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찬북뉴스 서평] 약함 가운데 강함 되시는 소망의 하나님
아직, 소망이 있다
제임스 패커, 캐롤린 나이스트롬 | 김기호 역 | IVP | 312쪽 | 17,000원
‘저명한 성경 공부 교재 집필가’로 소개된 캐롤린 나이스트롬은 약 80권 이상의 책 중 절반 정도를 어린이를 위한 교재, <어린이를 위한 내 마음 그리스도의 집>과 같은 책을 냈다(IVP, 2023). 그녀는 제임스 패커와 함께 <제임스 패커의 기도>(IVP, 2008), <제임스 패커의 하나님의 인도>(생명의말씀사, 2008) 등을 썼다.
이번에 IVP에서 나온 <아직, 소망이 있다: 약점투성이 인생들을 보듬으시는 하나님을 만나다> 역시 패커가 전한 삼손에 관한 설교를 들은 나이스트롬이 결점 많은 사람을 복 주시며 사용하시는 주권적이고 은혜로우신 하나님을 독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기획한 책이라 말할 수 있다.
참고로 제임스 패커는 소개가 더 이상 필요 없는 ‘20세기 복음주의를 대표하는 탁월한 복음주의 신학자’로, <하나님을 아는 지식>과 같은 대표적인 저서로 복음주의 기독교를 견고하게 세우고 알리는 데 공헌했다(IVP, 2018).
이 책엔 하나님이 사용하신 다양한 구약과 신약의 인물이 등장한다: 삼손, 야곱, 마노아의 아내, 요나, 마르다, 도마, 시몬 베드로, 느헤미야. 총 8명의 인물들은 모두 약점투성이 인생들이라 부를 만하다.
삼손은 성적 유혹에 맥없이 무너졌다. 야곱은 편애와 차별, 질투와 시기가 넘쳤던 불행한 가정의 폐해를 입었다. 마노아의 남편은 아내를 신뢰하지 못하고 하나님의 역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못했으며, 요나는 하나님이 하고자 하시는 일에 불만이 가득했다.
마르다는 잘못된 우선순위를 세우고 동생과 예수님께 불만을 터뜨렸고, 도마는 자신이 보고 듣고 만지는 것만 믿겠다는 독선에서 흘러나온 의심을 품었다. 베드로는 예수님을 부인하는 끔찍한 일을 저지른 후 소망을 완전히 상실했고, 느헤미야는 평생에 걸쳐 선포하고 사역했던 모든 수고가 수포가 되는 것을 보며 탄식했다.
패커는 각각의 약점투성이 인생들을 굉장히 예리하게 분석한다. 때로는 과감하게 성경에 기록된 정보를 바탕으로 각 인물이 가진 연약함과 완악함을 정밀하게 해석해 낸다. 패커는 여러 기독교 사상과 개념을 꿰뚫고 있는 학자로서, 각 사례를 통하여 기독교 내부의 잘못된 사상들을 집어낸다.
가령 도마에게서는 회의주의를 발견하는데, 패커는 그가 우울질을 가졌을 것 같다고 진단하고 정신적 압박감의 영향 아래 교만이 작용하여 분노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단순히 ‘의심 많은 도마’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런 의심이 생겼는지 매우 세심하게 관찰하여 해석한 것이다.
패커의 분석이 모두 다 성경이 묘사하는 인물의 정확한 모습인지에 관해 이견이 있는 독자도 있겠지만, 적어도 그의 설득력 있는 진단에 긍정적이고 새로운 시각으로 인물의 상황과 배경과 성품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각 인물을 다룰 때 패커가 주목했던 것은, 그들을 사용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롭고 주권적인 손길이다. 사실 이 책을 처음 읽으면서 ‘J. I. 패커가 이런 종류의 책도 쓰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가 주로 교리적인 책을 많이 쓴다고 생각했던 선입견 때문이었다. 다른 종류의 책을 쓴다고 해도 그는 교회사와 사상을 다루는 쪽으로 독자에게 유익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책이 특별하고 그래서 좋았던 점은 패커가 독자들에게 매우 적극적으로 하나님의 위로와 격려와 사랑과 이끄심을 발견하게 하려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나이스트롬의 교육적 마인드가 반영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여러 인물들에게서 발견되는 약점들을 자신에게서 발견할 것이고, 동시에 그들을 사용하신 긍휼과 자비가 풍성하시고 인자하심이 영원하신 하나님이 자신을 은혜롭게 사용하실 것이라는 확신을 얻게 될 것이다.
나이스트롬이 공헌한 이 책의 장점은 ‘연구를 위한 질문’을 통하여 개인적으로 또는 소그룹으로 함께 공부하고 또 기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패커가 본문에 각 장을 마무리하면서 기도한 내용도 정말 은혜롭고 유익하지만, 나이스트롬이 제공한 기도 가이드도 개인 또는 소그룹이 함께 읽고 토론한 내용으로 하나님께 기도할 때 여러 가지 유익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약점이 없는 인생은 없다. 우리 모두는 연약함을 타고나, 스스로의 잘못과 다른 이의 영향으로 약함을 맛본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가 진토라는 것을 기억하시고, 우리 실수와 허물을 덮으시며, 죄를 사하는 분이시다. 약할 때 강함을 주시고, 육체의 가시가 있을 때 그분의 능력을 우리 안에 머물게 하신다. 그래서 그리스도 안에 있는 우리에게 ‘아직, 소망이 있다’.
언제나 소망이 있다. 모든 소망의 하나님께서 우리를 끝까지 놓지 않으시고 버리지 않으시고 사용하셔서, 그분의 영광을 나타내시고 우리의 선을 이루기를 기뻐하시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자신의 연약함 가운데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발견하고 더욱 힘 있게 하나님 안에 살아있는 소망을 붙들기를 바란다.
조정의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인
유평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