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찬북뉴스 서평] 십자가를 사랑하는 자들의 필독서
십자가는 무엇을 성취하였나
제임스 I. 패커 | 조계광 역 | 개혁된실천사 | 148쪽 | 9,500원
‘기독교 고전 소책자’ 시리즈 다섯 번째 책이다. 이 시리즈는 첫째로 짧은 역사적 글들을 고품질의 종이책으로 보존하기 위하여, 둘째로 새로운 세대의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하여 기획되었다(16쪽).
제임스 I. 패커는 이 시리즈를 보급하는 개혁된실천사에서 찰스 스펄전, 토머스 찰머스, B. B. 워필드, 마르틴 루터에 이어 다섯 번째로 소개한 저자이다.
책의 서문을 쓴 마크 데버는 패커에 관해 “항상 다정하고, 친절하고, 유쾌했다. 그의 정신은 늘 활기를 띠었고, 개념들의 의미를 숙고할 때는 특히 더 그랬다(11쪽)”라고 평가했다.
1973년 틴데일 하우스 강연회에서 전달한 ‘십자가의 형벌적 대리 속죄의 성격’에 관한 패커의 가르침은 데버가 평가한 패커의 특징을 잘 담고 있고, 그가 우려하는 비평가들의 오해를 불식하고 복음의 핵심인 십자가의 형벌적 대리 속죄의 성격을 고수해야 하는 이유를 그 나머지 사람들에게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누군가에겐 십자가 형벌의 대리 속죄란 말이 생소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인류가 전적으로 타락했고, 죄의 삯을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대신 치르셨다고 설명하는 것을 처음 듣는 것처럼 이상하게 여길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새 관점’을 주장하는 여러 학자들 사이에서 위와 같은 가르침을 바꾸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죄인의 죗값을 대신 치르셨다는 것이 성경이 말하고 있는 진리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제법 많이 생겼고, 그들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고 있다.
패커는 역사적으로 1578년 소시누스가 <구원자 그리스도에 관해>라는 책에서 처음으로 십자가 형벌의 대리 속죄 개념을 논박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동시대 안셀무스의 합당한 반박에 이어, 끊임없이 전통적 관점에서 성경이 십자가의 대리 속죄를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여러 사람이 주장해 왔다.
하지만 패커는 소시누스가 사용한 합리주의적 설명 방식을 벗어나지 못한 결과, 십자가 형벌의 대리 속죄가 신비로운 성경의 가르침이 아닌 합리적 논증과 설명으로 변호된 매력적이지 못한 교리가 되었다고 한탄한다.
그러면 왜 성경이 명백하게 말하고 있는 십자가 형벌의 대리 속죄 성격을 부정하려는 걸까? 많은 경우 아버지 하나님의 공의와 거룩하심을 생각할 때, 다른 측면에서는 하나님의 자비와 사랑을 헤아려 볼 때 성자 하나님께 너무도 냉혹하고 무자비하고 또 불공정한 일을 행하신 것이라고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째로 대리 속죄 성격을 십자가에서 제거한다면, 하나님 고유의 거룩한 속성들이 보호되는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더 큰 공격과 의심의 대상이 된다. 성경은 자기의 하나뿐인 아들을 내어주시기까지 우리를 사랑하신 하나님을 감동적으로 소개하는데, 사실 그 아들이 십자가에 달려 죽을 이유가 없었다면, 아니 이유가 있었지만 죗값을 반드시 찾으시는 하나님의 거룩하고 의로우신 성품과 단단히 연결되어 있지 않다면, 그것은 성부의 성품을 보호하기는커녕 더 심각하게 망가뜨린다.
둘째, 십자가 형벌의 대리 속죄 성격을 제거할 때, 기독교는 자유주의 풍조의 영향을 받은 온갖 인본주의적 도전과 공격에 맞설 능력을 상실한다.
한 예로 동성애를 지지하는 기독교인들은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모든 사람을 차별 없이 사랑하라는 강력한 기독교적 핵심 메시지라고 주장한다. 만일 우리가 십자가에서 동성애를 비롯한 모든 성적인 죄, 심지어 여자를 보고 음욕을 품는 죄까지도 그리스도께서 대신 그 죗값을 치르셨고, 다시는 그러한 죄에게 종노릇하지 않게 하시기 위해 부활하여 새 생명을 주신 것이라고 반박하지 못한다면, 기독교는 그들의 논리, 즉 십자가는 무한하고 차별 없는 사랑을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퍼포먼스였다는 말에 수긍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그래서 노골적으로 십자가 형벌의 대리 속죄 성격을 부인하거나 간과하려는 노력이 더 많이 시도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패커가 쓴 <십자가는 무엇을 성취하였나>는 읽기 쉬운 책이 아니다. 소책자이지만 많은 개념이 등장하고, 논증을 따라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스티브 제프리와 마이클 오베이 등이 쓴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 때문이요: 대리 속죄의 영광 회복하기>와 같이 이 주제를 더 자세히 다룬 좋은 서적도 큰 유익을 주지만(Crossway, 2007), 패커의 소책자를 통하여 독자는 1970년대보다 훨씬 더 부정하려는 세력이 거세진 오늘날 어떻게 하면 성경이 가르치는 대리 속죄라는 아름다운 교리를 지켜내고 또 선포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될 것이다.
이 주제에 관한 좋은 입문서와 짧고 분명한 경고문으로, 이 책은 정말 십자가를 사랑하는 모든 독자가 반드시 읽어봐야 하는 책이라고 확신한다.
조정의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인
유평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