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한 칼럼] 체포되어 빌라도의 법정에 서신 예수: 두 가지 역설(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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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 원장, 샬롬나비 상임대표,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 원장, 샬롬나비 상임대표,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

VII. “예수를 못박아라”고 아우성치는 성전 귀족들과 군중

1. 성전 귀족들인 대제사장들이 예수를 처형하도록 요구: 마가와 요한의 기록

누가 예수를 십자가에 처형하도록 했는가? 사복음서를 자세히 보면 저자들의 관점에 따라 “무리”의 차이가 있다. 마가와 요한에 의하면 이 무리는 대제사장과 장로들과 서기관으로 구성된 성전 귀족들이었다. 마가는 대제사장들이 예수를 빌라도에 넘겨주고 고발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새벽에 대제사장들이 즉시 장로들과 서기관들 곧 온 공회와 더불어 의논하고 예수를 결박하여 끌고 가서 빌라도에게 넘겨 주니”(막 15:1). “대제사장들이 여러 가지로 고발하는지라”(막 15:3). 비록 대제사장들이나 서기관들이 예수를 고발했다 하더라도 총독 빌라도는 이것이 유대인들의 종교적인 문제이므로 이 일에서 손을 떼기를 원했고 예수를 석방하고자 하였다. 그런데 여기서 새로운 변수가 있었는데 여태까지 예수를 열광적으로 따랐던 군중들의 변심(變心)이다.

당시 유월절 절기에는 총독이 유대인들에게는 죄수 한 명을 방면(放免)해주는 관례가 있었다. 이 관례에 따라 열심당의 지도자 바라바(Jesus Barabbas)와 나사렛 예수 중에 한 사람이 석방될 수 있었다. 마가의 기록에 의하면 바라바는 로마에 반란하여 살인을 저질른 테러분자였다: “민란을 꾸미고 그 민란 중에 살인하고 체포된 자 중에 바라바라 하는 자가 있는지라”(막 15:7). 총독 빌라도는 이 둘 중 로마에 대하여 폭력적 저항으로 적대적인 행위를 한 바라바를 사형에 처하고 비폭력적 선동가 예수는 풀어 주려고 하였다.

마가는 성전 귀족들의 충동(衝動)을 받은 무리(ochlos, crowd)를 언급하고 있다: “이는 그가 대제사장들이 시기로 예수를 넘겨 준 줄 앎이러라 그러나 대제사장들이 무리를 충동하여 도리어 바라바를 놓아 달라 하게 하니”(막 15:10-11). 이들 무리는 군중(ochlos, crowd)으로서 백성(laos, people)이 아니라 한 무더기의 사람, 군중을 의미한다. 이들은 군중들 가운데 바라바 사면을 위하여 동원된 부하들 무리였다. 빌라도는 예수를 풀어주려고 하니 이들 성전 귀족들의 부추김을 받은 군중들이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아라”고 강하게 아우성치며 빌라도를 압박한 것이다: “그들이 다시 소리 지르되 그를 십자가에 못 박게 하소서”(막 15:13). 빌라도는 이 성전 귀족들과 바라바를 지지하는 무리(ochlos)에 압박을 당하여 무죄한 예수를 십자가 형에 처하게 되었다고 마가는 보도하고 있다.

요한의 기록에서도 예수 처형을 요구하는 “유대인들”은 성전 귀족들이다. 대제사장들이 만일 빌라도가 예수를 놓아준다면 가이사의 충신이 아니라 반역하는 것이라는 위협함으로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을 것을 요구하였다: “이러하므로 빌라도가 예수를 놓으려고 힘썼으나 유대인들이 소리 질러 이르되 이 사람을 놓으면 가이사의 충신이 아니니이다. 무릇 자기를 왕이라 하는 자는 가이사를 반역하는 것이니이다”(요 19:12). 이 유대인들은 단순 백성이 아니라 유대 지도자로서 성전 귀족들인 대제사장들(요 19:15)이다. 이들 유대 성전 귀족들이 예수를 처형하기 위하여 빌라도에게 아첨했던 것이다: “대제사장들이 대답하되 가이사 외에는 우리에게 왕이 없나이다”(요 19:15).

2. 군중들이 예수를 십자가에 처형하도록 함

누가와 요한에 있어서 무리들은 군중과 백성들이다. 누가복음에서 무리들은 군중들이다:
“무리가 일제히 소리 질러 이르되 이 사람을 없이하고 바라바를 우리에게 놓아 주소서 하니, 이 바라바는 성중에서 일어난 민란과 살인으로 말미암아 옥에 갇힌 자러라. 빌라도는 예수를 놓고자 하여 다시 그들에게 말하되, 그들은 소리 질러 이르되 그를 십자가에 못 박게 하소서 십자가에 못 박게 하소서 하는지라. 빌라도가 세 번째 말하되 이 사람이 무슨 악한 일을 하였느냐 나는 그에게서 죽일 죄를 찾지 못하였나니 때려서 놓으리라 하니, 그들이 큰 소리로 재촉하여 십자가에 못 박기를 구하니 그들의 소리가 이긴지라”(눅 23:18-23).
요한복음에서는 무리는 대제사장들의 아랫사람들(their officials이다: “대제사장들과 아랫사람들(the chief priests and their officials) 이 예수를 보고 소리 질러 이르되 십자가에 못 박으소서 십자가에 못 박으소서 하는지라”(요 19:6a).

마가복음에서의 군중(ochlos, crowd)은 마태복음에서는 백성(laos, people)의 모습으로 확장된다. 마태는 다음같이 기록한다: “빌라도가 아무 성과도 없이 도리어 민란이 나려는 것을 보고 물을 가져다가 무리 앞에서 손을 씻으며 이르되 이 사람의 피에 대하여 나는 무죄하니 너희가 당하라”(마 27:24). 이에 백성들(laos, people)은 예수의 무죄한 피의 대가를 자신과 자손들이 짊어진다고 대답한다: ”그 피를 우리와 우리 자손에게 돌릴지어다”(마 27:25).

예루살렘 입성 시에는 호산나! (Hosanna, ‘구원하소서’를 뜻하는 히브리어)라고 환호성을 지르면서 예수를 메시아로 맞아 주었던 군중들이 예수가 종교와 정치 권력이 야합한 심문대에 서면서 무능한 자라는 사실에 직면하게 되자 그에 대한 메시아적 기대는 돌연 좌절의 증오심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군중은 우중(愚衆)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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