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정보센터, 백서 출간하고 국민 인식 세미나 개최
“평양 이외에 합법적 가정예배 처소 있다” 1.3%
“비밀리에 종교활동에 참여한 적이 있다” 1.1%
“성경과 같은 종교물품을 본 경험이 있다” 4%
北 당국 태도 불변 확인… 투명한 정보 요구해야
(사)북한인권정보센터(이하 NKDB)가 주최한 ‘북한 종교자유 현황과 미래, 북한인권에 대한 국민 인식 세미나’가 23일 오후 정동 프란치스코회관 211호실에서 진행됐다.
NKDB의 북한종교자유백서는 북한의 종교정책과 종교자유 현황을 체계적으로 조사·분석해, 그 실태에 대한 기초자료를 축적하고 종교 박해를 예방하며 피해자 구제 수단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2008년부터 발간되고 있다.
올해 발간된 ‘2024 북한인권백서’는 2002년부터 올해 2월까지 누적된 15,169명의 탈북자를 대상으로 조사·수집된 자료를 바탕으로 북한 인권 실태를 조명했다. ‘북한의 외부정보 유입 실태와 해결 방안’, ‘북한 법률 및 인권 기록 검토’, ‘북한 당국 차원의 주민통제 메커니즘’이라는 주제의 특별주제보고서도 담겼다.
세미나의 첫 번째 세션에서는 보고서 작성을 총괄한 NKDB 양수영 연구원이 ‘2024 종교자유백서의 주요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북한에서 자유롭게 종교활동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14,374명 중 99.6%가 “허용되지 않는다”, 0.4%가 “허용된다”고 했다. “평양 이외에 합법적인 가정예배 처소가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응답자 14,599명 중 98.5%가 “없다”, 1.3%가 “있다”고 했다.
“종교시설에 합법적으로 방문한 경험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14,682명 중 99.2%가 “없다”, 0.8%가 “있다”고 했다. 방문 경험이 있다고 한 응답자의 대다수는 신앙적 이유가 아니거나 공식 활동 등의 일환으로 사찰에 방문한 경우였다. “비밀리에 종교활동에 참여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14,684명 중 1.1%인 168명만이 “있다”고 했다. 비밀종교에는 기독교에서 언급하는 지하교회를 비롯해 미신 행위도 포함되기 때문에, 지하교회와 관련된 활동은 조금 더 세부적인 조사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타인의 종교활동을 목격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14,660명 중 4.7%가 “있다”고 했다. 특히 “성경과 같은 종교물품을 본 경험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14,676명 중 4.0%인 580명이 “있다”고 했다.
이 가운데 2000년대 이전 탈북한 응답자의 경우 단 6명만이 성경을 본 경험이 있다고 한 반면, 2000대 이후 탈북한 응답자의 경우 564명이 그러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그 비율이 2008년부터 4%를 넘었고, 2019년도에는 6.3%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코로나가 발생한 2020년 이후에는 2023년도에 5명만이 성경을 봤다고 응답했다.
“북한에서 종교활동을 하면 처벌을 받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14,038명 중 60.8%가 “그렇다”, 0.5%는 “그렇지 않다”, 38.7%는 “모른다”고 했다. “어떤 처벌을 받는가?”라는 질문에 “정치범수용소”라고 한 응답자가 46.4%로 가장 많았고, “모른다” 38.7%, “교화소” 10.8%, “노동단련대” 3.2%, “기타” 0.5% 순이었다. “모른다”고 한 응답자가 많은 이유는 종교활동에 대한 정보가 굉장히 제한적이고 구체적인 처벌 사례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매우 적기 때문으로 파악됐다.
백서가 집필된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북한인권센터 통합 인권 DB에는 87,000여 건의 인권 침해 사건이 기록돼 있는데, 그 가운데 종교박해 사건은 2,045건으로 전체의 2.3%를 차지했다. 종교박해를 받게 된 이유로 종교활동이 64.1%로 가장 많았고, 종교물품 소지 17.9%, 종교 전파 8.5%, 기타 6.0%, 종교인 접촉 3.5% 로 나타났다.
종교박해 사건의 정보형식은 목격과 득문이 각각 39.3%와 52.8%를 기록했으며, 경험은 7.8%, 증언자의 확신은 0.1%였다. 득문과 목격 형식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이유는 북한 내 종교활동이 극히 제한된 상태로 전달되거나 목격을 통해서 수집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기별 박해 사건 발생을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1990년대와 2000년대에 집중됐다. 이는 고난의 행군 시기에 대규모 탈북 사태가 발생했고, 선교 활동을 위해 다시 북한으로 돌아간 이들이 박해를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2010년도 이후에는 국경 통제와 정보 유입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며 새롭게 종교를 가지게 된 이들이 줄었고, 이에 따라 박해 사건도 자연스럽게 줄었다.
