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144] 제3차 전도여행(31) 갑바도기아(3)
동굴 교회 입구, 기이한 삼각형
대형 식당, 창고 등도 남아 있어
가운데 구멍 설교자, 양쪽 장로
형형색색 열기구들 하늘 가득해
1세기부터 탄압 피해 정착 시작
동굴 속 평생 성화 숭배는 잘못
화산재가 오랜 세월 동안에 걸쳐 비바람에 노출되면서 기이한 모양으로 된 긴 삼각형 모양의 작은 바위산에는 수많은 작은 동굴 교회 입구가 보인다.
갑바도기아 전역에는 동굴 교회가 1천여 개나 된다. 대부분 동굴 교회는 사다리를 놓고, 바위 벽에 뚫린 조그만 입구를 통해 들어간다. 입구는 작으나 일단 들어가면 속은 넓다. 많을 때는 7만 명이 넘는 교인들이 이곳에 거주했으므로 동굴 속에는 대형 식당, 창고 등의 공간도 그대로 남아 있다.
동굴 교회 크기는 각각 다르나 작은 것은 가로·세로 5m 정도의 것도 있고, 큰 것은 가로·세로 10m 이상 되는 것도 있다. 그러나 구조는 공통적으로 같아서, 설교자가 서는 곳에는 뒷면 벽에 사람이 들어가 앉을 수 있는 구멍 3개를 만들어 놓았다. 가운데 구멍에는 설교자가 앉고 양쪽 옆의 구멍에는 장로(長老) 두 명이 들어가 앉는 것이다.
괴레메 야외박물관 입구를 들어가자마자 좌우 양쪽에 높이 30m 정도의 작은 바위산이 솟아 있는데, 왼쪽이 남자 수도원, 오른쪽이 여자 수도원이다. 남녀 구별을 위해 좀 떨어진 곳에 각각 수도원을 동굴 속에 지어 놓았지만, 그 거리가 50m 정도밖에 되지 않아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괴레메에서 동북쪽으로 6km 떨어진 젤베(Zelve) 골짜기에는 버섯 모양의 바위산이 무수히 펼쳐져 있다. 오늘날 이곳에는 인구가 별로 없지만, 9세기부터 13세기까지는 갑바도기아에서 가장 큰 도시였다고 한다. 이곳 버섯 모양으로 생긴 바위 속에 조그만 교회가 들어가 있어, 사람들은 이를 ‘버섯교회’라고 부르고 있다.
이곳에 있는 성 시몬(St. Simon) 교회는 강단 자리를 제외하고는 가로·세로 3m밖에 안 되는 작은 공간을 갖고 있다. 이렇게 좁은 공간에 얼마나 많은 기독교인이 앉아서 예배를 드렸는지 궁금하다. 공간 면적을 고려한다면 아마 설교자와 그 가족 정도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갑바도기아는 지구가 아니라 다른 행성에 와 있는 기분이다. 그러므로 이곳에서는 오래 전 영화 ‘스타워즈’를 촬영하기도 했고, 영화가 나온 후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더 많아 졌다고 한다.
이렇게 특이한 자연이 보여주는 광경을 이용하여 갑바도기아에는 열기구를 타고 상공에 올라가 발 아래 펼쳐진 진기한 풍경을 보게 하는 관광 산업이 크게 번성하고 있다. 맑은 하늘 높이 형형색색의 열기구들이 갑바도기아 하늘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는 장면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장관이다.
역사적으로 갑바도기아에는 기독교인들이 오기 전 이미 주민들이 살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1세기 이후 로마 제국의 기독교 탄압을 피해 기독교인들이 이곳에 와서 살았고, 그 뒤 7세기 후반부터 9세기 사이 아랍인들의 침입을 피해 이곳에 기독교인들이 몰려오자 인구도 늘었다.
이들은 갑바도기아 바위 동굴 속에 만든 교회와 지하 동굴에서 기독교 박해를 피해가며 살았다. 또 비잔티움 시대조차 수도사들이 이곳에 와서 거주했는데, 그들은 비잔티움 시대 기독교의 부패와 타락에 실망해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당시 기독교인들의 신앙은 정말 대단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동굴 속에서 평생 성화(聖畫)를 그리며 그 성화를 숭배한 것은 잘못된 신앙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순수한 마음이었겠지만, 성화만 숭배하며 동굴 속에서 단순하게 생활한 것이 그 지역에서 결국 기독교 신앙을 붕괴시키고, 이방인인 이슬람 세력이 들어와 오늘날까지 그 지역이 이슬람권에 들어가 있게 하는 요인의 하나가 됐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튀르키예 안내원 아가씨 소라에 의하면, 당시 갑바도기아에서 이슬람교인들로부터 박해를 받으며 살던 기독교인 가운데 일부는 이슬람교로 개종했고, 일부는 그곳을 떠나 기독교에 대한 박해가 없는 프랑스나 유럽 다른 지역으로 갔다고 한다.
권주혁 장로
세계 145개국 방문
성지 연구가, 국제 정치학 박사
‘권박사 지구촌 TV’ 유튜브 운영
영국 왕실 대영제국 훈장(OBE) 수훈
저서 <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사도 베드로의 발자취를 찾아서>, <여기가 이스라엘이다>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