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찬북뉴스 칼럼] 흰눈의 매력과 힘
간밤에 눈이 꽤나 내렸습니다. 지금도 창밖을 내다보니 눈이 조금씩 하늘에서 바람 타고 휘날립니다. 함박눈이 내릴 때는 하늘 공중에서 이 세상을 찾아오는 눈이 기뻐 춤을 추는 듯합니다.
자연스럽게 어렸을 때 눈 내리던 날을 떠올려 봅니다. 첫눈이 내릴 때쯤이면, 때마침 한낮에 하늘에서 함박눈이라도 내린다 치면, 철없는 우리 어린이들은 눈 맞으면서 그리도 기뻐 날뛰었지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온 동네아이들이 집 마당에나 길가에 뛰쳐나와 겨울 눈을 환영했습니다. 개들도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꼬리를 흔들어대고 컹컹 짖으면서 기쁨을 함께했습니다.
간밤에 소리 없이 펑펑 쏟아 내린 눈은 소복소복 쌓이면서 하룻밤 사이 온 세상을 하얖게 덮어 눈 세상으로 만들었습니다. 하룻밤 깜짝 쇼처럼, 겨울왕국 별천지로 만든 예술력이 대단합니다. 아침 떠오르는 동녘 햇살에 비추이는 그런 눈 덮인 세상을 바라보노라면 “와! 눈 왔다!”하며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눈부시게 아름답습니다.
물론 자연이라는 화판 위에 눈을 소재로 사용해 천지를 새하얀 겨울 정겨운 세상으로 그려내는 창조 예술은 절대자 하나님의 솜씨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구름 속 떠 있던 물방울을 밤 사이에 흰 눈으로 거듭나게 해, 구름 밑으로 흩뿌려 지상 산과 들 건물들까지 온통 은빛 찬란한 아름다운 세상으로 만들어 내시는 하나님의 신비스럽고 멋진 예술 솜씨를 찬양드립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 하나님께서는 사계절마다 우리에게 자연을 살아 있는 그림으로 변화성 있게 새롭고 아름답게 꾸며놓고 가꿔 놓으시사, 싫증나지 않게 우리가 살며 누리게 해주십니다. 그러한 하나님의 손길에 감사드립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은 그 모양이 언뜻 보기에 솜털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모양을 현미경으로 확대해 보면, 육각형 모양의 정교하고 아름다운 꽃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 작은 눈송이 속에도 그렇게도 섬세하게 아름다운 꽃을 새겨 넣으셨습니다.
구름 속에 떠 있던 물방울을 눈으로 예쁘고 아름답게 창조적으로 개조하신 것입니다. 겉보기보다 속 모습이 더 아름다운 실체입니다. 우리네 사람 모습도 하나님 형상을 따라 지음받은, 각자 유일한 존재들이죠.
다윗은 “모태에서 나를 지으심이 신묘막측하다(시 139:14)”고 감탄 시를 썼습니다. 사람의 얼굴과 겉모양도 하나님께서 친히 만드신 걸작품으로 독특합니다.
하지만 속모습, 거듭난 내면의 실체 모습은 더없이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그 모습은 일반 현미경으로는 볼 수 없습니다. 오직 믿음의 현미경으로 들여다봐야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 모습은 하나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사랑스럽고 아름답고 향기로운 하나님 자녀들의 예쁜 꽃들입니다. 육적 가정인 꽃보다 하늘 궁 왕자 공주로서 영적 신분 자녀들 꽃들입니다.
눈에 대한 아름다움과 신비감을 잊으셨나요?! 어린 시절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셔서, 눈의 매력을 되찾아보세요. 그때 우리 눈에 들어오는 눈이 얼마나 신기하게 아름다웠나요!
