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한 보호 조치? 설득력 없어”
영국 종교 지도자들이 조력자살 합법화에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서한을 의회에 전달했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킴 리드비터(Kim Leadbeater) 의원이 발의한 해당 법안은 11월 29일(이하 현지시각) 의회 토론을 앞두고 전국적인 논쟁을 불러 왔다.
리드비터 의원은 “이 법안에는 (조력자살 승인 조건에) 두 명의 의사와 한 명의 판사의 서명도 포함된다.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보호 조치를 시행해 학대를 예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종교 지도자들은 그러나 서한에서 “안전장치의 약속에 설득력이 없으며, 이는 취약한 사람들에게 ‘죽을 권리’ 또는 ‘너무나 쉽게 죽을 의무’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조력자살 대신 완화치료의 질과 가용성을 높이는 데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이를 위한 자금은 우려스러울 정도로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역사회에서 신앙 지도자의 역할 중 하나는 병자와 임종자에게 영적 및 목회적 보살핌을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의 마지막 날을 잡고, 사망 전후 가족과 함께 기도한다. 우리가 받은 것은 바로 이 소명이며, 우리가 서한을 쓰는 것도 바로 이 소명 때문”이라고 했다.
아울러 “목회자로서 이 법안이 가장 취약한 계층에 미칠 영향을 깊이 우려한다. 이것은 생명을 위협하는 학대와 강압의 가능성을 열어 줄 수 있고, 신앙의 유무와 상관없이 많은 이들이 이를 공유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옵저버(Observer) 신문에 게재된 이 서한에는 런던의 사라 멀럴리(Sarah Mullally) 주교, 영국과 웨일스 가톨릭교회 수장 빈센트 니콜스(Vincent Nichols) 추기경, 런던 콥트교회 앙겔로스(Angaelos) 대주교, 복음연맹 수장 개빈 칼버(Gavin Calver), CARE CEO인 로스 헨드리(Ross Hendry), 수석 랍비인 에프라임 미르비스 경(Sir Ephraim Mirvis)을 포함한 종교 지도자들 29명이 서명했다.
건강, 임종 치료 및 법률 시스템 분야의 학계 전문가들 73명도 이 법안에 반대하는 별도의 공개서한에 서명했다.
그들은 “법이 바뀌면 강압이 현실이 될 것”이라며 “이를 부정하는 것은 영국과 웨일스에서 매년 노인을 대상으로 발생하는 40만 건의 가정 내 폭력 사건을 무시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이어 “법이 바뀐다면 말기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조력자살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느낄 것이다. 조력자살을 요청한 사람들 중 오리건주에서 47% 이상, 워싱턴주에서 59% 이상이 그러했다. 그들은 자신이 친구와 가족에게 부담이 된다고 느낄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리드비터 의원의 개정안은 이렇게 윤리적·법적인 복잡성을 지닌 문제에 대한 부적절한 의회 절차”라며 “고등법원 판사가 개인의 정신적 의사결정 능력을 평가하는 데 관련된 모든 ‘복잡성’을 조사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