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바도기아 동굴 교회 성화들, 눈이나 얼굴 벗겨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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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143] 제3차 전도여행(30) 갑바도기아(2)

동굴 교회들, 어디든 성화로 가득
비둘기 알과 물 섞어 사용해 그려
붉은색은 포도, 노란색은 샤프란
갑바도기아, 화산 활동 지형 변화
숨어서 박해 피하며 성화 그린 것
무슬림, 성화 눈 빼고 얼굴 지워

▲토칼리 동굴 교회 천정화.

▲토칼리 동굴 교회 천정화.

오전 8시가 지나자 ‘록타운(Rock Town)’ 여행사 안내직원인 튀르키예 아가씨 구르박(Didem Gurbag)이 사무실에 나와 우리를 안내하기 시작하였다. 구르박은 ‘소라’라는 한국 이름도 갖고 있었다. 지난 번에 방문한 한국인 여행객이 지어주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녀를 ‘소라’라고 불렀다.

갑바도기아는 페르시아인들이 이름 지은 것으로 ‘아름다운 말들의 땅’이란 의미도 갖고 있으며, 현재 약 100만 명이 이 지역에 살고 있다. 갑바도기아를 돌아보는 것은 괴레메 마을에서 시작한다. 인구 4천 명의 이 마을에는 식당, 여행 안내소는 물론이고 동굴 속 호텔도 있어 여행객들의 발을 붙잡는다.

여행사 남자 직원이 운전하는 승합차를 타고 소라의 설명을 들으며 괴레메를 출발해 5분 정도 차로 달리면, 갑바도기아 지역에서 가장 높은 곳이자 관문인 ‘파노라믹 뷰’라는 곳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밑을 내려다 보면 아침 햇살 속에 언덕 밑으로 내려다 보이는 광경이 정말로 장관이다.

이곳에서는 동남쪽으로 길이 13km나 되는 긴 계곡이 보이고, 동북쪽으로는 튀르키예에서 5번째로 높은 3,900m의 알기우스(Argeus 또는 Erciyes)산이 멀리 보인다. 우리는 괴레메 마을 근처에 있는 노천 박물관에 들어가 동굴 속에 만든 여러 교회를 보았다.

▲갑바도기아 토칼리 동굴 교회.

▲갑바도기아 토칼리 동굴 교회.

이 가운데 야외박물관 입구에 있는 토칼리(Tokali) 교회는 별도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한다. 이 교회 내부는 온통 벽화로 가득차 있는데, 갑바도기아 지역 안에 있는 수많은 동굴 교회들 가운데 가장 벽화가 선명하고 온전하게 보존된 교회라고 한다. 이 박물관은 야외에 그냥 울타리를 만들어 놓은 정도이며, 이 속에는 약 30개의 동굴 교회가 있다.

어느 동굴 교회나 거의 공통으로 벽과 천장이 성화(聖畵)로 가득했다. 비둘기 알과 물을 섞어 사용해 그린 이 벽화들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 거의 지워지지 않았다고 한다.

색깔을 내기 위해 들에서 얻을 수 있는 천연재료(포도,꽃 등)를 사용했다. 붉은색은 포도를 사용하고 노란색은 사프론(Saffron) 꽃을 사용했는데, 이 꽃은 원래는 보라색이나 끓이면 노란색으로 변한다.

당시 갑바도기아에 살던 교인들은 성령의 상징이라며 비둘기를 많이 사육했고, 무슬림들에게도 비둘기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새여서 계속 사육했으므로, 요즘에도 갑바도기아에는 비둘기가 많다고 한다. 동굴 입구가 있는 근처를 자세히 살펴보면 조그만 구멍이 여러 개 보이는데, 이것이 비둘기 집들이다.

▲동굴 교회 속 무덤. 헌금 기부자와 친척들의 것이다.

▲동굴 교회 속 무덤. 헌금 기부자와 친척들의 것이다.

동굴 바닥과 입구, 그리고 벽에는 관이 들어갈 정도의 크기로 내부를 파 놓았는데, 여기에는 동굴 교회를 만드는데 헌금을 많이 내거나 몸으로 봉사한 사람들과 그 가족이 묻혔던 곳이다.

튀르키예 중부 지역에 있는 갑바도기아 지역은 과거 아나톨리아 고원에 있는 알기우스 산을 비롯해 주위 여러 산들이 화산 활동을 하면서 주변 지형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화산 활동 시 흘러나온 뒤 굳어버린 용암과 화산재로 된 응회암(凝灰岩) 층을 형성했고, 바위산은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비와 바람에 깎이며 버섯이나 죽순 모양 등 특이하고 기이한 지형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러므로 화산재가 굳어서 된 응회암으로 형성된 바위산에 굴을 파는 일이 그렇게 어려워 보이진 않았다. 동굴 내부 벽에 그린 성화(聖畫)는 예수 그리스도와 제자들, 사도 바울 등 성경에 나오는 인물들을 그린 것으로서, 기독교인들은 동굴 속에 숨어서 박해를 피하면서 이러한 성화를 그리고 숭배했던 것이다.

성화를 자세히 보면 성화에 나오는 인물의 눈이나 얼굴 모습이 벗겨지거나 부서진 것이 많이 보인다. 이것은 이슬람 교인들이 한 것이다.

▲토칼리 동굴 교회 내부.

▲토칼리 동굴 교회 내부.

성인(聖人)을 그린 프레스코(벽화)를 싫어하는 이슬람 교인들은 이 지역을 점령한 뒤 기독교 성화에 나오는 사람들의 눈은 악마의 상징이므로 불운을 가져온다고 생각하여 보이는 대로 빼내고 얼굴을 지워버렸던 것이다.

이러한 행동은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 시내에 있는 기독교인 묘지 비석에 새겨져 있는 사자(死者)의 얼굴에서 눈을 모두 파내 지워 버린 것과 마찬가지다. 오늘날 갑바도기아 지역에 남아 있는 비잔티움 양식의 동굴 벽화는 주로 9세기부터 13세기 사이에 그려진 것들이라고 한다.

권주혁 장로

세계 145개국 방문
성지 연구가, 국제 정치학 박사
‘권박사 지구촌 TV’ 유튜브 운영
영국 왕실 대영제국 훈장(OBE) 수훈
저서 <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사도 베드로의 발자취를 찾아서>, <여기가 이스라엘이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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