눈에 대한 첫사랑과 감정을 우리는 어른이 되어 많이 잊고 사는 듯합니다. 10여 년 전 현직에 있던 추운 겨울, 필리핀 현지 목사님들 10여 분께서 한국교회 탐방차 1박 2일간 저희 교회에 머물렀던 적이 있었는데, 하필 1월달 강추위 때였습니다.
속으로는 ‘따뜻한 열대 나라에서 살다 하필 이 추운 겨울에 한국에 오셨을까! 그럴 사정들이 따로 있긴 하겠지만, 한국에서 가장 춥다는 1월 겨울은 그들에게 얼마나 추울까! 한국에서 해마다 겪는 우리도 한겨울은 추운데, 열대 나라에서 멀리 찾아온 그들에게 얼마나 가혹하게 추워 벌벌 떨릴까!’ 하고 은근히 걱정했습니다.
그 멀리서 찾아오신 필리핀 귀한 사자들이 조금이나마 더 따뜻하게 보내실 수 있도록, 교회 예배당 바닥과 교육관 바닥 난방을 최대로 가동했지요. 그런데 그들이 1박을 한 그날 저녁 눈이 내렸고, 다음 날 그들이 관광차 바깥 세상 나들이를 했습니다.
저는 그들이 너무 추워서 싫어할까 봐 걱정했는데, 기우였습니다. 그들은 한국 겨울 추위도 잊고 눈 내린 모습을 마냥 신기해했습니다. 난생 처음 눈을 직접 보고 체험한다고 들떠 기뻐합니다. 그 중 좀 더 젊은 남자 목사님께서는 갑자기 웃통을 벗어 제낍니다. 깜짝 놀라 ‘추운데 왜 그러시냐’고 묻자, “안 추워요. 한국 눈을 몸으로 체험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며 맨몸으로 눈을 맞는 기쁨을 만끽합니다.
저는 귀한 목회자들을 추운 겨울에 모시게 돼 미안했는데, 그들이 한국 농촌의 겨울을 접하고 그리도 좋아하실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그런 그들의 태도에 저는 너무 위로를 받았습니다. 마음 속으로는 ‘혹 적응을 잘 못해 감기라도 걸리면 어떻게 해!’ 하며 은근 걱정도 했지만, 하나님께서 특별히 돌보셨는지 한 분도 감기에 안 걸리고 일정을 잘 마치신 후 평택 모 교회로 무사히 떠나가셨습니다.
눈은 이렇게 동심의 세계에서, 또 성인들이라도 그들이 첫눈을 대할 때는 마음을 들뜨고 기쁘게 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이것은 눈에 대한 첫 사랑이기도 합니다.
우리도 내 심령 속에 생겨난 처음 믿음을 접하고 바라볼 때, 그 신기함에 얼마나 놀라고 기뻐했나요! 너무 기쁘고 감사해 “남은 생애 그 믿음을 선물로 주신 주님께 이제부터는 주님 한 분만 사랑하며 헌신하며 충성 다하며 살겠습니다”고 감격하며 찬양하며 춤추던 때가 있었지요.
물론 세월이 흐르면서 믿음 생활을 반복하고 연조가 쌓여가면서, 어른들이 눈을 보고 “하! 또 눈 왔네! 치우느라 힘들겠네” 하고 무덤덤해진 것처럼, 믿음 생활이 귀찮아지거나 퇴색되진 않으셨는지요?
초대교회 중 하나인 에베소 교회를 향해 주님께서 “첫사랑을 회복하라”고 촉구하신 음성대로, 오늘 우리도 주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고 마음 속에 영접하며 기뻐했던 순수한 첫사랑, 찐하게 느꼈던 그 첫 믿음의 세계를 회복하는 은혜가 새해를 맞아 새롭게 일어나기를 소망해 봅니다.
그래서 우리 믿음이 하나님 앞에서나 사람들 앞에서 매력덩이로 새롭게 믿음의 꽃을 피우고 향기를 발하며 생명력 넘치게 회복되시기를 축원합니다.
이진규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금현교회 원로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