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자들을 신실한 그리스도의 일꾼으로 세우는 복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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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찬북뉴스 서평] 제자도

헤르만 바빙크의 성도다운 성도
존 볼트 | 박재은 역 | 다함 | 488쪽 | 30,000원

도서출판 다함에서는 ‘헤르만 바빙크의 교회를 위한 신학 시리즈’로 현재까지 여섯 권의 책을 출간했다. 기독교 세계관, 찬송의 제사, 설교론, 교회를 위한 신학, 일반 은총에 이어, 여섯 번째 책이 바로 <성도다운 성도: 신실한 헌신으로 예수님을 따르는 그리스도인의 삶>이다.

나머지 다섯 권의 책이 바빙크가 직접 쓴 글을 번역한 책이라면, 이 책은 존 볼트—토론토 세인트 마이클스 대학에서 헤르만 바빙크의 윤리-성화론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미국 칼빈 신학교 조직신학 명예교수—가 “바빙크 자신의 목소리가 더욱 강하게 부각되길 원하는 마음”으로 정리한 책이다. 볼트는 특히 한국어판 서문을 작성했는데, 한국 학자들과 학생들을 통하여 바빙크의 글이 한국어로 번역될 수 있었음에 감사를 표한다(27쪽).

바빙크 신학의 특징을 삼위일체 신학으로 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에서도 바빙크는 그리스도인의 제자도 삶의 근거를 삼위일체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인간이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영접하고 그분이 제시한 삶의 방식을 ‘인간 경험의 모든 범주’, 즉 가정, 일, 문화, 사회 등에 적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돼 있으며, 1부에서는 그리스도인의 삶을 위한 기초로서 창조와 연합, 2부에서는 그리스도인의 제자도의 모습으로 그리스도의 본과 기독교 세계관, 3부에서는 그리스도인의 제자도 실천으로 여러 삶의 범주인 결혼과 가정, 일과 소명, 문화와 교육, 시민사회 등에 어떻게 제자도를 드러낼 것인지 설명한다.

바빙크의 글은 쉽게 읽히지 않는다. 난해하다는 말이 아니다. 가볍게 쓴 글이 아니라는 말이다. 제임스 에글린턴은 그가 쓴 바빙크 비평적 전기에서 바빙크가 저술 사역을 통해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하면서, 굉장히 심혈을 기울여 글을 쓰고 또 고쳐 썼다고 소개한 적이 있다.

▲헤르만 바빙크.

▲헤르만 바빙크.

바빙크의 글을 읽을 때, 독자는 에글린턴이 내린 평가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신학적으로 풍부하면서도 신학적 개념을 오해하게 만드는 여러 정통 또는 사변적 해석을 경계하고, 실제 적용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하면서도 진부하지 않고 신선한 방식으로 다루고 있는 주제를 독자에게 설명 및 설득한다.

어떤 대목에서 독자는 바빙크가 개혁주의 신학의 관점과 조금 다른 시각을 가지려고 하는 것 같다는 판단을 하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바빙크는 걱정할 만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가 제시하는 여러 가지 관점은 그동안 계속 개혁이 요구된 개혁주의 신학의 또 다른 측면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결론적으로 바빙크는 칼뱅주의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선포하는 데 열심을 냈던 신학자임에 틀림 없다.

제자도로 돌아와서 바빙크는 사람이 삼위일체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고귀한 존재로 지음받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타락은 사람이 받은 소명을 절대로 스스로 이룰 수 없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왔고, 그리스도와 연합하는 구원의 결과로서 사람은 다시 하나님의 창조 목적에 따라 그분의 형상을 담지하는 자로서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과 신비적으로 연합하고 교제하며 아들의 형상을 따라 변화되고 닮아간다.

바빙크는 제자도의 기초로 복음을 진술하는데, 이는 그리스도의 제자가 단순히 본인의 의지와 노력으로 시작하거나 이룰 수 없는 것임을 분명히 한다. 복음의 능력이 영적으로 죽은 자를 살려 새로운 삶을 살게 하는 것이다.

제자도는 단순하게 설명하면 예수님을 따르는 것이지만, 그것은 삶의 지극히 작은 부분을 그리스도께 헌신하는 것이 아니라 삶 전부를 바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말은 수도원주의 같은 굴레를 씌우는 것이 아니라, 삶의 모든 영역을 그리스도께서 다스리심을 인정하는 것이고, 그것은 그리스도가 순종하신 아버지의 뜻을 삶의 모든 범주에 적용한다는 말이다.

바빙크는 이것을 ‘세계관’으로 설명한다. 세계관은 안경처럼 우리가 보는 모든 사물과 사람, 사건의 모습을 바꾼다. 제자도는 그리스도와의 연합을 통해 모든 관점을 뒤바꿔놓는 삶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런 삶의 범주에는 바빙크가 따로 분류한 결혼과 가정, 일과 소명, 문화와 교육, 시민 사회가 모두 포함된다.

그리스도의 제자는 살든지 죽든지 다 그리스도를 위하여,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 영광을 위하여 하는 자들이다. 제자도의 부르심에서 예외가 되는 삶의 조각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이는 칼빈이 중세 시대 취약했던 제자도 신학을 되살려놓은 성경적 제자도 관점이고, 바빙크는 그것을 여러 측면에서 풍요롭게 설명하고 있다.

한때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믿는 것과 주로 따르는 것의 차이를 강제로 구분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신자와 제자는 다르다고 말하면서.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를 주라고 부르는 자가 어떻게 주를 따르지 않을 수 있는가?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천국에 들어갈 것이 아니라, 하늘에 계신 아버지 하나님의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천국에 들어간다. 참 신자는 모두 제자다. 제자가 아닌 자는 신자가 아니다. 복음은 믿는 자를 신실한 그리스도의 일꾼으로 세운다. 그들은 삶의 각 영역에서, 자기 맡은 자리와 받은 은사를 가지고 예수님을 따르고 헌신적으로 섬기는 삶을 산다.

바빙크가 이 책을 통해 독자를 권하는 길은 다른 길이 아닌, 예수께서 자기를 믿는 자들을 부르신 그 삶이다. 그 길이 무엇인지, 얼마나 감격스럽고 기쁜 삶을 요구하셨는지, 얼마나 광범위하고 헌신적인 자세를 동반하는지, 바빙크의 책을 통해 모든 독자가 유익을 얻기를 간구한다.

조정의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인
유평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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