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선교사들은 은퇴 후 대한민국 생활에 잘 적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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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찬북뉴스 서평] 6명 심층 면접 결과

은퇴 선교사 귀국 후 적응 이야기
박춘하 | 영eBOOK | e-book | 10,000원

선물받지 않았더라면, 선물과 같은 이 책을 읽지 못했을 것 같다. <은퇴 선교사 귀국 후 적응 이야기> 저자 박춘하 선교사는 남편 왕윤성 선교사와 함께 2008년 바울선교회 소속 선교사로 이스라엘에 파송돼 2021년 귀국할 때까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유대인 즉 메시아닉 쥬를 대상으로 이스라엘 현지 교회와 협력하여 전도 사역에 헌신했다. 귀국 후에는 바울선교회 소속 선교사들의 멤버 케어 및 마음 건강 상담 등으로 선교사와 그 자녀들을 돕고 있다.

먼저 이 책은 박사 논문이다. 때문에 논문으로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양식과 기준을 만족시킨다. 이러한 특성이 어떤 독자에게는 조금 딱딱하거나 지루하리라는 염려를 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박춘하 선교사는 이 논문을 통해 6명의 은퇴 선교사를 심층 면접하고 그들의 간증과 삶을 담아냈다. 분명 논문의 형식을 가지고 있고 많은 자료를 참고했지만, 그럼에도 감동이 있고 또 교훈이 있다.

박춘하 선교사는 기존에 이 주제를 다룬 선행 연구들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그럼에도 차별화되는 이 책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선행 연구는 아직은 현직에 있으나 은퇴를 앞둔 선교사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으며 이들에 대한 은퇴 준비를 교회와 선교단체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반면 이미 은퇴 후 고국에 귀국하여 살아가고 있는 은퇴 선교사를 대상으로 이들의 목소리를 직접적으로 들어보고 이들이 귀국 후 어떠한 적응 경험을 하는지 살펴보는 연구는 단 한 편도 진행되지 않았다(24쪽)”.

그러니까 이 책의 제목이 말해 주듯, 실제로 ‘은퇴 선교사 귀국 후 적응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말이다. 저자가 후에 밝힌 것처럼 6명의 사례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각각의 생생한 경험은 선교사들이 귀국 후 어떤 일을 겪게 될지 충분히 생각해 보게 한다.

저자는 선행 연구에 관한 분석도 전문적으로 잘 해냈다. 그래서 독자가 어쩌면 생각해 보지 못했을 은퇴를 준비하는 선교사의 삶을 구체적으로 고찰하게 한다. 그들이 어떤 면에서 준비가 되지 않았는지, 또 선교단체와 파송 교회가 어떤 부분을 실질적으로 준비해야 할지. 귀국 후 적응하는 과정과 기간에 관한 조사 또한 매우 유익하고 흥미로웠다.

사실 국외로 파송된 선교사뿐 아니라 국내에서 평생을 헌신한 사역자들도 은퇴 후를 염려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대형 교회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교회에서는 충분히 고려하거나 준비하지 못하는 실정이고, 사실 그렇게 해야 할 필요성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필자는 PK(Pastor’s Kids)로 자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것은 단지 사역을 감당하는 부부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자녀의 삶까지 지장을 준다.

박 선교사가 담아낸 여섯 명의 선교사는 각각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이 소명을 받은 과정, 파송된 국가, 그곳에서 선교한 방식, 은퇴하여 돌아오게 된 계기, 돌아왔을 때 적응하면서 느낀 점 등이 각각 다르고 매우 실제적이었다. 그러면서도 공통으로 발견되는 적응기가 있었는데, 이를 통해 파송 교회가 선교단체 및 후원기관 등과 함께 선교사의 적응 과정을 적극적으로 도울 필요가 있겠다는 교훈을 얻었다.

경제적으로는 거처 문제와 생활비 공급이 주요한 과제였다. 귀국했지만 선교지를 완전히 잊고 살 수는 없다. 그래서 사역적 측면에서 은퇴 후 계속된 선교 사역과 귀국 후 교회에 정착해 은사에 따라 지체로서 섬길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은퇴 선교사 마을인 Atherton Baptist Homes. ⓒ크투 DB

▲캘리포니아에 있는 은퇴 선교사 마을인 Atherton Baptist Homes. ⓒ크투 DB

안타깝게도 많은 선교사(사실 목회자도 마찬가지다)가 은퇴 후 한 교회에 정착하지 못하고 공동체 밖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경우가 있다. 닥터 토플은 한국에서 한센병을 앓고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의료 선교로 22년간 봉사하고, 이후 케냐에서 70대에 은퇴할 때까지 선교에 헌신했다. 그 후 토플은 한 지역 교회에서 성경을 가르치고 선교를 위한 기도회를 인도했는데, 바로 그 점이 국내 은퇴 후 적응하는 선교사들에게도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됐다.

이 책은 여러 이유로 일반 독자에게 관심 밖인 주제를 다룬다. 오히려 선교신학, 선교 역사, 선교에 관한 도전을 주는 유명인의 책들에 독자들은 더 관심을 가질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이 선물처럼 여겨진 이유는 그만큼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던 선교사가 은퇴하면 그걸로 관심이 모두 사라지고, 은퇴 후 쓸쓸히 귀국하여 적응하는 동안 필요한 모든 자원과 돌봄 등은 누구도 생각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런 이유로 이 책은 모든 사람의 관심을 받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계속 이런 목소리를 담아낸 귀한 연구가 이뤄지기를 기대해 본다.

조정의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인
유평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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