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한 칼럼] 체포되어 빌라도의 법정에 서신 예수: 두 가지 역설(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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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예수 논구 시리즈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 원장, 샬롬나비 상임대표,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 원장, 샬롬나비 상임대표,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

I. 산헤드린 회의에서의 사전 공모

요한복음은 예수 체포 결정을 하기 위해 제사장들, 원로들, 율법학자들로 구성되어 모인 유대교의 최고 회의인 산헤드린 회의에 관하여 비교적 자세히 보도하고 있다(요 11:47-53). 요한의 기록에 의하면 마리아와 마르다의 동생 죽은 나사로를 ‘무덤에서 나오라!’ 하여 살려낸 이적 후에 많은 사람들이 예수를 믿고 따르자 대제사장들과 바리새인들이 산헤드린 회의를 소집하여 논의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 사람이 많은 표적을 행하니 우리가 어떻게 하겠느냐 만일 그를 이대로 두면 모든 사람이 그를 믿을 것이요 그리고 로마인들이 와서 우리 땅과 민족을 빼앗아 가리라 하니”(요 11:47b-48). 이들 유대 종교지도자들은 나사렛 예수가 많은 표적을 행하여 군중들이 그를 믿고 따르니 이를 그대로 두면 민란이 일어나 로마 점령군들이 치안을 유지하기 위하여 성전과 민족들을 유린하게 될 것을 염려한다.

이러한 논의 가운데서 그해의 대제사장인 가야바는 결정적인 말을 한다: “너희가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도다. 한 사람이 백성을 위하여 죽어서 온 민족이 망하지 않게 되는 것이 너희에게 유익한 줄을 생각하지 아니하는도다”(요 11:49b-50) 가야바는 성전과 백성에 대한 공직자로서의 염려와 지배계층의 이기적 권력보존의 엇갈린 동기에서 이러한 발언을 하였다. 가야바의 발언은 유대교 신앙의 관점에서는 신흥 종교가(宗敎家) 나사렛 예수의 성전 파괴와 백성 미혹에 대한 종교 지도자로서의 염려와 로마군 개입에 의한 지배계층 책임 추궁과 이에 대한 권력 박탈과 배상을 사전(事前)에 막으려는 이기적 권력 보존이 엇갈린 발언이었다. 대제사장이 직무상의 권위로 신학적으로 동기가 부여된 발언을 하자 공의회 위원들은 의혹을 떨쳐 버리고 가야바의 결정에 근본적으로 동의하게 이른다.

그러나 요한은 가야바의 이 발언이 그가 임의대로 한 것이 아니라 대제사장으로서 자신의 직무에서 나온 예언적 영감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말은 스스로 함이 아니요 그 해의 대제사장이므로 예수께서 그 민족을 위하시고, 또 그 민족만 위할 뿐 아니라 흩어진 하나님의 자녀를 모아 하나가 되게 하기 위하여 죽으실 것을 미리 말함이러라”(요 11:51-52). 이러한 사전 공모 후에 유대관청은 예수를 처형하기를 본격적으로 모의하였다: “이 날부터는 그들이 예수를 죽이려고 모의하니라”(요 11:53) 이때부터 유대관청은 본격적으로 예수를 체포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이는 대제사장들과 바리새인들이 누구든지 예수 있는 곳을 알거든 신고하여 잡게 하라 명령하였음이러라”(요 11:57). 예수는 체포령이 내려진 후에는 공개적으로 다니지 아니하시고 예루살렘으로부터 북쪽으로 20킬로 떨어진 빈들에 거하셨다(요 11:54).

II. 체포되심: 자신을 기꺼이 대적자에 내어주심.

예수의 체포과정에 대하여는 공관복음에서는 짤막하게 보도한다: “그 때에 대제사장들과 백성의 장로들이 가야바라 하는 대제사장의 관정에 모여, 예수를 흉계로 잡아 죽이려고 의논하되”(마 26:3-4). “이틀이 지나면 유월절과 무교절이라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이 예수를 흉계로 잡아 죽일 방도를 구하며”(막 14:1). “유월절이라 하는 무교절이 다가오매,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이 예수를 무슨 방도로 죽일까 궁리하니 이는 그들이 백성을 두려워함이더라”(눅 22:1-2).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를 마치신 후 예수는 대제사장과 장로들이 보낸 큰 무리에 의하여 체포당하시게 된다. 요한은 이 장면을 다음같이 기록한다: “예수께서 이 말씀을 하시고 제자들과 함께 기드론 시내 건너편으로 나가시니 그 곳에 동산이 있는데 제자들과 함께 들어가시니라. 그 곳은 가끔 예수께서 제자들과 모이시는 곳이므로 예수를 파는 유다도 그 곳을 알더라. 유다가 군대와 대제사장들과 바리새인들에게서 얻은 아랫사람들을 데리고 등과 횃불과 무기를 가지고 그리로 오는지라”(요 18:1-3). 예수는 자신이 팔리게 됨을 미리 아신다. 예수는 제자들에게 이르신다: “이제는 자고 쉬라 보라 때가 가까이 왔으니 인자가 죄인의 손에 팔리느니라. 일어나라 함께 가자 보라 나를 파는 자가 가까이 왔느니라”(마 26:45-46). 가룟 유다는 대제사장들과 장로들에게서 보냄을 받은 무리들과 함께 예수에게 다가왔다. 이들은 칼과 창과 몽치를 들었다. 가룟 유다는 예수에게 입 맞추며, 예수를 잡도록 신호를 한다. 무리들은 예수를 체포하고자 한다. 이때 베드로는 칼을 휘둘러서 대제사장의 종, 말고(Malchus)의 귀를 떨어뜨린다. 베드로를 비롯한 제자들은 무력적 저항을 시도하고 그의 선생을 보호하고자 한다.

예수는 이를 제지하고 말씀하신다: “네 칼을 도로 칼집에 꽂으라. 칼을 가지는 자는 다 칼로 망하느니라”(마 26:52). 그 때에 예수께서 무리에게 말씀하신다: “너희가 강도를 잡는 것 같이 칼과 몽치를 가지고 나를 잡으러 나왔느냐. 내가 날마다 성전에 앉아 가르쳤으되 너희가 나를 잡지 아니하였도다”(마 26:55). 예수는 자기를 잡으러 온 자들이 자신을 강도를 잡는 것 같이 무기를 들고 온 것에 대하여 베드로를 비롯한 제자들의 무기(武器) 저항을 만류하신다. 그리고 자신을 기꺼이 이들에게 내어 주신다. 이는 예수 자신이 평화의 종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복음서 기록자 마태는 이 사건을 하나님의 섭리로 해석하여 다음같이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된 것은 다 선지자들의 글을 이루려 함이니라”(마 26:56). 이때 가룟 유다와 대제사장들의 하수인들이 와서 예수를 체포하니 “이에 제자들이 다 예수를 버리고 도망하니라”(마 26:56). 그리고 자기들의 스승이 체포되자 예수의 제자들은 모두 자기 목숨을 구하기 위하여 뿔뿔히 흩어져 버리고 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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