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올해, 어떻게 지냈는지 돌아보는 시간 가져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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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찬북뉴스 칼럼] 귀 기울이는 총명

▲시작한 지가 엊그제 같은 2024년이 벌써 끝나가고 있다. ⓒ픽사베이

▲시작한 지가 엊그제 같은 2024년이 벌써 끝나가고 있다. ⓒ픽사베이

“이 하나님은 영원히 우리 하나님이시니 그가 우리를 죽을 때까지 인도하시리로다(시 48:14)”.

1. ‘벌써?’인가요 아니면 ‘뭘 새삼스럽게’인가요? 12월 말입니다.

스마트폰과 노트북이 보여 주는 숫자들은 왠지 잘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숫자에만 불과할 뿐, 짧게라도 매일의 기록을 담아내는 수첩이나 종이 다이어리에서만 느낄 수 있는 세월의 질감이 전해지지 않아 아쉽습니다.

잡아두지 못하고 그대로 흘려보낸 날들의 기록이 더 많은 2024년 다이어리를 들여다 보니, 마음이 헛헛하기만 합니다. 이맘 때 늘 그랬듯 서점에 들를 때마다 잠깐이나마 내년 다이어리 판매 코너를 기웃기웃 하는 마음을 다들 아시겠습니다.

이러다 금세 2025년이라며, 떠들썩하게 새해가 와 버리면 또 정신없이 새날을 맞이할까 두려운 마음에, 기어이 단 하루라도 지난 시간을 정리하며 자신을 정돈하는 고요한 시간을 보내리라 다짐해 보긴 합니다.

안 그러다가는 시간과 그 안에 있는 선물 같은 기회를 고스란히 내버리는 어리석은 인생이 될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고요한 시간에 가만히 귀 기울이는 것이 ‘총명’이라고 시인 윤동주는 벌써 젊은 날에 노래했더군요.

‘황혼이 짙어지는 길모금에서 / 하루 종일 시들은 귀를 가만히 기울이면 / 땅거미 옮겨지는 발자취소리 / 발자취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 나는 총명했던가요(윤동주, ‘흰 그림자’ 중에서)’.

2. 마음대로 밖에 나갈 수도 없었습니다. 들끓던 선교의 열정에도 불구하고 2년의 시간은 꼼짝없이 갇혀 지내는 날들이었습니다. 찾아오는 사람들이야 만날 수 있다 해도, 찾아가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어도 만날 수 없고, 먼 데서 들려오는 소식들에 안타까운 마음을 쓸어내릴 따름이었습니다.

그런 시간들이 계속된다면 대부분 영적 하락과 퇴보의 위험에 노출되기 쉽고, 그렇게 된다 해도 상황이 그러니 어쩔 수 없었다며 얼마든지 이유를 댈 수 있는 환경이었습니다.

그런데 그의 불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성경은 이렇게 기록하고 있는데, 거기에는 어떠한 장애나 부자유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활달한 자유가 잔뜩 깃들어 있습니다.

“바울이 온 이태를 자기 셋집에 머물면서 자기에게 오는 사람을 다 영접하고 하나님의 나라를 전파하며 주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모든 것을 담대하게 거침없이 가르치더라(행 28:30-31)”.

비록 그는 가택연금되어 있었지만 하나님의 말씀은 여전히 달음질하고 있었으며(살후 3:1), 전혀 매이지 않았습니다(딤후 2:9). 한술 더 떠 그는 자신을 염려하고 있는 빌립보 교회의 성도들에게 다음과 같은 역설적인 말을 하기까지 합니다.

“내가 그리스도 예수께 잡힌 바 된 그것을 잡으려고 달려가노라 … 즉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달려가노라(빌립보서 3:12-14)”.

갇혀 있음에도 여전히 달려가는 삶이라니요! 그러나 이것이 그에게는 사실이었습니다. 오늘날 비록 분주하게 움직이고는 있으나 도리어 뒷걸음질치고 있는지도 모르는 우리에게 커다란 도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갇혀 있었기에 단순한 삶을 살았고, 갇혀 있었기에 오히려 고요한 중에 들려오는 주님의 음성을 귀에 담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갇혀 있었기에 삶에서 들려오는 발자취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총명했을 것입니다.

3. 올해도 많이 바쁘셨지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런데 푯대를 향해 달려갔다 했던 사도 바울처럼, 숨가빴던 우리의 지난날도 삶의 부르심을 향해 단 한 걸음이라도 분명한 전진이었는지는 돌아봐야 하겠습니다. 올바른 방향을 향한 최선의 달리기였는지 말입니다.

“천천히 가는 것을 두려워마라. 다만 멈춰버리는 것을 두려워하라(不怕慢, 只怕站, 부파만 즈파짠)”는 중국 속담이 있습니다. 걸어도 됩니다. 쉬엄쉬엄이어도 됩니다. 조금 느려도, 천천히 왔어도 괜찮습니다.

때로는 힘겨워 주저앉았던 때도 있었겠지요. 어쩌면 넘어져 무릎팍이 깨졌는지도 모르지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우리 역시 멈추지 않았으니까요. 그러니까 하나님과 함께, 또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오늘 여기에 또 있는 것이니까요.

에이브러햄 링컨도 이렇게 말했다지요. “나는 천천히 가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뒤돌아가지는 않습니다(I am a slow walker, but I never walk back)”.

2024년 한 해, 충분히 눈길 주지 못하고 마음 쓰지 못해 아쉬운 점도 많았겠지만, 그런 중에도 미쁘신 하나님은 우리 안에서 일하셔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크고 작은 열매를 맺으셨겠습니다. 또 우리의 걸음을 굳게 하시고 인도하셨습니다.

이 하나님께서 영원히 우리의 하나님이 되셔서, 우리를 내년도에도 그리고 죽을 때까지 인도하실 것입니다(시편 48:14). 다만 그 인도하심에 가만히 귀 기울이는 총명이 우리에게 있기를, 그리하여 그 발자취를 따라 푯대를 향하여 한 걸음씩 나아가 우리의 날을 계수하며 세월을 아끼는 우리가 되길 바랄 따름인 것입니다. 한 해가 저무는 이 때, 우리 모두에게 이 신령한 지혜를 더해주시길!

나상엽
크리스찬북뉴스 명예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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