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판사 “무슬림으로 잘못 기재된 신분증 수정할 권리 인정”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지방법원서 판결… 유사 소송들에 도움 될 전망

파키스탄의 한 판사가 이름과 종교가 잘못 기재된 신분증 내용을 수정하려는 기독교인의 권리를 인정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펀자브주 카수르 지구 파토키 테실의 추가 지방법원 아마드 사에드(Ahmad Saeed) 판사는 11월 16일(이하 현지시각), 이슬람으로 개종한 수피안 마시흐(Sufyan Masih·24)에게 기독교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민사법원의 결정을 뒤집는 판결을 내렸다.

▲수피안 마시흐(왼쪽)가 파키스탄 편자브주 법원 판결 후 부모 및 변호사와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모닝스타뉴스

▲수피안 마시흐(왼쪽)가 파키스탄 편자브주 법원 판결 후 부모 및 변호사와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모닝스타뉴스

마시흐의 변호를 맡은 기독교인 수메라 샤피크(Sumera Shafique) 변호사는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모닝스타뉴스(CDI-MSN)와의 인터뷰에서 “이슬람 성직자 하피즈 압둘 와히드(Hafiz Abdul Waheed)와, 마시흐가 이슬람 개종 증명서를 작성했다고 주장하는 사람과, 그의 개종을 목격했다고 주장하는 두 무슬림 남성을 포함한 증인 증 그 누구도 자신의 진술을 기록하기 위해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했다. 

그녀는 “마시흐는 자신의 기독교 신앙을 분명히 확인했으며, 지방판사 앞에서 한 진술에서도 신앙고백을 반복했다. 그리고 자신이 일했던 벽돌 가마 주인 아시프 알리(Asif Ali)가 혼인등록관서인 나드라(NADRA)에 자신의 이름을 ‘무함마드 수피얀’(Muhammad Sufyan)으로, 종교를 ‘이슬람’으로 등록해 자신을 노예로 삼으려 했다고 밝혔다”고 했다.

샤피크는 “마시흐는 문맹이기 때문에, 데이터 입력 작업자가 고용주의 지시에 따라 작성한 문서를 읽지 못한 채 그곳에 지장을 찍었다”고 했다.  

샤피크는 “5월 18일 판결을 뒤집은 이번 판결은, 민사법원에서 진행되는 다른 유사 소송들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나드라에 기독교인의 종교가 의도적으로 또는 실수로 이슬람으로 등록된 사례가 여러 건 있다. 파키스탄의 기독교 인구 중 상당수는 읽고 쓸 줄 모르기 때문에, 종종 해당 양식에서 종교 부분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샤피크는 “나드라 관리들도 빈곤한 청원자들의 곤경에 책임이 있다. 그들이 표준운영절차(SOP)를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나드라 데이터 운영자들은 ‘개정’을 등록할 때 신청자로부터 약속을 받아야 하지만, 그들은 그 절차를 이행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드라의 전산화된 국가신분증 등록 정책에 따르면, 신청자가 문맹으로 인해 종교를 올바르게 진술하지 못한 실수는 관리의 오류 범주로 처리될 수 있다. 그러나 나드라는 “마시의 경우 등록 당시 공식 양식에서 자신의 종교를 이슬람으로 확인했기 때문에 이름과 종교를 변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나드라는 “공식 정책에 따르면, 무슬림은 신분증에 기록된 종교 명칭을 변경할 수 없으나, 다른 신앙에서 이슬람으로 개종한 사람은 이를 수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자유수호연맹(ADF)의 아시아 지역 책임자인 테흐미나 아로라(Tehmina Arora)는 “하급법원이 마시흐의 종교적 정체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국내법과 국제법 모두를 위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로라는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모닝스타뉴스(CDI-MS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수피안 마시흐가 기독교인으로서 신앙을 실천할 권리를 보호하기로 한 파토키 지방법원의 결정을 환영한다”면서 “이 사건은 파키스탄의 기독교인들이 다양한 차별에 직면해 있는 현실을 잘 보여 준다”고 했다.  

아로라는 “기독교인이 신분증의 종교 항목에 단순한 오타가 있는 것만으로 자유롭게 신앙을 실천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이는 또한 취업에도 지장이 된다”고 덧붙였다. 

파키스탄 헌법 제20조는 시민에게 “종교를 고백하고, 실천하고, 전파할 권리”를 허용한다. 이 자유는 시민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 제27조에서도 보장되는데, 이 조항은 “민족적·종교적 또는 언어적 소수민족이 존재하는 국가에서, 그러한 소수민족에 속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문화를 즐기고 자신의 종교를 고백하고 실천하거나 자신의 언어를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한다.

마찬가지로 1992년 유엔 선언은 소수민족에 속한 사람들이 자신의 문화를 즐기고, 자신의 종교를 고백하고 실행하며, 사적 및 공적 영역에서 자신의 언어를 간섭이나 차별 없이 자유롭게 사용할 권리가 있음을 명시하고, 소수민족이 문화, 종교, 사회, 경제, 공공 생활과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에 효과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교는 대부분 이슬람 법학파에서 사형당할 수 있는 죄로 간주된다. 파키스탄에는 무슬림의 종교 변경 권리를 거부하는 구체적인 법률이 없지만, 배교는 국가의 신성모독법 제295조 A항에 따라 최대 2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오픈도어가 발표한 2024년 기독교 박해국 순위에서 파키스탄은 전년도와 마찬가지로 7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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