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시코시티 정책 재수립, 제네바 합의 선언 재가입, 페이스법 시행 축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취임 이후 행정명령과 행정지시를 통해 생명 존중 운동을 진전시키기 위한 여러 가지 조치를 취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생명을 위한 행진’ 행사가 열리기 하루 전인 1월 23일(이하 현지시각), 이와 관련된 행정명령을 내렸다. 생명을위한행진은 워싱턴 D.C.에서 매년 진행되는 친생명운동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 행사에 영상 메시지를 전했다.
실제 정책에 있어 트럼프 대통령은 먼저 1월 24일 내린 행정명령에서 바이든이 ‘가족계획연맹’(Planned Parenthood)과 ‘마리에 스토피스 인터내셔널’(Marie Stopes International) 등 낙태 서비스 제공 기관에 대한 세금 지원을 승인한 2021년 1월 28일자 대통령 각서를 철회하고, 자신의 첫 임기 때의 멕시코시티 정책을 복원했다.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처음 채택한 멕시코시티 정책은 해외에서 낙태를 홍보하거나 시행하는 기관에 대한 세금 지원을 금지한다.
지난 40년 동안 민주당 대통령들은 취임 후 이 정책을 지속적으로 철회했으나, 반대로 공화당 대통령들은 취임 후 이를 복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발표한 별도의 행정명령에서 세금으로 낙태 기관을 지원하는 것을 금지하는 ‘하이드 수정안’(Hyde Amendment)을 미 정부의 공식 정책으로 제정했다.
하이드 수정안과 관련된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바이든 행정부가 시행했던 두 가지 행정명령을 철회한다. 그는 “이 두 가지 행정명령은 다양한 연방 프로그램에 선택적 낙태에 대한 강제적인 납세자 자금 지원을 포함시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행정명령은 여성이 낙태와 낙태약을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종교 자유를 위한 법률 단체인 ‘자유수호연맹’(Alliance Defending Freedom)의 에린 하울리 대표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납세자의 돈을 ‘스캔들로 얼룩진 낙태 산업’이 아닌 ‘여성과 어린이를 위한 진정한 건강 관리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돌리기 위해 이 중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을 보니 기쁘다”고 했다.
하울리는 “세금이 낙태에 사용되지 않도록 보장하는 것이 생명을 구하는 길이며, 이는 대다수 미국인들로부터 초당적 지지를 받는 정책이다. 낙태에 대한 강제적인 참여는 미국에 설 자리가 없다. 미국 납세자는 낙태에 자금을 지원하거나 해외로 이를 수출하고 홍보하도록 강요받아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낙태옹호단체인 가족계획연맹 사장인 알렉시스 맥길 존슨 대표는 멕시코시티 정책의 재도입을 비판하며 “이는 세계에서 가장 필요한 곳에 대한 의료 서비스 제공을 방해할 뿐 아니라, 의료와 인권에 대한 접근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싸워 온 국가의 발전을 후퇴시킨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출된 공무원은 이 나라와 세계 어느 곳에서도 개인의 의료 결정에 간섭해선 안 된다. 우리는 이 규칙을 영구히 뒤집고 종식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둘째로 미국이 제네바합의선언에 재가입하도록 했다. 유엔 주재 미국 대표부는 24일 공개한 외교 문서에서 이 사실을 알렸다.
2020년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이 주도한 제네바합의선언에 서명한 국가는 바레인, 벨라루스, 베냉, 브라질, 부르키나파소, 카메룬, 콩고 공화국, 콩고 민주공화국, 지부티, 이집트, 에스와티니, 감비아, 조지아, 아이티, 헝가리, 인도네시아, 이라크, 케냐, 쿠웨이트, 리비아, 나우루, 니제르, 오만, 파키스탄, 파라과이, 폴란드, 사우디아라비아, 세네갈, 남수단, 수단, 우간다, 아랍에미리트, 잠비아 등이다.
이 문서에는 “미국은 여성 건강을 증진하고 모든 연령대의 여성, 어린이 및 그 가족의 요구를 충족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미국은 유엔 내 회원국과 협력해 이러한 목표를 추구하며, 여성과 소녀의 건강을 개선하려는 우리의 지속적인 공동의 목표를 이룰 것이다. 여성의 건강과 웰빙에 투자하면서 생명을 구하고, 여성과 소녀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며, 사회의 기본 단위인 가족을 보호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잔 B. 앤서니 프로라이프 아메리카’의 마조리에 다넬펠서 대표는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 덕분에 우리가 다시 국제사회와 함께 생명을 위해 연대할 수 있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 조치는 태아를 포함한 가장 취약한 시민을 보호하려는 국가의 의지를 재확인하는 동시에, 이러한 보호 조치를 박탈하려는 유엔 및 기타 단체의 압력으로부터 주권 국가를 보호한다”고 했다.
트럼프는 셋째로 페이스법 시행 축소를 시사했다. 미국 법무장관의 수석 보좌관은 23일 공개 서한에서 ‘페이스법’(Freedom of Access to Clinic Entrances Act, FACE Act)을 연방정부가 법률을 무기화한 전형적인 사례로 꼬집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페이스법 종식을 약속한 바 있다.
1993년에 제정된 페이스법은 낙태시술소 시설에 대한 접근 방해, 위협 및 파괴를 금지하며, 강제 또는 강제적 위협, 신체적 방해 등 고의로 생식 건강 서비스 제공을 방해하거나 위협하거나 손상시키거나 이를 시도하는 모든 이들을 기소한다.
서한은 생명운동가들의 말을 인용해 “연방대법원이 ‘돕스 앤 잭슨’ 판결에서 미국 헌법은 낙태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결정한 후, 페이스법에 따른 거의 모든 기소가 낙태 반대 시위자들을 상대로 이뤄졌다. 그러나 낙태 찬성 시위자들이 지난 3년 동안 방화와 폭력적 행동으로 친생명 임신 센터를 공격한 사실은 간과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법에 따른 편파적 기소는 ‘공정한 사법 행정’을 반영하지 않는다. 향후 낙태와 관련된 페이스법 기소 및 민사 소송은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따라 특별한 상황이나 사망, 심각한 신체 상해 또는 재산 피해와 같은 중대한 악화 요인이 있는 경우에만 허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한은 또 “중대한 가중 요소가 없는 사건은 주 또는 지방법에 따라 적절히 처리할 수 있다”고 언급함으로써, 법무부가 비폭력적인 페이스법 위반에 대해 기소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