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 실망한 이들, ‘부족해도 죄 짓지 않는’ AI 설교자 택할 것”

송경호 기자  7twins@naver.com   |  

박욱주 박사, ‘인공지능 시대 한국교회’ 날선 비판 가해

▲박욱주 박사(연세대 신과대학 연구교수)는 ‘하나님의 법과 AI(인공지능) 시대의 한국교회’를 주제로 한 발제에서 한국교회를 향해 날선 비판을 제기했다. ⓒ송경호 기자
▲박욱주 박사(연세대 신과대학 연구교수)는 ‘하나님의 법과 AI(인공지능) 시대의 한국교회’를 주제로 한 발제에서 한국교회를 향해 날선 비판을 제기했다. ⓒ송경호 기자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에 대해 성령의 감동이 결여된 ‘통계 신앙’, 학습된 데이터에 기반한 ‘편향적 접근’ 등의 우려가 존재함에도 “교회에 실망한 이들은 ‘부족하더라도 죄를 짓지는 않는 인공지능 설교자’에게 의지하려 할 것”이라는 날선 비판이 제기됐다.

한국교회법연구원(원장 김영훈 박사)이 창립 20주년을 맞아 5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제20회 교회법세미나를 개최했다.

‘하나님의 법과 AI(인공지능) 시대의 한국교회’를 주제로 한 이 세미나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박욱주 박사(연세대 신과대학 연구교수)는 “참된 신앙의 모범을 모이지 못하는 교역자들의 설교와 목회에 의존하느니, 차라리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설교 및 신앙관리 서비스에 기대겠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는 마치 우리 한국 사법부에 크게 실망한 일반 대중이 인공지능 판사를 도입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라고 했다.

하나님의 무조건적이고 전적인 은혜와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한 존 칼빈과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을 비교하며 한국교회 안의 ‘율법주의’를 지적한 박 박사는 “하나님의 법을 함부로 어기면서 하나님의 은혜가 그 허물을 무조건 덮어준다는 믿음은 ‘오직성서’와 ‘오직 믿음’의 참된 의미와 전혀 무관한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율법을 지키려는 자유의지 전체를 율법주의로 매도하는 한국교회의 일부 메시지는 ‘새로운 형태의 면죄부’를 제공했다”며 “이를 얻기 위한 대가는 교회 예배와 모임에 주기적으로 출석하고 헌금을 함으로 교회의 양적 위세를 유지하는 데 가세하는 것이다. 많은 수의 한국교회가 그릇된 율법주의 개념을 따라 신자들에게 면죄부를 발행해 온 까닭에,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할 책임을 짊어질 역량을 상실하고 있다”고 했다.

박 박사는 “이 개탄스러운 현실 속에서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는 기회보다 위기가 될 공산이 크다. 인공지능 기술은 아직 충분히 ‘인격적인’ 사고 주체를 구현하기에는 역부족인, 성숙도 낮은 기술이다. 인공지능이 하나님의 말씀을 맡아 전하고 신실한 기독교적 실존을 지탱해 참된 교역자 역할을 대신할 정도로 탁월한 지적 역량을 갖출 수 있을지에 대해선 고민해 봐야 할 사안들이 몇 가지 존재한다”고 밝혔다.

▲한국교회법연구원 제20회 교회법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송경호 기자
▲한국교회법연구원 제20회 교회법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송경호 기자

박 박사는 인공지능의 작동원리를 상세히 분석했다. 그는 “딥러닝을 포함한 인공지능 기술의 기초원리는 ‘대수학’에 기반한 ‘논리연산’”이라며 “딥러닝 기수는 논리연산 능력을 자율적으로 학습, 개선하는 기술로 인공신경망 모형에 맞춘 통계 계산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말했다. 이어 “트랜스포머 알고리즘 기반 대규모 언어모델이 공개되면서 인문학·이공학계를 불문하고 비교적 간단한 학문적 사유나 고찰을 전부 대신해 주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는 목회 현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 가지 단언하는 바는 현재의 인공지능 기술로는 성령의 영감을 힘입은 인간 교역자의 올바른 설교와 교육, 신실한 권면과 목회를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인공지능 기술이 아직 하나님의 계시를 받을 수 있는 기본 조건을 갖추지 못한 불완전한 사고 기계를 구현하는 수준의 발전 단계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인공지능 학습을 수행하는 경로가 ‘디지털(2진수로 전환된) 데이터’와 ‘규칙-문법 기반 알고리즘’이나 ‘심층 신경망 알고리즘을 통한 논리적 추론 혹은 통계적 계산’이라며 “이 두 단계를 거쳐 인지된 대상은 오로지 수학적 계산의 대상일 뿐 윤리적 책임을 져야 할 타자가 아니”라고 했다.

이어 대부분 윤리적 행위는 주위 상황에 대한 복잡한 판단과 행위들을 종합해야 완성되고 종합적이고 전인적인 판단과 의지가 요구되는데, 현 단계의 인공지능에겐 여러 기능들을 스스로 조합하고 종합해서 윤리적은 행동을 수행하는 능력이 결여된다며 “이 능력은 이웃 사랑이라는 윤리적인 책임을 감당하려는 의지를 가진 인간만이 갖출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 “목회 실천은 하나님의 법을 중심으로 가장 깊은 곳으로부터 지키는 자들만이 감당할 수 있는 사역”이라며 “반면 인공지능은 설교든 상담이든 신앙지도든 간에 이런 중심이 배제된 채 성서 혹은 신앙 언어의 연관성 계산만 수행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해 인공지능은 신앙을 통계 계산으로 전환한다”고 지적했다.

박 박사는 인공지능의 더 중대한 문제요인으로 ‘데이터 편향’을 꼽았다. 그는 “극단적인 예로 설교나 성서교육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인공지능이 신천지의 메시지 같은 비성경적 데이터를 학습한 경우, 그 연산의 결과값 역시 비성경적일 수밖에 없다”며 “인공지능을 활용할 때 절제된 범위 안에서 도움을 받는 분별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러한 분명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그는 “하나님의 법을 자의적으로 범하는 부적격 교역자들, 인간의 편의 위주로 규정된 율법주의 개념을 갖고 죄과를 합리화하는 신자들로 이뤄진 교회에 실망한 이들은 부족하더라도 죄를 짓지는 않는 인공적인 설교자나 목회자에게 의지하려 할 것”이라며 “이는 현재도 심각한 수준에 도달한 교인 이탈의 속도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교회법연구원 원장 김영훈 박사가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한국교회법연구원 원장 김영훈 박사가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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