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가게> 속 ‘임사체험’, 영혼의 존재와 초월성 보여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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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조명가게> (1)

OTT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조명가게>는 어두운 골목 끝을 밝히는 유일한 곳 ‘조명가게’, 이곳에 어딘가 수상한 비밀을 가진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배우 주지훈과 박보영을 비롯해 김설현, 배성우, 엄태구, 이정은, 김민하, 박혁권, 김대명, 신은수, 김선화, 김기해, 박정표 등이 대거 출연한 강풀 작가 원작, 배우 김희원 감독의 드라마를 새해 첫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에서 분석합니다. 이 드라마는 임사 체험(臨死體驗, near-death experience, NDE)을 다루고 있는데, 사고 등으로 죽음에 가까워진 이들이 사후 세계를 체험하고 돌아오는 것을 말합니다. -편집자 주

▲죽음의 문턱 앞에 선 이들이 하나의 공간에서 각자 생생한 임사체험을 공유한다는 설정의 공포 미스터리극, &lt;조명가게&gt;.
▲죽음의 문턱 앞에 선 이들이 하나의 공간에서 각자 생생한 임사체험을 공유한다는 설정의 공포 미스터리극, <조명가게>.

임사체험 4가지 양상 연구 결과
1. 죽어감 인식하는 초월적 경험
2. 심폐소생술 중 깨어나는 경험
3. 심폐소생술 후 깨어나는 경험
4. 생생한 꿈 꾸고 깨어나는 체험

임사체험의 신빙성: 임사체험이란 실제 존재하는가? 아니면 환영에 불과한가?

<조명가게>는 유명 웹툰 작가 강풀이 2011년 하반기에 발표한 동명의 웹툰을 드라마로 영상화한 미디어믹스 작품이다. 2024년 12월 디즈니+에서 공개되어 평단과 시청자들로부터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 서사 전개의 호흡이 느리다는 단점이 있지만, 원작의 공포 분위기와 감상적 드라마를 비교적 적절하게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명가게>의 서사는 임사체험과 사후세계, 그리고 인간의 영혼에 대한 상상들로 채워져 있다. 늦은 밤 큰 버스 사고로 사망 일보 직전까지 간 이들이 하나로 연결된 심상의 공간을 공유하면서, 각자 삶과 죽음을 선택하는 과정이 이 작품의 서사 전반을 구성한다.

작품을 감상하며 두 가지 의문점이 떠올랐다. 첫째, 임사체험이란 과연 실제로 존재하며, <조명가게>에 묘사된 것처럼 삶과 죽음의 갈림길을 시공간적으로 표상하는 경험인가? 둘째, 만일 실제 임사체험이 <조명가게>에 묘사된 것과 확연하게 다른 지점이 있다면, 그런 상상은 과연 어디로부터 유래한 것인가?

첫 번째 질문과 관련해 먼저 답하자면, 임사체험이란 분명 실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관한 의학적 자료와 임상연구 결과가 존재하므로, 임사체험을 단순히 환영이나 환각으로 단정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그런데 실제 임사체험을 한 이들의 인터뷰를 보면, <조명가게>에 묘사된 것과 여러 모로 유사한 광경을 목격하거나 비슷한 감각을 느꼈다는 증언들이 확인된다.

2023년, 아일랜드 SCIE 등재 의학/임상 저널 ‘Resuscitation’ 191호에는 ‘소생술 도중 자각 – II: 심정지 중 의식과 자각에 대한 다기관연구(AWAreness during REsuscitation - II: A multicenter study of consciousness and awareness in cardiac arrest)’라는 제목의 논문이 게재된 바 있다.

25개 병원이 참여한 이 연구에서는 병원 내 심정지(in-hospital cardiac arrest) 사례 567명 가운데 심폐소생술로 소생한 53명을 주목해서 관찰했고, 이 가운데 인터뷰가 가능할 정도로 회복된 환자 28명을 대상으로 임사체험 관련 설문을 진행했다. 그리고 28명 중 11명이 심정지 중 확실한 임사체험을 했다고 증언한 사실을 기록하고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11명의 임사체험 양상은 총 4가지로 나뉜다. 환자들 중에는 이 4가지 체험 가운데 두 가지를 같이 경험한 이들도 있었다.

첫째는 자신이 죽어간다는 것을 직접 알아차리는 초월적 경험이다. 11명 중 절반이 넘는 6명이 이 유형에 속한다. 이들은 심정지 상태로 소생술을 받던 중 자신의 아버지를 보거나, 죽어가는 자신을 옆에서 쳐다보거나, 자신의 할머니가 “되돌아가라”는 말을 듣는 경험을 했다고 증언했다.

