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기독교 지도자들, 정권 장악한 반군 만나 우려 전달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아사드 정권 붕괴 이후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는 시리아 기독교인들. ⓒABC 방송 캡쳐

▲아사드 정권 붕괴 이후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는 시리아 기독교인들. ⓒABC 방송 캡쳐

최근 시리아에서 이슬람 세력 주도의 반군이 정권을 장악하면서 기독교 박해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현지 종교 지도자들이 반군 대표들과 만나 의견을 전달했다. 

종교 지도자들은 9일(이하 현지시각) 알레포 프란치스코 성당과 수도원에서 이슬람 세력과 회동했다. 이곳은 라틴 전례 가톨릭 사도대리구가 있는 곳으로, 이는 교구가 아직 설립되지 않은 지역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영토적 관할권의 한 형태다.

이날 회의는 알카에다와 연계된 지하디스트 단체인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이 여러 도시를 점령하고 이달 초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의 통치가 붕괴된 이후 진행됐다. 반군은 알레포와 하마에 이어 며칠 만에 다마스쿠스를 점령했다. 

알레포 칼데아 예수회의 앙투안 아우도(Antoine Audo) 주교는 피데스(Fides)에 성명을 내고 이번 회동에 대해 “주교, 사제, 수도자 모두 참석했으며, 긍정적이었다”고 전했다.

이슬람 세력은 회의 중 기독교 지도자들에게 “학교에서 남학생과 여학생이 함께 공부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의, 교회 공동체를 변화시키거나 규제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겠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우도에 따르면, 이들은 “그들의 전통과 기도를 존중함으로써 신뢰를 구축하고 싶다”고 주장했다고. 

아우도는 “이들에게 우리는 아랍 기독교인으로서 역사와 세계에서 독특한 현실을 대표한다. 기독교인과 함께한 무슬림 아랍인의 역사와 그 역사에 대한 기독교인의 기여 등에 관해 전했다”고 말했다. 

이어 “‘딤미’(‘이슬람 법에 따라 운영되는 국가’의 ‘비무슬림 구성원’)의 지위가 부정적으로도 긍정적으로도 해석될 수 있으며, 기독교인은 2등 시민이 될 수 없고, 우리는 함께 일해야 한다고 했다. 그들은 이러한 고려사항에 매우 관심이 있는 듯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보장에도 불구하고, 기독교 인권단체들은 현지 기독교인들이 곧 직면하게 될 잠재적 위험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글로벌크리스천릴리프(GCR, 구 오픈도어) 데이비드 커리(David Curry) 대표는 CP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지난 2년 동안 시리아에서 현장 네트워크를 유지해 왔다. 그런데 이슬람 반군은 알레포를 점령하기 몇 주 전 우리가 지역교회에 전달한 인도적 지원 물품을 훔쳤다”고 밝혔다.

또 “아직 남아 있는 것이 있다. 우리는 가능한 한 조심스럽게 피난 중인 이들에게 이를 배포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 지역이 기독교인에게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커리는 “테러 단체로 간주되는 그들은 2주도 채 안 되는 기간에 시리아 북서부(알레포와 그 너머 포함)에서 쿠르드족과 기독교인을 인종 청소했다. 시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들이 나머지 국가로 캠페인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10년 전 시리아 내전이 시작됐을 때, 기독교인이 전체 인구의 약 10%, 즉 약 150만 명이었으나, 수년간 지하디스트 급진주의자들에 의해 끊임없는 싸움과 박해가 이어지면서 그 수는 불과 30만 명으로 줄어들었다”고 했다.

CP는 “반군이 식량을 훔쳤다는 것 외에도 알레포 점령 이후 식량과 물 공급이 부족하다는 소식도 들었다. 많은 기독교인들이 현지에서 도망쳤으나, 남은 사람들은 이제 반군이 부과한 통금령에 따라야 한다. 이러한 규제로 인해 많은 기독교인들이 취약함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국제기독교연대(ICC)의 제프 킹(Jeff King) 회장은 이번 달 초 CP에 보낸 성명에서 “앞으로 며칠과 몇 주가 (시리아) 기독교 공동체의 운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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