종교박해 사건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장소는 보위부 및 안전부 조사 및 구류시설(33.4%)이었고, 정치범수용소(17.8%), 피해자의 집(15%), 교화소(12.2%) 등의 순이었다. 박해 피해는 구금이 45.3%로 가장 많았고, 이동 제한(17.1%), 사망(16.5%), 실종(6.6%), 기타(7.5%), 상해(4.0%), 추방 또는 강제이송(2.8%), 탈주자 신분(0.1%), 추적불가(0.1%) 순이었다.
양 연구원은 “이번 연구 결과, 북한 당국의 변화가 없는 태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북한 내에서는 여전히 자유로운 종교활동이 불가능했다. 합법적 가정 예배처소 운영에 관한 내용은 지속적으로 추적해야 한다. 또 비공개 종교활동을 했거나 목격했다는 응답자들이 존재했다. 이러한 응답자들은 2020년 이후에도 목격됐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한다. 지속적인 종교박해에 따른 구금, 실종, 인권피해가 추정되는데, 추가 표본을 확보해 지속적인 모니터링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제인권규약을 적극 활용하고 북한 당국에 종교 관련 투명한 정보를 요구해야 한다. 또 국제사회 대화 및 압박을 통해 안보와 인권 현안을 연계하고 중립국을 통한 대화를 모색하는 한편, ‘Do No Harm’ 원칙을 준수하면서 안전하게 종교 관련 자료를 계속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北 인권에 대한 관심, 2022년 이후 소폭 하락세
개선 가능성 “없다” 86.3%… 北인권법도 회의적
“韓 정부, 보편적 인권 차원 적극 개입을” 65.3%
이어 이승엽 NKDB 조사분석원은 ‘변화하는 정세 속 북한인권 평가와 전망’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북한 인권과 관련한 국민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이 지난해 10월 참여한 이번 조사에서 지역별로 ‘관심이 있다’라는 응답은 광주/전라(69.8%), 인천/경기(69.0%), 강원/제주(67.4%), 대구/경북(56.8%) 순이었다. 응답자의 96%는 “북한 인권이 심각하다”고 평가했으며, 65.5%가 “북한인권 문제에 관심이 있다”고 했다.
북한인권에 대한 관심은 2021년 52.5%에서 66.5%로 크게 상승했으나, 2022년 이후 소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북한인권에 관심을 갖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북한 사람들의 빈곤과 고통이 안타까워서”(33.4%)가 가장 높았으며, 이는 전년대비 6.2%p 오른 것이다. 반면 북한 인권에 무관심한 가장 큰 이유는 “별다른 해결책이 없어서”(33.0%)로, 전년(32.7%)과 동일한 수준이었다.
북한인권 관련 이슈에 대한 인지도는 공개처형(93.1%), 정치범수용소(84.1%), 탈북어민 북송사건(82.5%), 인신매매(78.6%), 유엔북한인권결의안(71.1%)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9년 발생한 ‘탈북어민 북송사건’은 여전히 수치로 국민들의 기억에 남은, 주요 북한 인권 침해 이슈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었다.
향후 개선 가능성과 관련해 “없다”는 응답자가 86.3%로 가장 많았으며, 이는 전년대비 5.4%p, 2018년 30.4%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북한인권법의 북한인권 개선 효과와 관련,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응답자가 69.3%로 절반을 훨씬 넘었다. 또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25.4%), ‘법무부 북한인권기록보존소’(16.7%) 등 제도적 사안에 대한 인지도는 여전히 낮아, 북한인권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충족하기 위해 제도적 개선과 홍보가 시급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응답자의 많은 수가 “보편적 인권 차원에서 한국 정부가 북한인권 개선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65.3%), “한국 정부 차원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60.2%)고 했다. 또 북한인권 단체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역할로 응답자의 46.6%가 북한인권 기록 및 홍보를 꼽았고, 김정은 ICC 제소 등 국제활 동을 지지하는 응답자도 25.4%로 많았다. 그 밖에 대북방송 등 북한주민 의식교육과 대북지원이 각각 18.2%,로 7.7%를 기록했다.
이승엽 조사분석원은 “북한인권 개선은 ‘보편적 인권’이라는 인류의 보편 가치 실현과 연결된 중대한 과제”라며 “분단 80년이 지난 지금,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국민인식을 주의 깊게 살펴보며 활동을 이어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