. 이는 지난해와 동일한 순위로, 파키스탄 내 종교적 소수자들이 직면한 심각한 도전을 반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