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국가 대형 백화점에 성탄절 장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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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141] 제3차 전도여행(28) 갈라디아(2)

바울이 갈라디아서 썼던 시점
서기 49년 혹은 56년으로 추정
로마 시대 대형 공중 목욕탕도
소나무 원목 실은 트럭 반가워

▲앙카라 성벽.

▲앙카라 성벽.

“사람들에게서 난 것도 아니요 사람으로 말미암은 것도 아니요 오직 예수 그리스도와 및 죽은 자 가운데서 그리스도를 살리신 하나님 아버지로 말미암아 사도 된 바울은 함께 있는 모든 형제로 더불어 갈라디아 여러 교회들에게 우리 하나님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로 좇아 은혜와 평강이 있기를 원하노라(갈라디아서 1장 1-3절)”.

사도 바울이 갈라디아서를 쓴 시점에 대해, 일부 성경학자들은 “만약 갈라디아가 루가오니아(바울이 서기 40년대 후반에 교회를 세운 루스드라, 더베, 이고니온이 있는 곳) 지역을 말한다면 서기 49년경이라고 할 수 있지만, 만약 갈라디아가 민족을 뜻하는 것이라면 이는 앙카라 근처에 살고 있는 교인들에게 보낸 것으로 서기 56년경에 쓴 것”으로 여기고 있다.

필자는 성경학자는 아니지만, 갈라디아는 민족이나 부족보다는 지역 이름으로 주로 사용되고 있으며, 갈라디아서 1장 2절에는 명확하게 바울이 갈라디아(지역) 여러 교회들에게 보내는 인사말이 있으므로, 서기 49년경에 쓴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인구 600만 명이 살고 있는 앙카라 시내 중심에는 서기 212-217년 사이 로마 황제 카라칼라(Caracalla)가 건설한 것으로 추정되는 로마 시대 대형 공중 목욕탕이 있다. 이것은 앙카라 박물관 코사이(Hamit Kosay) 관장에 의해 1938-1939년 발굴됐으며, 현재도 계속 발굴 중에 있다.

▲앙카라 성에서 본 앙카라 시내.

▲앙카라 성에서 본 앙카라 시내.

목욕탕 현관에는 양쪽에 각각 대리석 기둥 32개가, 둘레에는 128개의 기둥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목욕탕 자리와 율리아누스 기념탑 사이의 도로는 길 양 옆에 웅장한 기둥이 서 있었다.

목욕탕 내부는 옷을 갈아입는 탈의실(Apoditerium), 냉탕(Frigidarium), 온탕(Tepidarium), 열탕(Caldarium) 으로 구분됐고, 겨울이 추운 앙카라의 특성 때문에 온탕과 열탕은 아주 크게 자리잡았다.

온탕과 열탕은 욕탕 바닥 밑에 열기를 순환시켜 물의 온도를 높였다. 물론 이런 유적들은 바울의 전도와 직접적 관계는 없고, 당시 로마 제국의 통치를 받던 사회·문화·학문의 수준을 아는 데 간접적으로 도움이 될 뿐이다.

우리가 요한계시록에 등장하는 일곱 교회와 갑바도기아, 그리고 앙카라를 방문했을 때는 연말이었다. 튀르키예는 이슬람 국가이므로 에베소, 서머나(오늘날의 이즈미르) 등 여러 곳을 방문하였을 때에는 성탄절 분위기가 전혀 없었는데, 앙카라 시내에 있는 대형 백화점에 들어갔다가 성탄절 분위기에 놀랐다.

즉 백화점 안에는 대형 산타클로스가 큰 선물 꾸러미를 등에 지고 있고, 성탄절 트리 장식도 있었다. 중동 지역 이슬람 국가들이 서구 기독교의 전통적 이벤트를 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튀르키예 수도의 백화점에서 기독교 문화의 하나인 산타클로스를 시즌 이벤트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 것이다.

▲목욕탕의 크기를 짐작하게하는 공중 목욕탕 탈의실.

▲목욕탕의 크기를 짐작하게하는 공중 목욕탕 탈의실.

우리는 앙카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오후 1시에 출발해 고속도로를 타고 오던 중, 오후 3시 20분 볼루(Bolu) 휴게소에 들러 잠시 휴식했다가 다시 이스탄불을 향해 달렸다. 주위 낮은 산 언덕에는 눈이 덮여 있었고, 고속도로에는 맞은편에서 뉴질랜드와 남아메리카 칠레에서 수입한 라디아타 파인(Radiata Pine) 소나무 원목(原木)을 가득 싣고 달리는 대형 트럭을 가끔 만날 수 있었다. 항구에 하역된 원목을 트럭으로 내륙의 도시로 운반하는 것이다.

이들 원목을 보니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갑다. 서울대학교에서 임산(林産) 가공학을 전공한 필자는 군대를 제대한 뒤 목재 회사에 입사하여 세계 각국의 목재 자원을 찾아 수출용 합판 원자재를 확보하고, 제3국 목재무역을 하는 데 34년을 보냈다. 그러므로 몇 년 전에는 <세계의 목재자원을 찾아서 30년>이라는 책을 저술하였다.

회사 업무로 뉴질랜드와 칠레에도 수없이 많이 방문하였고, 특히 칠레에서는 필자가 근무하던 회사가 1993년 라디아타 소나무를 가공하는 사업을 시작해(한국 회사로서는 칠레에 최초로 대규모 투자를 하였음) 이스라엘인 사업가의 소개로 튀르키예로도 수출하였기에, 필자도 2년 반 동안 칠레 현지회사 책임자로 일한 적이 있다.

이런 이유로 이스탄불로 가는 도중 라디아타 소나무를 만나니 반가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회사는 아직도 30년이 넘도록 칠레에서 이 사업을 성공적으로 계속하고 있다. 여하튼 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가다, 뜻밖에 필자와 오랫동안 동거동락한 정겨운 나무도 만나게 되었다.

▲공중 목욕탕의 온탕.

▲공중 목욕탕의 온탕.

권주혁 장로

세계 145개국 방문
성지 연구가, 국제 정치학 박사
‘권박사 지구촌 TV’ 유튜브 운영
영국 왕실 대영제국 훈장(OBE) 수훈
저서 <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사도 베드로의 발자취를 찾아서>, <여기가 이스라엘이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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