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민병대, 시리아 알레포 점령… “현지 기독교인 위험 심각”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사전 경고 없어 생필품 비축도 못 해

▲알레포 전경. ⓒ오픈도어 영국

▲알레포 전경. ⓒ오픈도어 영국

최근 시리아의 이슬람 민병대가 알레포 도시를 점령한 후 현지 기독교인들이 심각한 위험에 직면하게 됐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는 “정부군이 알레포에서 철수한 후 지하디스트를 비롯한 민병대가 현지를 장악했으며, 모든 크리스마스 장식을 철거하고 있다”며 현지 매체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알레포의 마론파 조셉 토브지(Joseph Tobji) 대주교는 아젠지아 피데스(Agenzia Fides)와의 인터뷰에서 “무장 집단이 기습 공격을 한 이후 이곳은 매우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서의 삶이 다시 시작돼 평안한 상태였으나, 이제 모든 것이 닫혔다”고 전했다.

토브지 대주교는 “공격 전 아무런 경고도 없었기에 시민들은 생필품을 비축하지 못했는데, 현재 상점과 제과점 등은 영업을 중단했다”며 “아무도 우리에게 경고하지 않았다. 현재는 기독교인을 표적으로 삼은 공격이 없지만,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불확실하다”고 했다.

민병대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레포를 점령한 사실을 밝혔다.

‘인카네이트 워드 인스티튜트’(Incarnate Word Institute)의 휴고 알라니즈(Hugo Alaniz)는 피데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알레포의 대부분 지역이 민병대의 통제 하에 있으며, 종교 지도자들이 본당을 방문해 주민들을 돕고 있다. 교회는 계속 열려 있지만, 학생과 노인을 포함한 많은 주민들이 안전을 위해 도시의 다른 지역으로 이사했다”고 전했다.

‘이라크 크리스천 재단’(ICF)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무장 세력이 크리스마스 장식을 철거하고 포로로 잡힌 군인의 목을 벴다”며 “알레포의 기독교인과 다른 소수민족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스위스 인권단체 세계기독연대(CSI)는 성명을 통해 “과거 ‘자밧 알 누스라’(JAN)로 알려졌던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이 알레포를 장악했다”며 “이는 2014년 이슬람국가(IS)가 모술을 점령했던 것과 유사한 방식”이라고 했다.

HTS는 폭력적인 박해를 하며 엄격한 수니파 우월주의 이념을 강요해 기독교인, 알라위파, 시아파, 비종교 수니파 등 알레포의 다양한 종교 공동체에 영향을 끼쳤다. 유엔 시리아조사위원회의 기록에 따르면, HTS는 처형, 고문, 성폭력, 자의적 구금, 종교 유적지 모독을 특징으로 한다.

CSI 존 아이브너(John Eibner) 국제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 당시 시리아 특별대사였던 제임스 제프리(James Jeffrey) 대사는 2021년, HTS가 테러단체로 지정됐음에도 불구하고 비밀리에 워싱턴 중동 정책의 ‘자산’으로 기능해 왔다는 것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아이브너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일 직전, 박해받는 기독교인을 보호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며 “그는 이제 공약을 이행할 황금 같은 기회를 얻었다. 종교의 자유와 기타 기본권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그가 이 공약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영국의 시리아인권감시단은 지난 11월 27일(이하 현지시각) 공세가 시작된 이후 20명 이상의 민간인을 포함해 3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BBC는 “러시아 공군은 11월 30일 알레포에서 공습을 실시했으며, 이는 2016년 시리아 정부군이 알레포를 탈환하도록 도운 이후 러시아가 이 도시에 군사적으로 개입한 첫 사례”라며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대변인실은 ‘러시아의 반군 진지 공습은 시리아의 안정과 영토 보전을 수호하겠다고 약속한 가운데 이뤄졌다’고 밝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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