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기독교 박해자 통해 보존된 ‘지하교인들 이야기’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사상교육 영상 통해 역설적으로 기록 남아

기독교 부정적 묘사해 불신 초래하려 했지만
담대한 지하교인들이 탈북 대신 전도 택하고
목숨 걸고 다시 北으로 들어갔다는 사실 알려

북한 군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다 체포된 두 명의 북한 지하교인 이야기가 최근 KBS에서 입수한 북한의 군사 교육 영상, <‘종교인=간첩’ 몰아가는 북한…“종교가 수령절대 숭배 허물어”>에 기록돼 있다.

한국순교자의소리(이하 한국 VOM) 현숙 폴리(Hyun Sook Foley) 대표에 따르면, 이는 북한 정부에서 수년간 사상 교육용으로 제작한 영상 중 하나지만, 의도치 않게 북한 지하교인에 대한 기록을 보존하고 있다. 이 영상이 없었다면 그 안에 담긴 기독교인의 이야기는 영원히 잊히거나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 VOM 현숙 폴리 대표는 “북한 당국이 이런 훈련 영상을 지하교인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다. 이 영상의 목적은 기독교인을 ‘국가 전복을 꾀하는 파괴 분자’로 묘사함으로써 일반 대중의 불신을 받게 하는 데 있다. 이 최신 영상에 나오는 북한 기독교인 두 사람은 이름도 공개되지 않았고 얼굴도 가려져 있다. 이 두 사람의 사명은 가장 부정적인 방식으로 묘사된다. 영상에서 두 사람은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군인들을 유혹하여 수뇌부보다 하나님을 더 믿게 하려고’ 자신들이 ‘적들의 소굴’에서 교육을 받았다고 자백한다. 그러나 이 영상에 담긴 이야기들을 잘 살펴보면, 우리는 중국에서 예수님을 영접한 담대하고 용감한 복음 전도자 두 사람이 한국으로 탈북하는 대신, 북한 군인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북한으로 다시 들어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고 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북한 정부가 사상 교육용으로 제작한 이 영상은, 하나님께서 역사하고 계시며, 기독교를 가장 극악하게 핍박하는 북한 정부를 통해서조차 북한의 기독교 역사와 순교자들의 이야기를 보존하신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영상은 또한 북한 내부에서 유통되고 있는 일부 기독교 자료에 대한 시각적 증거를 제공해 준다”고 말한다.

▲KBS가 최근 입수한 북한 정부의 사상 교육 영상에 나온 지하교인 모습.

▲KBS가 최근 입수한 북한 정부의 사상 교육 영상에 나온 지하교인 모습.

현숙 폴리 대표에 따르면, KBS에서 입수한 이 북한의 최신 훈련 영상은 2018년 한국 VOM에서 확보한 영상과 유사하다. 이는 이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북한 순교자 차덕순의 이야기를 기록한 것으로, 북한의 보위부 요원을 교육하기 위한 영상, 즉 북한 내부의 기독교 지지자들을 식별하고 침묵시키는 방법을 훈련하기 위한 영상에 보존돼 있었다.

현숙 폴리 대표는 “순교자의소리가 2018년에 입수한 보위부 요원 교육용 영상에는 중국에서 예수님을 영접한 뒤 한국으로 탈북하지 않고 북한으로 다시 들어가서 복음을 전한 차덕순 전도자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최근 KBS에서 입수한 영상에 나오는 기독교인 두 명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해당 영상에 따르면, 생활이 빈곤했던 차덕순은 여러 마을을 다니며 생계를 이어가도록 북한 정부의 허가를 받았다. 현숙 폴리 대표는 “차덕순은 여행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했다. 영상을 보면, 차덕순은 가난하거나 하층 계급에 속했거나 고통받는 사람에게 돈을 줬고, 또한 몇몇 저명한 조선 기독교인의 후손을 찾아가 함께 예배를 드렸다. 이 영상에는 이러한 지하교인들이 주일마다 모여 예배하고, 기도하고, 찬송가를 부르고, 성경을 공부하고, 심지어 가장 바쁜 농사철에도 안식일을 지켰다는 말이 나온다. 그 영상에는 복음을 전한 차덕순과 다른 지하교인들이 사용한 성경과 기독교 자료의 사진도 포함돼 있다”고 했다.

▲순교자 차덕순. 그녀의 이야기는 북한 당국이 보위부원들을 훈련하기 위해 제작한 반종교적 교육 영상에 보존돼 있다.&nbsp;

▲순교자 차덕순. 그녀의 이야기는 북한 당국이 보위부원들을 훈련하기 위해 제작한 반종교적 교육 영상에 보존돼 있다. 

그녀는 “영상은 ‘간첩 차덕순이 다른 북한 주민을 간첩으로 포섭하려 했다’고 주장한다. 복음 전도를 이런 식으로 정의하는 것은 북한이 사상 선전을 할 때 전형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이 영상은 “차덕순의 정체가 결국 경각성 높은 군중의 신고에 의해 적발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숙 폴리 대표가 지적하듯이, 그 경각성 높은 군중은 영원히 잊혔지만, 주님께서는 차덕순의 이야기가 사라지지 않고 그녀를 순교시킨 박해자들에 의해 보존되도록 역사하셨다.

현숙 폴리 대표는 북한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제작한 이러한 교육용 영상이 ‘북한 내부에서 기독교 자료들이 유통되고 있다는 시각적 증거’를 제공해 줄 뿐 아니라, 예수님을 신실하게 증거했다는 이유로 순교한 북한 지하교인들의 이야기를 보존하고 확산시키시는 하나님의 방법 가운데 하나라고 믿고 있다.

현숙 폴리 대표는 “성경은 하나님의 길은 우리의 길과 다르다고 말한다. 우리는 오직 기독교인만 복음을 확산시키고 순교자들의 이야기를 기억하는 일에 쓰임받을 수 있다고 잘못 생각한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자신이 인류 역사 최악의 박해자들까지도 사용하셔서 지구상에서 가장 폐쇄적인 나라 내부에 말씀을 확산시키고 은혜와 자비의 이야기를 전하고 계신다는 사실을 북한 정부에서 제작한 이러한 교육 영상을 통해 보여 주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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