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시위’ 벌인 쿠바 목사, 8년 복역 끝에 석방돼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대규모 사면의 일환

▲쿠바의 로렌조 로살레스 파하르도 목사와 그의 아내.  ⓒCSW 제공

▲쿠바의 로렌조 로살레스 파하르도 목사와 그의 아내. ⓒCSW 제공

쿠바의 로렌조 로살레스 파하르도(Lorenzo Rosales Fajardo) 목사가 2021년 평화 시위를 벌인 혐의로 수감됐다가 8년의 형기를 마치고 최근 석방됐다.

그는 미국 정부가 쿠바를 주요 테러 국가 목록에서 제외한 후 풀려난 여러 정치범 중 한 명이다.

영국 박해 감시단체인 세계기독연대(CSW)는 17일(이하 현지시각) “쿠바의 2021년 시위와 관련해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로살레스 파하르도 목사가 대규모 사면의 일환으로 마르 베르데 교도소에서 풀려났다”고 밝혔다.

그는 석방이 결정된 553명의 정치범 중 한 명이다. 그와 함께 아프리카계 쿠바인 요루바족 종교 지도자 도나이다 페레즈 파세이로(Donaida Pérez Paseiro)도 석방됐으나, 그녀의 남편이자 요루바족 지도자인 로레토 에르난데스 가르시아(Loreto Hernández García)는 석방되지 않았다.

대규모 사면에 앞서 미국은 쿠바를 테러 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쿠바 정부가 하마스, 헤즈볼라 및 미국이 적으로 규정한 다른 테러리스트 단체들을 지원하는 데 공모해 왔다”고 주장해 온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의 비판을 받았다.

로살레스 파하르도 목사는 2021년 7월 11일 쿠바섬 전역에서 평화 시위에 참여한 수백 명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처음엔 팔마 소리아노에서 구금됐다. 8개국으로 이뤄진 ‘국제 종교와 자유 또는 신앙 연합’이 2024년 6월 발표한 성명에서 그는 “당국은 날 체포한 후 때리고 폭력적이고 굴욕적인 방식으로 대했다”고 했다.

그의 구금은 종교적 영향력과 비폭력적 집회 참여 등 ‘정치적 동기’에 따른 것으로 여겨졌고, 유엔 임의 구금 실무 그룹도 그 같은 조치가 매우 임의로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그는 2021년 12월 무례, 폭행, 범죄적 선동 및 공공질서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마드리드에 있는 감시단체 ‘프리즈너스 디펜더스’(Prisoners Defenders)에 따르면, 쿠바의 정치범 수는 2021년에 5배나 증가했는데, 이는 정부가 팬데믹 기간 동안 의약품과 식량 부족 등 다양한 이유로 시위를 벌이는 이들을 단속했기 때문이다.

당시 시위는 1959년 피델 카스트로가 집권한 이래 가장 큰 규모의 반정부 시위였다. 파하르도 목사는 보니아토에 있는 최고 보안교도소에 수감됐으나, 그의 친척들은 그가 2023년 초 집에서 더 가까운 보안 시설로 이송된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IRFBA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구금 중 굴욕적 처우를 당했다. 교도관들이 신앙을 비하하는 말을 했다. 내가 감옥 안에서도 종교적 가르침을 계속 전하자, 그들을 나를 2022년 ‘처벌 방’에 가뒀다”고 했다.

가족들은 그의 대우와 구금 환경에 대해 거듭 우려를 표명했다. 항소심에서 검사만이 증거를 제출할 수 있었는데, 여기에는 경찰관 12명의 증언이 포함됐고 그의 변호인은 사건 기록 접근에 제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CSW는 제네바 주재 쿠바 상임대표부가 유엔에 보낸 문서를 인용했는데, 해당 문서는 처음 8년형을 언급하다가 정확한 설명 없이 7년형으로 수정됐다.

CSW의 안나 리 스탱글(Anna Lee Stangl) 책임자는 “지도자인 요루바(Yoruba) 목사는 학대를 견디고 있다. 우리는 쿠바 정부에 로레토 에르난데스 가르시아 목사를 즉시 석방하고, 로잘레스 파하르도 목사를 비롯한 모든 정치범과 가족들이 더 이상의 괴롭힘 없이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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