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기독교 지도자들, 정부의 박해 규탄 성명 발표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예배 제한과 벌금 부과 등 비판

▲쿠바의 한 성당. ⓒDIOCESE OF ST. PETERSBURG

▲쿠바의 한 성당. ⓒDIOCESE OF ST. PETERSBURG

쿠바 전역의 기독교 지도자들이 종교의 자유를 계속 침해하는 정부를 비판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이 성명에서 종교 지도자들에게 부과된 벌금과 예배 제한을 규탄하기도 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쿠바기독교연합(Alliance of Christians of Cuba, 이하 ACC)은 최근 성명을 통해 “정부의 조치가 악화되는 국가적 위기 속에서 종교단체가 인도적 지원을 하는 능력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의 국제기독연대(CSW)는 “2022년에 결성된 종교 지도자들의 독립 네트워크인 ACC는 쿠바 정부가 등록되지 않은 예배 장소를 합법화하는 것을 거부하며, 종교 지도자들에게 엄중한 벌금을 부과한 것을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이 성명에 서명한 63명의 지도자들은 정부의 조치를 “종교의 자유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으로 묘사했다. 이 성명서는 “우리는 쿠바 정부가 결사의 자유와 같은 기본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공간을 개방하기를 거부하는 것을 실망스럽게 여긴다. 이로 인해 교회가 가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사회적 지원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제한된다”고 했다.

이 성명에 따르면, 정부는 종교 지도자들로부터 100만 쿠바페소(약 5,871만 원) 이상의 벌금을 징수했는데, 이는 지역사회를 돕고자 하는 이들에 대한 처벌 조치로 표현된다.

CSW는 “1월 이후 11개 주에서 등록된 단체와 등록되지 않은 단체의 기독교 및 아프로쿠바(쿠바의 음악과 문화) 지도자를 포함한 종교 지도자들이 벌금을 물게 된 사건이 ​​최소 69건 발생했다”고 밝혔다.

6월의 한 사례에서, 마탄자스의 등록되지 않은 기독교 단체 지도자는 예배가 열렸던 부지를 비우는 것을 거부한 혐의로 2만 쿠바페소(약 119만 원)의 벌금을 물었다. 그 단체는 소유권을 증명하는 법적 문서를 소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곳에서 모임을 갖기 위한 공식 허가를 거부당했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카마궤이와 올긴에 있는 등록된 기독교 단체의 지도자 2명이 허가 없이 개조 공사를 진행한 혐의로 각각 1만 5천 쿠바페소(약 92만 원)와 5만 쿠바페소(약 293만 원)의 벌금을 물었다.

쿠바가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과 자연재해, 그리고 반복적인 전력망 고장에 시달리고 있는 시기에 이러한 벌금이 부과된 것이다.

CSW의 애나 리 스탱글(Anna Lee Stangl) 공동옹호책임자는 “쿠바는 수십년 만에 처음 위기를 겪고 있다. 미겔 디아스-카넬 베르무데스(Miguel Diaz Canel Bermudez) 대통령 정부는 종교단체를 포함한 독립적인 시민사회가 더 광범위한 지역사회에 절실히 필요한 인도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대신, 모든 자유에 대한 제한을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스탱글은 “CSW는 ACC와 함께 쿠바 정부에 세계인권선언 제18조에 보장된 ‘종교와 신앙의 자유’ 등 기본적 인권을 옹호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2021년 7월 수천 명의 쿠바 국민이 정부의 경제 및 정치 문제 처리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인 바 있다. CSW의 보고서에 따르면, 종교 자유 침해가 2023년에는 622건, 2022년에는 657건, 2021년에는 272건 발생했다.

보고서는 종교 지도자와 성도, 특히 정치범 가족을 부양하거나 인도적 지원을 하는 사람들을 겨냥한 감시, 심문, 위협 등도 지적했다. 등록되지 않은 단체의 지도자들은 끊임없는 괴롭힘과 위협에 직면했으며, 종교적인 가정의 자녀들은 신앙 때문에 학교에서 언어적 학대를 받았다. 보고서는 “정부에 의해 반체제 ​​인사로 간주된 사람들은 단기간의 임의 구금을 통해 종교 예배 참석이 반복적·체계적으로 차단됐다”고 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들 중에는 정치범의 아내와 어머니들이 설립한 ‘레이디스 인 화이트’(Ladies in White) 회원들도 있었다. 그들이 주일예배에 참석할 경우 정기적으로 벌금을 내고 임의로 구금된다.

CSW는 “종교 지도자들이 정치범 가족에게 인도적 지원 등을 하더라도 당국이 이를 몰수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익명의 한 종교 지도자는 CSW 연구원과의 인터뷰에서 “난 반혁명 교인이 아니라 기독교인이다. 하나님을 믿고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교회에 가는 것을 멈추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쿠바 정부는 2022년 종교기관 및 친목단체 관리부를 설립했다. 그러나 종교 지도자들은 CSW에 “쿠바 공산당 중앙위원회 산하 종교사무국이 여전히 주요 기관이며, 종교단체에 적대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는 쿠바를 중국, 이란, 북한 등과 함께 인권을 가장 심각하게 침해하는 국가 중 하나로 분류하고 ‘종교 자유 특별우려국’으로 지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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