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의 불안과 고통 속, 침묵하시는 하나님과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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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찬북뉴스 서평] 하나님의 침묵을 듣다

하나님의 침묵
헬무트 틸리케 | 윤종석 역 | 두란노 | 172쪽 | 12,000원

책의 저자 헬무트 틸리케는 나치 치하에서 신앙적 양심을 지키며 담대하게 복음을 선포한 독일의 개신교 신학자요 윤리학자이며 복음주의 설교자다.

전후 비극과 불안에 짓눌린 독일인들에게 하나님의 존재에 대한 예언자적 설교와 하나님의 침묵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통해, 그들의 믿음을 하나님과의 깊은 관계 속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해 주었다.

이 책에 실린 설교는 1942-1951년 독일 격동기에 작성된 것이다. 이러한 극심한 풍랑의 시대를 뚫고 나온 그의 설교 10편에 담긴 선지자적 음성이 오늘날 불안과 고통 속에서 하나님의 존재를 의심하고 하나님의 침묵과 힘겹게 씨름하고 있는 현대인들의 영혼에도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며 공명하고 있다.

그 시대 독일의 격랑기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 또한 다양한 상황과 환경 속에서 불안을 느끼며 고통을 느끼는 가운데, 하나님의 존재를 느껴보고 싶은 진한 열망을 가져보았을 것이다.

아니면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잃거나 불안과 죄책감이 밀려올 때 하나님을 애타게 찾고 그 이름을 불러보았지만, 그럼에도 아무 대답도 없이 그저 침묵으로 일관하시는 하나님으로 인해 망연자실한 적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이 책은 단순한 신학적 논의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삶의 현실적 문제와 맞닿아 있다.

책에서 저자는 하나님이 침묵하시는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관점을 제시한다. 그는 우리가 겪는 고통과 불안이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해석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고립감과 불안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침묵하고 있다는 느낌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 이러한 점에서 저자는 독자들에게 하나님이 침묵하는 이유를 이해하고, 그 침묵 속에서도 하나님의 마음을 듣는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성경이 기록하고 있는 하나님의 침묵에 대한 사례를 소개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시작 내러티브로 마태복음 15장 21-28절에서, 한 가나안 여자의 절규 어린 간구와 그에 대한 예수님의 침묵을 대조시키고 있다. “가나안 여자 하나가 그 지경에서 나와서 소리 질러 이르되 … 예수는 한 말씀도 대답하지 아니하시니(마 15:22-23)”.

예수님은 침묵하셨다. 우리는 소리치고 절규하고 부르짖지만, 하나님은 침묵하신다. 하나님의 침묵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무엇이었는가? 우리는 믿음과 의심 사이를 수천 번이나 왔다갔다 한다. 저자는 “하나님이 우리 기도에 응답하지 않으실 때는 대개 침묵 이면에 그분의 더 깊은 뜻이 있다(39쪽)”고 했다.

▲ⓒ픽사베이

▲ⓒ픽사베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저자가 제시하는 ‘하나님의 침묵 속에서의 신뢰’라는 개념이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침묵은 인간의 침묵과 다르기 때문이다. 그는 하나님이 침묵하실 때, 우리는 그 침묵을 두려워하기보다 오히려 하나님을 신뢰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단순히 믿음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를 더욱 깊이 있게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은 필자에게 큰 위로가 됐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하나님을 신뢰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다.

또 저자는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우리가 느끼는 고통이 단순히 부정적 경험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의 신앙을 성장시키는 기회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저자는 고통을 통해 우리가 하나님을 더 깊이 이해하고, 그분의 사랑을 체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부분은 필자에게 큰 도전이 되었고, 앞으로 삶에서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하나님과의 관계를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게 만들었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하나님의 침묵을 통한 소통’에 대한 논의가 이어진다. 그는 하나님과의 대화가 단순히 기도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서 하나님이 주시는 메시지를 듣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작은 것들 속에서도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관점은 필자에게 일상 속에서 하나님과의 관계를 더욱 깊이 있게 만들어가는 방법을 제시해 주었다.

결론적으로, 헬무트 틸리케의 <하나님의 침묵>은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겪는 불안과 고통 속에서 하나님과의 관계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귀중한 책이다. 그의 깊이 있는 성찰과 통찰은 큰 위로와 도전을 주었고, 앞으로의 신앙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 확신한다.

이 책을 통해 하나님과의 관계를 더욱 깊이 있게 만들어가고, 그분의 침묵 속에서도 신뢰를 잃지 않는 삶을 살아가고자 다짐하게 되었다.

이종수
크리스찬북뉴스 편집고문
의정부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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