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142] 제3차 전도여행(29) 갑바도기아(1)
전도여행 시 갑바도기아 방문
기록 없어, 당시 성도들은 존재
기독교 역사 차원에서 방문해
의미 ‘친절하고 사랑스러운 땅’
“우리는 바대인과 메대인과 엘림인과 또 메소보다미아, 유대와 가바도기아, 본도와 아시아…(사도행전 2장 9절)”.
“예수 그리스도의 사도 베드로는 본도, 갈라디아, 갑바도기아, 아시아와 비두니아에 흩어진 나그네…(베드로전서 1장 1절)”.
사도행전 2장에는 예수님이 승천하신 뒤 처음 맞는 오순절(五旬節, Pentecost)에 갑바도기아(Cappadocia)를 포함한 여러 곳에서 온 기독교인들이 예루살렘에 모여 성령 충만을 받는 이야기가 기록돼 있다.
그리고 베드로전서 1장은 베드로가 갑바도기아를 포함한 여러 지역 기독교인들에게 보내는 인사말로 시작한다.
바울이 전도여행 시 갑바도기아를 방문했다는 기록은 없지만, 이 성경구절들을 보면 당시 갑바도기아에도 기독교인들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필자는 소아시아 지역에서 기독교 역사와 관련된 장소 가운데 한 곳인 갑바도기아도 방문했다.
히에라볼리에서 저녁에 버스를 타고 다시 데니즐리로 돌아온 우리가 그날 점심식사를 한 오토갈(시외버스 터미널) 구내에 있는 식당에 다시 들어갔더니, 주인이 아주 좋아한다. 이번에도 양고기 케밥 한 개씩으로 간단히 저녁식사를 하고 9시에 야간버스를 타고 데니즐리시를 떠난 우리는 밤새 동북쪽을 향해 고속도로를 달렸다.
도중에 버스는 오전 0시 20분 악세힐(Aksehir) 마을과 오전 4시 15분 악세라이(Akseray) 마을의 휴게소에서 잠시 정차하였으므로, 그때마다 우리는 화장실에 갔다. 튀르키예 화장실은 거의 유료다. 사용료는 우리 돈 몇백 원 정도인데, 어떤 곳에서는 필자가 2명분을 내면서 3명이 사용하도록 할인해 달라고 하자 해주기도 했다. 튀르키예는 2005년에 화폐개혁을 하여 1튀르키예 리라(TRY)는 우리 돈으로 약 40원 정도(2025년 기준)다.
버스는 오전 6시 갑바도기아 지역 안에서 가장 큰 도시인 네우쉐히르(Nevsehir)에 도착했는데, 여기서 괴레메(Gőreme)로 가는 소형버스로 갈아타야 한다(데니즐리에서 갑바도기아 지역의 관광시발점인 괴레메 마을까지의 버스값을 이미 지불했으므로 네우쉐히르에서 갈아타는 괴레메행 소형버스 값은 지불할 필요가 없음).
‘새로운 도시‘라는 의미의 이름을 가진 네우쉐히르는 인구 13만 명으로 크지 않은 도시이나, 평지에 넓게 퍼져 있어 상당히 큰 도시로 보인다. 갑바도기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는 인구 2만 5천 명의 위르굽(Urgup)이다.
네우쉐히르의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만난 록타운(Rock Town) 여행사의 젊은 남자 직원 세킥(Aytekin Cekic)의 권유에 따라, 네우쉐히르에서 괴레메에 가는 정기 버스 편을 이용하지 않고 록타운 여행사 소형차(승합차)를 타고 갑바도기아를 둘러보기로 했다.
‘친절하고 사랑스러운 땅’이라는 의미를 가진 갑바도기아는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에서 동북쪽으로 약 320 km 거리에 있으며, 면적이 넓어(약 300㎢, 서울의 절반) 걸어 다니거나 택시를 타기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덕분에 오전 8시까지 여행사 사무실에서 뜨거운 물을 얻어, 서울에서 가져간 컵라면을 먹었다. 그리고 밤새 버스를 타고 와 피곤한 집사람은 잠시나마 소파에 누워서 잠을 잘 수 있었다.
오전 7시가 지나자 일단의 한국인 아가씨 여러 명이 사무실에 들어왔다. 튀르키예에 여행왔다고 하며 세킥과 무언가를 이야기하더니 조건이 안 맞는지 모두 나갔다. 잠시 후 우연히 그 아가씨들이 앉아 있던 의자에 핸드백이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하고 혹시 그들의 것이 아닌가 생각되어 열어보니, 한국 여권과 지갑이 들어있다.
그러므로 필자는 이를 가지고 쫓아 나갔다. 마침 그 아가씨들을 태운 소형 버스가 출발하려고 시동을 걸고 있었으므로, 뛰어가서 차를 세우고 핸드백 주인을 찾아 줬다. 만약 핸드백을 여행 중 분실했더라면, 그 아가씨는 여행에 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출발하려는 소형 버스를 세우려고 필자가 헐레벌떡 뛰어가서 핸드백을 전해 줬음에도, 그 아가씨는 자기가 주인이라고 말하며 핸드백을 받으면서도 고맙다는 인사를 하지 않았다. 하여간 필자로서는 이번 여행 중에 행한 몇 안 되는 좋은 일 가운데 하나였으므로, 고맙다는 인사를 못 들었지만 하루종일 기분이 좋았다.
권주혁 장로
세계 145개국 방문
성지 연구가, 국제 정치학 박사
‘권박사 지구촌 TV’ 유튜브 운영
영국 왕실 대영제국 훈장(OBE) 수훈
저서 <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사도 베드로의 발자취를 찾아서>, <여기가 이스라엘이다>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