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찬북뉴스 칼럼] 한 말씀만 하소서!
1. 60여 년간 신앙생활을 해오면서, 필자가 알고 경험해 온 하나님이 있다. 그분은 나처럼 절대 성미가 급하시지 않다는 점이다.
필자는 오래 참거나 기다리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다. 즉각적 반응과 응답을 매우 좋아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우리 하나님은 더디 움직이신다. 다급하고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아무 응답없이 침묵을 지키실 때가 아주 많은 분이시다.
2. 오죽했으면 박완서 작가가 <한 말씀만 하소서>(세계사, 2004)라는 책을 썼을까? 남편을 잃은 후 반 년도 되지 않아, 서울대 의대에 재학 중인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었다. 하나님께 울며불며 하소연하고 한마디 음성이라도 듣기 원했으나, 아무런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이런 힘들고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하나님이 한마디라도 위로의 말씀을 해주시면 얼마나 좋을까?
3. “어려운 일을 당했으나 염려하지 마라. 그 일을 통해 네가 상상할 수 없는 놀라운 축복과 기적을 예비해놓았으니, 조금만 견디거라!”
이런 음성 하나만 들려주셨다면 얼마나 힘이 됐을까? 이는 박완서 작가만 경험해 온 하나님의 모습이 결코 아니다. 지금까지 내가 경험해온 하나님도 그와 별 차이가 없음을 잘 알고 있다.
“한 말씀만 하소서!”
4. 요즘 필자의 속에서 아주 많이 터져나오는 하소연이다. 이게 필자만의 심정일까? 아닐 것이다. 적지 않은 그리스도인들의 마음에 떠오르는 공통적인 하소연이라고 본다.
진실과 선이 짓밟히고 거짓과 악이 거듭거듭 득세함에도, 우리가 원하는 결과가 나올 기미가 전혀 없어보인다. 어째서 악이 계속 이겨 나가는 건지? 도대체 하나님은 무얼 하고 계시는지?
5. 화가 날 정도가 아니라 분노가 치밀 정도로, 세상은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 다 되어버린 비극적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
답답하고 속상하고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다. ‘어째서 하나님은 이런 현실을 가만히 두고만 보시는 걸까? 이러다 선교대국인 우리나라가 망하고 교회까지 다 훼파되어도 좋단 말인가? 언제까지 참고 기다려야 한단 말인가?’
6. ‘과연 인내한다고 좋은 날이 올 것인가? 하나님의 인내하심은 어느 때까지일까?’ 이런 질문이 마구 터져나온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또 다른 하나님의 모습을 놓쳐선 안 될 것이다. 더딜지라도 하나님이 움직이실 때가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 지금은 이해하기 힘들어도, 머잖은 때에 그분의 뜻과 섭리를 선명하게 깨닫게 되는 때가 있음을 믿는다.
7. 우리 하나님은 선한 쪽이 궁지에 몰리는 순간까지 한 말씀도 하시지 않거나 전혀 도움을 주시지 않을 때가 많다. 선한 자기 백성들의 인내심과 신뢰심을 키워 주실 의도에서다. 한편으로는 악인들의 죄악이 관영하기까지 기다리실 의도에서 그렇게 하신다. 완벽한 심판으로 갚으실 그날까지 하나님도 오래 인내하신다는 점이다. 그렇다.
하나님은 여전히 살아계신다.
8. 그분은 지금도 세상 나라와 통치자와 백성들을 감찰하고 통치하고 계신다. 그 하나님이 선한 백성들의 기도와 한탄과 하소연에 귀 닫고 계실 분이 아니심을 굳게 믿고, 더욱 하나님을 철저하게 신뢰하며 기도하자.
머잖은 때에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기막힌 굿뉴스’가 우리 귀에 들려올 줄 확신한다.
신성욱
크리스찬북뉴스 편집고문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