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로부터의자유재단 명예이사장직 사임
영국의 유명 무신론 단체가 ‘성에 대한 전통적 정의와 이해’를 지지하는 기사를 삭제하자, ‘만들어진 신’의 저자이자 진화생물학자인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83) 박사가 해당 단체의 이사회를 떠났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도킨스 박사는 최근 정교분리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무신론 법률단체 ‘종교로부터의 자유 재단’(이하 FFRF) 명예이사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FFRF가 ‘프리 쏘우트 나우’(Free Thought Now) 블로그에 게재한 “생물학은 편견이 아니”라는 제목의 글을 성소수자 활동가들의 반발로 삭제하자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FFRF의 명예이사인 제리 코인(Jerry Coyne)이 작성한 해당 글은 “여성이란 무엇인가?”라는 과거 기사에 대한 응답이었다. 코인은 “여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기사는 ‘여성은 자신이 말하는 그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물론 이것은 동어 반복이며, 여전히 실제로 여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을 열어 둔다”고 했다.
이어 “일부 ‘넌바이너리’(남성과 여성 둘로만 분류하는 기존의 이분법적인 성별 구분에서 벗어난 성), 또는 ‘여성으로 규정하는 남성’(트랜스여성)은 자신의 정체성이 생물학적으로 적절하게 인식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생물학에 이념을 부과하고 ‘여성’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만들어 낸다”고 했다.
그는 여성을 ‘성인 여성’으로 정의하는 생물학적 정의를 옹호하고, 남성과 여성 간 생물학적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결과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특히 트랜스젠더로 식별된 남성 운동선수가 여성 경기를 지배하는 현상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분법적 성의 생물학적 현실을 받아들이고 이념에 기반한 개념을 거부하는 것은 ‘트랜스포비아’가 아니”라고 했다.
이어 “과학적 현실과 트랜스젠더 권리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트랜스젠더는 다른 이들의 모든 도덕적·법적 권리를 확실히 누려야 한다. 그러나 도덕적·법적 권리는 ‘지울 수 없는’ 성의 낙인이 다른 이들의 도덕적·법적 권리를 손상시키는 영역까지 확장되진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트랜스젠더 여성은 생물학적 여성과 운동 경기에서 경쟁해선 안 되고, 가정폭력 피해 여성을 위한 보호소에서 성폭력 상담사 또는 근로자로 일해서는 안 되고,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 여성 교도소에 수감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코인은 “FFRF의 성별 운동에 대한 침투는 역사적으로 이중적인 사명, 즉 무신론에 대한 대중 교육과 정부 및 사회 정책에서 종교를 배제하는 것에서 크게 벗어났다. 성 정의에 대한 편향된 주장은 두 사명 모두에 속하지 않는다. 성과 젠더는 유신론이나 수정헌법 제1조와 거의 관련이 없다”고 했다.
아울러 기독교 민족주의에 맞선 싸움의 일환으로 성과 젠더에 대한 ‘진보적’ 관점을 수용하는 것을 언급하며, “선교적 확장이 ACLU와 SPLC 등 한때 존경받은 다른 단체를 침식하기 시작했고, 이런 일이 FFRF에서 일어난다면 괴로울 것”이라고 했다.
이에 FFRF 공동대표인 댄 바커(Dan Barker)와 애니 로리 게일러(Annie Laurie Gaylor)는 12월 27일, 게시물 게재를 ‘판단 오류’로 설명하는 성명을 내고 “우리는 그것이 우리의 가치나 원칙을 반영하지 않기 때문에 삭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도킨스는 FFRF 웹사이트에서 코인의 게시물이 삭제되자, 12월 29일 이사회에서 사임했다.
코인이 개인 블로그에 공유한 이메일에 따르면, 도킨스는 “두 분에 대한 개인적인 존경심 때문에, FFRF 명예이사장직에서 사임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다. 캣 그랜트(Cat Grant)가 어리석고 비과학적인 ‘여자란 무엇인가?’라는 기사를 게재한 것은 사소한 판단 실수였으나, 이는 관련 분야, 즉 생물학 분야의 저명한 과학자 제리 코인의 반박을 게재하기로 한 결정으로 만회됐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아쉽게도, 후속 기사는 예측 가능한 곳에서 히스테리컬한 비명에 굴복했고 검열을 당했다. 이것은 흉측한 공황 상태였다. 게다가 FFRF가 저자에게 의도를 알리지도 않고 글을 바로 삭제한 것은 명예이사회 회원에 대한 통탄할 만한 무례한 행동이었다. 이제 난 후회하며 위원회를 떠난다”고 했다.
자신을 ‘자유주의 무신론자’라고 여기는 코인도 FFRF 명예이사회에서 물러났고, 캐나다 심리학자이자 심리언어학자 스티브 핑커(Steve Finger) 박사도 마찬가지였다.
핑거는 “이러한 조치로 재단은 더 이상 ‘종교로부터 자유’를 수호하는 것이 아니라 교리, 신성모독, 이단자를 포함한 새로운 종교를 강요하는 자가 됐다. 재단은 이성을 등졌다. 독자들이 당신의 반대 의견을 지지한다는 명확한 진술의 반대를 잘못 인식한다면, 적절한 대응은 당신의 진술을 고수하는 것이지 그들의 오류를 비준하는 게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FFRF는 ‘프리 쏘우트 투데이’와 ’프리 쏘우트 나우’라는 이름을 슬픈 농담으로 바꿔, 최악의 적들로부터 조롱을 받았다. 그리고 자신의 이사회 구성원들의 합리적인 조언에 대한 경멸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FFRF 지도부는 사임과 관련해 텔레그래프에 공유한 성명에서 “성적 지향과 성별에 대한 신념의 차이가 커지는 가운데, 이러한 사임은 불가피한 일이라고 믿었다. 우리는 리처드 도킨스와 스티븐 핑커에게 큰 존경심을 갖고 있으며, 그들이 수년간 우리 명예이사회에 앉아 준 것에 감사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