둘째는 심폐소생술 중 의식불명 상태에서 깨어나는 경험이다. 11명 중 2명이 이 유형에 속한다. 이들은 심정지 상태인데도 자신들을 치료하는 과정이 그대로 보이고 느껴졌다고 증언했다.

셋째는 심폐소생이 끝난 직후 의식불명 상태에서 깨어나는 경험으로, 11명 중 2명이 이 유형에 속한다. 이들은 몸이 죽음에서 겨우 돌아온 직후임에도 의식과 감각이 생생하게 깨어 있어, 주위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고 증언했다.

마지막으로 넷째는 생생한 꿈을 꾸는 체험이다. 11명 중 3명이 이 유형에 속한다. 이들은 자신이 불법 주거침입을 해서 경찰에게 체포당한 꿈, 흥얼거리는 낚시꾼(혹은 어부)를 만난 꿈, 또는 매우 어두운 통로 같은 곳으로 누군가가 자기를 잡아끄는 꿈을 꾸었다고 증언했다.

▲25개 병원이 참여한 한 연구에서는 병원 내 심정지(in-hospital cardiac arrest) 사례 567명 가운데 심폐소생술로 소생한 53명을 주목해서 관찰했고, 이 가운데 11명이 심정지 중 확실한 임사체험을 했다고 증언한 사실을 기록하고 있다. ⓒ픽사베이
▲25개 병원이 참여한 한 연구에서는 병원 내 심정지(in-hospital cardiac arrest) 사례 567명 가운데 심폐소생술로 소생한 53명을 주목해서 관찰했고, 이 가운데 11명이 심정지 중 확실한 임사체험을 했다고 증언한 사실을 기록하고 있다. ⓒ픽사베이

<조명가게>, 임사체험 긍정해
삶과 죽음 가르는 강렬한 체험
사후 영 존속 주장 신빙성 더해
공유된 영적 공간, 수긍 힘들어

임사체험의 양상: <조명가게>의 임사체험 연출, 과연 적절한가?

<조명가게>의 서사 및 설정과 관련, 이 연구 결과에서 주목해야 할 이들은 자신이 죽음에 이르렀다는 것을 자각하는 초월적 경험을 한 이들, 그리고 생생한 꿈을 꾼 이들이다.

이들의 증언을 조금 더 자세하게 들여다 보면, 자기 영혼이 몸 밖을 무중력 상태로 떠돌아다니는 유체이탈 체험, 사방이 무수한 회색 천막들로 채워진 광활한 평원과 협곡에 있었던 체험, 지극히 고요하고 어두우며 평화로운 분위기가 감도는 터널 안으로 끌려들어가는 체험, 삶의 온갖 감정과 가치들이 집약된 온화한 빛을 본 체험, 밝은 빛이 있는 매우 친숙하고 정감 있는 집으로 돌아간 체험, 그리고 누군가 돌아가고 싶냐고 묻자 가족들을 돌보기 위해 다시 돌아가야 한다고 대답한 체험이 기록돼 있다.

이 가운데 몇 가지는 <조명가게>의 인물 및 서사 설정과 유사하거나 일치한다. 우선 “삶의 가치를 담은 온화한 빛을 봤다”는 증언은 <조명가게>에 등장하는 삶의 존속을 의미하는 조명가게 전구의 광원과 유사하다. “고요하고 어두운 터널”은 작중 고등학생 허지웅(김기해 분)이 매번 지나가는 어두운 골목길을 연상시킨다. “밝은 빛이 있는 친숙하고 정감 어린 집”은 작중 작가 윤선해(김민하 분)와 박혜원(김선화 분)이 함께 사는 집을 떠올리게 한다.

▲실제 임사체험자가 증언한 &ldquo;밝은 빛이 있는 친숙하고 정감 어린 집&rdquo;은 작중 작가 윤선해(김민하 분)와 박혜원(김선화 분)이 함께 사는 집을 떠올리게 한다.

▲실제 임사체험자가 증언한 “밝은 빛이 있는 친숙하고 정감 어린 집”은 작중 작가 윤선해(김민하 분)와 박혜원(김선화 분)이 함께 사는 집을 떠올리게 한다.

심정지 중 ‘자신의 가족’을 만나거나, 그들로부터 “살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라”는 말을 들었다는 증언은 작중 여러 등장인물들이 사랑하는 가족, 친지, 연인의 도움과 설득에 힘입어 삶으로 다시 돌아가는 장면들과 유사하다.

이로 보건대 웹툰 및 드라마 <조명가게>는 생사가 불분명한 교통사고 환자들이 집단적으로 하나의 동일한 임사체험 공간을 공유한다는 것 하나만 제외하고는 대부분 현실의 임사체험 양상과 유사한 내용을 연출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로써 <조명가게>는 우리 인간이 죽어가는 바로 그 순간이나 죽은 이후에 영으로 그 존재를 이어간다는 초월적 영혼론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과 두려움, 경외심을 자극한다.

