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기독교계 “일자리 창출로 빈곤 근본적 해결을”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펀자브주 당국의 ‘현금 지원’ 계획 발표에 비판

▲파키스탄 동부와 인도 북서부에 위치한 펀자브주.

▲파키스탄 동부와 인도 북서부에 위치한 펀자브주.

파키스탄의 한 지방 정부가 오는 12월 20일부터 일부 소수종교인을 대상으로 현금 지원을 시작할 예정인 가운데, 정부가 이들의 일자리 창출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기독교 지도자들은 정부가 소외된 지역사회 구성원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 집중해, 그들이 존중받는 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촉구했다.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에 따르면, 펀자브주 인권 및 소수자 부서는 최근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5만 가구에 3개월마다 10,500파키스탄루피(약 5만 4천 원)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수자 카드’ 온라인 등록은 12월 5일부터 2025년 1월 5일까지 진행된다. 

▲파키스탄 펀자브주 웹사이트.

▲파키스탄 펀자브주 웹사이트.

웹사이트에 따르면, 지원자는 소득, 가족 규모, 생활 조건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지표를 기반으로 빈곤 수준을 계산한 빈곤도 테스트(PMT)에서 45점 이하(100점 만점)를 받아야 한다. 45점 이하는 심각한 빈곤을 의미한다.

2023년 파키스탄 국가인구조사에 따르면, 기독교인은 전체 인구 2억 4,100만 명 중 1.37%를 차지하고 있다. 파키스탄 기독교인은 대부분 펀자브주에 살고 있으며, 그들 중 다수는 자녀를 위해 적절한 생계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파키스탄 인도주의 단체 ‘파키스탄선교협회’(Pak Mission Society, 이하 PMS)의 아딜 레마트(Adeel Rehmat) 최고책임자는 CDI와의 인터뷰에서 “펀자브 정부가 발표한 이 분기별 구제금은 이 지방에 사는 가난한 기독교인들이 직면한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해결책이 아니다. 우리 국민 대부분은 위생 노동자와 농장 노동자와 같은 하찮은 직업에 종사 중이다. 3개월마다 제공되는 10,500파키스탄루피가 어떻게 그들의 삶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특정 수의 빈곤한 소수민족에게 현금을 지원하는 대신, 그 돈을 더 나은 일자리를 창출하거나 교육 장학금을 제공하는 데 사용해 소외계층의 사회적 지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레흐마트는 “정부가 소수종교인들에게 정말로 관심이 있다면, 이들이 소규모 사업을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되는 소액금융제도를 시작할 수도 있다. 우리 국민은 생활 수준을 높이기 위해 경제적으로 힘을 얻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황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2004년 설립된 PMS는 기독교인들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 왔다. 레흐마트는 “우리는 많은 기독교인들에게 현금 지원금으로 소규모 사업을 시작하도록 도움을 줬고, 오늘날 그들은 존경받는 삶을 살고 있다. 또한 우리는 농장 교육을 조직하고 농촌 지역에 사는 기독교인들에게 도구와 장비를 제공해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했다.

2020년에는 파키스탄에서 사역과 선교 사업에 자원을 투자할 신앙 중심의 기업가와 사업체 운동을 구축하기 위해 ‘파키스탄 비지니스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그는 “정부가 빈곤한 소수민족의 삶을 개선하는 데 진정으로 헌신한다면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키스탄장로교회(Presbyterian Church of Pakistan)의 수석목사인 루벤 카마르(Reuben Qamar)는 소수자 카드 제도는 기독교인들의 눈에 여당의 이미지를 돋보이게 하려는 정치적 움직임이라고 지적했다.

카마르 목사는 “우리는 기독교인을 사회적·경제적으로 고양시키려는 진지한 시도를 보지 못했다. 우리 국민은 현금 지원이 아닌 일자리를 받을 자격이 있다. 게다가 정부는 5만 가구만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고, 다른 수천 가구는 제외했다”며 소수자에게 저금리 사업자금 대출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기술 개발에 투자하자는 레흐마트의 제안을 지지했다. 

카마르 목사는 “정부의 이러한 지원 프로그램은 사람들이 구걸하고 구호를 위해 줄을 서도록 부추길 뿐”이라며 “그들은 존중받는 삶을 유지하도록 동기를 부여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독교인으로 알려진 펀자브 의회 에자즈 오거스틴(Ejaz Augustine) 의원은 “정부의 계획이 가장 가난한 기독교인들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그러나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약간의 지원을 받는 것이 낫다”고 했다. 

그는 CDI와의 인터뷰에서 “이 제도의 범위는 5만 가구에 국한돼 있지만, 현금 지원을 통해 이들도 최소한 일부 가계 비용을 충당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펀자브 의회의 다른 기독교 의원 4명과 함께 지방정부가 기독교인에게 더 나은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를 도입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독교는 펀자브에서 가장 큰 소수종교지만, 시크교와 힌두교 및 다른 커뮤니티에 비해 가장 약하다. 경제적 요인은 기독교 공동체 발전에 큰 장애물이며, 우리가 모두 이 위기에서 우리 국민을 끌어내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호르의 사회정의센터(Center for Social Justice)가 2023년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펀자브의 소수민족 사회에는 빈곤이 만연하며, 대부분 가구가 월 3만 파키스탄루피(약 16만 원) 미만을 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소득은 올해 7월에 도입된 연방 및 지방 최저 임금인 3만 7천 파키스탄루피(약 19만 원)보다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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