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파괴됐던 콩고 마을 회복 중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정서적·영적 상처에 대한 치료도 받아

▲콩고민주공화국.

▲콩고민주공화국.

선교사들의 사역을 통해 ‘지상낙원’으로 불리던, 콩고민주공화국(Democratic Republic of the Congo, DRC)의 한 마을이 2019년에서 2021년까지 이슬람 극단주의 ‘민주군사동맹(Allied Democratic Forces, ADF)에게 잔혹한 유혈 공격을 당한 이후 서서히 회복 중이다. 

한국순교자의소리(이하 한국 VOM)는 “콩고민주공화국의 차비 마을 주민 그 누구도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게 공격당할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관련 소식을 전했다. 

현숙 폴리(Hyun Sook Foley) 대표는 “차비 마을은 수십년 동안 불안정한 지역에서 평화로운 안식처 역할을 해 왔다. 이 마을에는 병원과 기독교 학교, 교회와 활주로가 있었는데, 그 모든 것이 전부 1976년 그 산꼭대기 마을에 도착한 선교사들이 세운 시설이었다. 1990년대 콩고민주공화국 전역에서 내전을 비롯한 여러 폭력적인 분쟁이 발생했으나, 차비 마을은 그 속에서도 비교적 안전하게 남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019년 초, 폭력적인 이슬람 극단주의 ‘민주군사동맹’ 무장 세력이 밀림에서 나와 기독교인을 공격하고 납치하면서 차비 마을의 평화는 산산조각이 났다.

▲‘민주군사동맹’은 콩고민주공화국 지역에 이슬람 법으로 통치되는 국가를 세우기 위해 폭력적인 공격을 펼치며 콩고인을 납치하고 살해했으며, 집과 교회를 파괴했다.

▲‘민주군사동맹’은 콩고민주공화국 지역에 이슬람 법으로 통치되는 국가를 세우기 위해 폭력적인 공격을 펼치며 콩고인을 납치하고 살해했으며, 집과 교회를 파괴했다.

차비 마을의 라우 바밤(Lau Babam) 촌장은 한국 VOM과의 인터뷰에서 “처음에 그들은 의사 4명과 병원 직원 2명을 포함한 주민 40명을 납치하고 두 달 동안 밀림에 잡아 뒀다가 풀어 줬다. 납치된 사람 일부는 여전히 실종 상태”라고 했다.

현숙 폴리 대표에 따르면, 이슬람 극단주의 ‘민주군사동맹’은 1990년대 후반 우간다 정부 전복을 목표로 투쟁하는 반군 집단으로 창설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반군은 우간다 국경을 넘어 콩고민주공화국 북동부로 이동해 국경을 따라 펼쳐진 울창한 밀림에 숨었고, 2018년에는 자칭 ‘이슬람국가’(IS)라고 하는 집단에 충성을 맹세했다. 그들은 그 지역에서 기독교를 근절하고 이슬람법을 제정하겠다는 목표를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그 이후 ‘민주군사동맹’ 무장 세력이 정기적으로 밀림 은신처에서 나와 수천 명의 콩고인, 특히 기독교인을 살해하고 납치했다고 현숙 폴리 대표는 말한다. 2019년 ‘민주군사동맹’은 차비 마을을 두 번째로 공격해 더 많은 이들을 죽이고 가옥 및 시설을 파괴했다. 두 번째 공격이 일어났을 때 마을을 떠나 있던 바밤 촌장은 “두 번째 공격의 목표는 파괴하고, 살해하고, 불태우는 것이었다. 그들은 모든 것을 다 쑥대밭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바밤은 ‘민주군사동맹’ 무장 세력이 자신의 아내와 손주 6명을 죽이고, 집과 교회 시설을 파괴했다고 말했다.

‘민주군사동맹’의 공격에서 살아남은 마을 병원의 의사 한 명은 한국 VOM과의 인터뷰에서 “기독교인 교장은 공격자들에게 마지막으로 담대한 말을 남겼다. 공격자들은 교장에게 ‘기독교인은 우리의 적이니 당신은 떠나라’고 했으나, 그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교장은 ‘예수님에 대한 믿음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결국 살해당하고 말았다”고 했다.

바밤은 “두 번째 공격 이후 많은 사람이 차비 마을을 떠났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2021년 5월 30일 밤, ‘민주군사동맹’은 피신하지 않고 남아 있는 주민들을 또다시 공격했다. 그들은 정글용 칼을 들고 왔다. 총을 든 사람도 있었지만, 많은 사람이 정글용 칼만 들고 있었다. 그들은 사람들을 쏘고, 칼로 벤 다음 시신에 불을 질렀다”고 했다.