다만 이 작품은 영혼의 초월성을 단순히 보고하듯 묘사하거나 가르치듯 입증하는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 대신 <조명가게>의 연출은 시청자들이 죽음 앞에 놓였거나 죽음의 관문을 지난 영혼들의 처지와 상태를 능동적으로 추적하듯 상상하고 궁리하게 만든다.

이에 대해 인천대 한상정 교수(문화콘텐츠학)는 “강풀의 ‘조명가게’에 나타난 서사적 특성 분석”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이 작품이 추리소설의 전통적 기법인 ‘미스터리 퍼즐 게임’ 방식을 통해 죽음 앞에 놓인 자들의 운명과 사후세계에 대한 비밀을 추적해 엿보는 듯한 경험을 하게 해 준다고 평한 바 있다.

앞서 제시한 첫 번째 궁금증에 대한 해답은 나왔다. 임사체험이란 과연 실제로 존재하며, <조명가게>에 묘사된 것처럼 삶과 죽음의 갈림길을 시공간적으로 표상하는 경험인가? 증언과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그러하다. 임사체험은 분명 존재하고 그 속에 삶과 죽음을 가르는 강렬한 체험이 동반되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또 <조명가게>는 이런 강렬한 체험을 어느 정도 실제 체험에 가깝게 묘사하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임사체험은 분명 존재하고 그 속에 삶과 죽음을 가르는 강렬한 체험이 동반되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또한 &lt;조명가게&gt;는 이런 강렬한 체험을 어느 정도 실제 체험에 가깝게 묘사하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임사체험은 분명 존재하고 그 속에 삶과 죽음을 가르는 강렬한 체험이 동반되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또한 <조명가게>는 이런 강렬한 체험을 어느 정도 실제 체험에 가깝게 묘사하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이로써 <조명가게>는 우리 육신의 죽음 이후에도 영이 존속한다는 주장을 어느 정도 신빙성 있는 주장으로 여기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통상 의학적 소견에 따르면 심정지 상태에서는 인간의 두뇌가 그렇게 확실한 시청각적 경험을 할 수 있을 만큼 활발하게 작동할 수 없다.

즉 임사체험에 대한 보고들은 그것이 뇌가 자의적으로 만들어낸 환영이 아니라, 영혼이 감지하는 어떤 초월적인 경험일 수도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현상으로 인정될 여지가 있는 것이다.

다만 <조명가게>의 임사체험 묘사가 임상적 관찰 기록과 여러 모로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 해서, 인간의 의식과 영혼의 실상을 적절하게 묘사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여러 사람의 의식 혹은 영혼이 하나의 시공간에서 서로 소통하고 비슷한 체험을 공유한다는 설정은 어떤 신빙성 있는 근거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 ‘공유된 영적 공간’이라는 설정에 있어서만큼은 강풀 작가의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상상이 전면 개입됐을 것인데, 여기서 두 번째 궁금증이 생겨난다. 과연 작가는 저승과 이승의 교차점이라는 이 기묘한 영적 공간에 대한 상상의 단서를 어떤 세계관으로부터 가져온 것일까? <계속>

박욱주 박사

연세대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 연구교수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객원교수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조직신학 석사 학위(Th.M.)와 종교철학 박사 학위(Ph.D.)를, 침례신학대학교에서 목회신학 박사(교회사) 학위(Th.D.)를 받았다. 현재 서울 좁은문은혜교회에서 목회자로 섬기면서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신학사 및 철학사의 맥락 안에서 조명하는 강의를 하는 중이다.

필자는 오늘날 포스트모던 문화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교회가 보존해온 복음의 역사적 유산들을 현실적 삶의 경험 속에서 현상학과 해석학의 관점으로 재평가하고, 이로부터 적실한 기독교적 존재 이해를 획득하려는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집필한 논문으로는 ‘종교경험의 가능근거인 표상을 향한 정향성(Conversio ad Phantasma) 연구’, ‘상상력, 다의성, 그리스도교 신앙’, ‘선험적 상상력과 그리스도교 신앙’, ‘그리스도교적 삶의 경험과 케리그마에 대한 후설-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이해방법’ 등이 있다.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Bricolage in the Movie)란

브리콜라주(bricolage)란 프랑스어로 ‘여러 가지 일에 손대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용어는 특정한 예술기법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브리콜라주 기법의 쉬운 예를 들어보자.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창시절에는 두꺼운 골판지로 필통을 직접 만든 뒤, 그 위에 각자의 관심사를 이루는 온갖 조각 사진들(날렵한 스포츠카, 미인 여배우, 스타 스포츠 선수 등)을 덧붙여 사용하는 유행이 있었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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