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즉각 긴급구호 나서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관련, 한국교회가 긴급구호에 나섰다. 국내에서 발생한 가장 큰 항공사고로 여겨지는 이번 참극 앞에서 한국교회는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는 말씀을 실천하며 아픔을 나눴다.
사고 발생 당일인 12월 29일, 비통한 소식을 들은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은 긴급구호활동을 결정하고 그날 밤 구호물품을 실은 채 즉시 사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유가족들이 모여든 무안국제공항 대합실은 곳곳에서 탄식과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눈물을 흘릴 힘조차 잃어버린 유가족들에게 간식과 부식, 구호품을 전달하며 부족하나마 온기를 나눴다.
봉사단장 조현삼 목사는 사고 소식이 전해진 당일 오후, 무안지역 담당 목사와 전화 통화로 긴급구호활동 가능 여부를 타진했고, 그날 밤 11시경 봉사단 교역자들에게 사고 현장 출동 소식을 알렸다.
성백철 목사를 팀장으로 한 8명은 긴급히 구호품을 구입해 봉사단 1톤 탑차와 밴, 승합차 등 3대에 나눠 실은 뒤 자정을 넘긴 시각에 서울을 출발했다. 이들은 “300km가 넘는 거리를 쉼 없이 달리는 동안 181명이 탑승한 비행기에서 2명의 생존자를 제외하고 대다수 사망자들을 수습하는 소식을 들었다. 발걸음을 옮기며 ‘우는 자와 함께 울라’는 말씀이 계속 마음에 맴돌았다”고 전했다.
30일 새벽 4시 30분 무안국제공항 출국장 2층에 긴급구호팀 차량이 도착했다. 봉사단은 “대합실 곳곳에는 불현듯 터져나오는 신음과 울부짖음이 들렸다”며 “너무나 심각한 사고의 현장을 이미 목격한 유가족들의 간헐적인 신음이, 도리어 그들 안에 있는 깊은 절망을 드러냈다. 울 힘조차 잃어버린 그들의 탄식 속에서 깊은 안타까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무안 청계중앙교회 이윤동 목사를 사고 현장 구호팀장으로 세우고 긴급 구호를 시작했다. 현장에 합류한 예장 합동 무안노회 소속 20여 명의 목회자들과 함께, 봉사단은 유가족 등 현장에 있는 이들에게 컵라면과 생수, 각종 음료와 커피, 차, 필요한 물품을 나눴다.
사고 현장에서 사망한 시신들은 신원 확인이 끝나야 유가족에게 인도되는 상황이었다. 당시까지 생사와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던 유가족들은 공항 대합실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기다려야 했다.
이들에 따르면 30일 냉동 컨테이너가 공항 인근에 도착해 임시 안치소로 사용되고 있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시신 신원 확인 절차를 진행 중이다. 봉사단은 “유가족들은 작은 대합실 의자에 몸을 누이며 슬픔과 피로 속에서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기하는 유가족들과 구호대원 모두에게 돌봄이 필요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구호활동을 진행하던 중, 광주에서 1시간 걸려 오신 한 어머니가 본인이 준비한 어묵탕 100인분을 같이 전달해 줄 수 있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스티로폼 네 박스 가득한 어묵탕에 담긴 깊은 마음이 우리 구호팀의 마음까지 울렸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대한적십자사는 구호요원·봉사원·심리상담활동가 등 총 136명을 사고 현장에 긴급 출동시키며 담요, 생수 등 구호물품을 비롯해 재난대응차량, 회복지원차량, 유가족이 대기하며 쉴 수 있는 텐트 150동 등을 마련했다.
한편 이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사망한 179명 중 141명의 신원이 확인됐다(오전 11시 기준). 사고 당국은 유해를 임시 안치소에 보존 중이며, 신원 확인 및 검시 절차가 끝난 뒤 유가족에게 인도할 예정이다.
정부는 국가 애도 기간 동안 전국 17개 시도에 분향소를 설치해 희생자를 추모하며, 사고 원인 조사를 위해 현장을 보존하고 유류품 수습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