게트루드(Gertrude)라는 여성을 포함한 마을 주민 일부는 어둠 속에서 대피했다. 그녀는 “밤에 총소리를 들었다. 우리는 누가 쏜 것인지 몰라 숲으로 도망쳤다. 돌아와 보니 집은 잿더미가 돼 있었고, 물건들은 다 약탈당한 상태였다”고 전했다. 이후 그녀는 많은 친구가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민주군사동맹’은 게트루드의 부모를 포함해 가족 10명을 살해했다. 차비 마을과 주변 지역에서 총 182명이 목숨을 잃었다.

무장 세력은 또한 인질들을 밀림으로 데려갔다. 바밤은 “30명 가량이 여전히 실종 상태다. 이슬람 극단주의 ‘민주군사동맹’은 밀림으로 사라지기 전 교회 건물을 파괴하고, 내부의 모든 것을 부수고, 벽에 온통 인분을 발라 놓았다”고 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그들은 또한 학교를 파괴하고, 병원을 약탈하고, 많은 주택과 건물을 불태웠다.

콩고민주공화국 인구 90%가 자칭 기독교인이지만, 이 나라 교회 지도자들은 이슬람을 점점 더 위협적인 존재로 여기고 있다. 콩고인 선교사를 훈련시켜 전국에 파송하는 한 목회자는 “교회가 튼튼해지지 않으면, 이슬람이 어디에나 침투할 것”이라고 했다.

몇 차례 계속된 공격의 여파 속에서 콩고 정부와 유엔이 차비 마을을 보호하기 위해 군대를 배치했지만, 그 후 2년간 마을에는 거주자가 거의 없었다.

현숙 폴리 대표는 “군인들이 그 지역의 안전을 확보하자 주민들이 돌아오기 시작했고, 불에 탄 가옥들의 처참한 몰골 외에는 남은 것이 없었기 때문에 일부는 초기에 건설된 활주로에 임시 대피처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2023년 8월, 한국 VOM 최전방 사역자들은 차비 마을에 성경을 전달하기 위해 3년 동안 사용되지 않은 거친 활주로에 착륙했다. 활주로 한쪽 끝에는 대규모 유엔 평화 유지군 캠프가, 다른 쪽 끝에는 ‘민주군사동맹’의 공격에 희생된 많은 주민의 공동묘지가 있었다고.

폴리 현숙 대표는 “최전방 사역자들이 도착했을 때, 교회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주민 103명은 치명적인 공격으로 야기된 정서적 상처와 슬픔에 대한 영적 치료를 이틀간 받았다. 교회 안에 있던 103명 모두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공격에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었고, 대부분 마을에서 도망쳤을 때 성경을 포함한 소유물을 거의 모두 잃은 사람들이었다”고 했다.

주민 몇 사람은 성경을 받기 전, 개인적으로 겪은 일들을 짧은 연극으로 공연했다. 대부분의 생존자들은 공격 장면을 재연했을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 경험한 일들을 그림으로 그렸다. 어떤 사람은 교회 안에서 목회자가 살해당하는 그림을 그렸다.

기독교 상담가 헤델리(Hedeli)는 한국 VOM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들이 공격 당시 부모가 학살당하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는 사실에 힘들어하고 있다. 헤델리는 공격 때문에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들을 보살피기 위해 차비 마을로 바로 갔다. 그들은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그림으로 그릴 때 마음의 상처를 치유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게트루드는 목숨을 건지기 위해 도망치는 가족의 모습을 그렸다. 게트루드는 며칠 동안 밀림에 숨어 지내다가 이웃 국가로 피신해지만, 그곳에서도 평화를 찾을 수 없었다. 그녀는 “분노와 고통이 있었지만 말을 할 수 없었다. 악몽을 꾸고 식욕도 잃었다. 도망치는 꿈, 사람들이 살해되고 도살당하는 꿈만 꿨다”고 했다.

그녀는 “차비 마을로 돌아가기를 주저했고, 끊임없는 두려움 때문에 생활 속에서 작은 결정조차 내리기 어려웠다. 예를 들어 접시가 정말 필요해서 상점에 가면, ‘이 접시를 사면 그들이 올지도 몰라’라는 생각이 계속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치유 과정이 계속되는 동안 기도해 달라. 그 사람들을 용서할 수 있도록, 우리에게 믿음을 주시도록, 그런 일이 또 일어날까 봐 걱정하지 않도록 기도해 달라”고 덧붙였다.

바밤은 자신이 영적으로 치유받는 데 용서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그는 “원수를 용서하는 법을 알았을 때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다른 생존자 한 사람도 바밤의 감사에 공감하며 “주님께서는 당신의 백성을 잊지 않으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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