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 피해 이란 떠난 기독교인들, 조지아서 국제적 보호 요청

세계기독연대·오픈도어 등, 공동 보고서 발표

박해를 피해 망명하려는 이란 기독교 개종자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어떤 개종자는 심지어 예배를 중단하라는 통보를 받고 있다고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가 보도했다.

아티클18(Article18), 세계기독연대(CSW), 오픈도어(Open Doors) 및 미들이스트컨선(Middle East Concern) 등 주요 인권단체들은 2일(이하 현지시각) “모국에서 박해를 피해 인근 조지아로 도피했으나 그들의 신앙이 ‘진짜’가 아니라는 이유로 망명을 거부당하고 있는” 이란 기독교인들을 조명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이란 기독교인 잘랄 다르지(Jalal Darzi)는 조지아 당국으로부터 망명 신청을 거부당한 후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다르지는 기독교인임을 증명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조지아 관리들과의 두 번째 면접에서 망명을 거부당했다.

그는 최근 주요 인권단체가 공동으로 편찬한 보고서에서 “면접관의 질문은 정교회에 관한 것이었는데, 전혀 알지 못하는 내용이었다. 내가 신념에 관해 말하려 하자, 그는 내 발언을 제지했다”고 했다.

이어 “면접관은 ‘질문할 때 대답해야 한다’며 수 차례 날 막았고, 난 ‘말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더 이상 말할 수 없었다. 그것은 일종의 형식적인 절차로 느껴졌고, 그들이 면접 전에 이미 결정을 내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보고서는 “조지아 이민국은 지난 3년간 1,000명이 넘는 이란 망명 신청자 중 1% 미만의 소수만 받아들였다”며 “난민 신청자들은 불확실한 미래에 직면해 있으며, 난민으로 인정받을 희망은 거의 없다. 그러나 국제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대안도 없다. 조지아에서 난민 신청이 거부된 여러 개인은 이미 터키와 같은 이웃 국가에서 수년간 난민으로 지냈으며, 더 이상 무엇을 해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다고 말한다”고 했다.

조지아에서 망명을 요청하는 사람들의 20%가 이란인이다. 이란 망명 신청자에게는 터키가 가장 흔한 목적지이지만, 소수종교인에 대한 터키의 망명 조건이 악화됨에 따라 조지아와 같은 대체 국가를 찾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란 이슬람공화국이 기독교인의 권리를 보호한다고 주장하지만, 현지에서 기독교 개종자들이나 “이슬람에 반하는 종교를 전파한” 이들은 여전히 체포된다. 이란에서는 페르시아어 성경을 소지하거나 이슬람에서 기독교로 개종하는 것이 불법이다.

또 이슬람에서 개종한 기독교인과 접촉하는 것조차 불법이다. 개종자이거나 개종자를 지지한 사람들은 종종 국가 안보 혐의로 감옥에 갇힌다.

보고서는 조지아 인구의 약 85%가 정교회 기독교인이라고 밝히고 있다. 종교 자유 수호 단체들은 다양한 망명 신청이 거부된 이유 중 하나로 “‘조지아정교회가 아닌’ 다른 기독교 신앙에 대한 편협함”을 꼽았다.

익명의 관계자는 아티클18과의 인터뷰에서 “조지아 정부에게는 외교 관계가 먼저이고, 난민 및 망명 신청자 규칙은 두 번째다. 그래서 조지아 정부에게 이란은 매우 중요하다. 만약 당신이 작은 나라이고 큰 이웃인 이란과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한다면, 그 이웃의 시민들에게 난민 지위를 줄 수 없다”고 했다.

실제로 2023년 조지아와 이란 간 무역액은 공식적으로 2억 7천만 달러(약 3,819억 원), 비공식적으로 5억 달러(약 7,073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란 기독교인과 관련된 사건으로 법원에 갈 때마다 조지아 이민국은 법원에 ‘이란에서 기독교인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기독교인이 이란으로 돌아가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고 했다.

디르자의 경우는 조지아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있었고 이웃들과 관계를 맺었으나, 거주권이나 보험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머무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는 망명 신청이 기각된 것에 대해 항소를 시도하고 있지만, 추방 명령을 받을 경우를 대비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보고서에 여러 가지 권장 사항을 포함시켰는데, 여기에는 망명 면접관이 개인의 개종을 평가할 때 ‘기독교 신앙의 다양성’을 인식하도록 촉구하는 내용도 담겼다.

또 면접관에게 “망명 신청자가 귀국할 경우 박해에 대한 정당한 두려움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이란에 대한 유엔 특별보고관의 보고서를 참조하도록” 권고하고, 이란 당국에는 “기독교인들이 겪는 박해를 인정할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 재정착을 위한 새롭고 안전하고 합법적인 경로를 열어 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