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외상센터> 의료팀 집념에서 겹쳐 보이는 기독교 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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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 넷플릭스 시리즈 <중증외상센터> (1)

박욱주 박사님이 OTT 넷플릭스 시리즈로 호평받고 있는 <중증외상센터>는 웹툰 및 웹소설 기반 작품으로, 전장을 누비던 천재 외과 전문의가 유명무실한 중증외상팀을 ‘심폐 소생’하기 위해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통쾌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주지훈(백강혁 역), 추영우(양재원 역), 하영(천장미 역), 윤경호(한유림 역), 정재광(박경원 역) 등의 배우가 출연하고 있습니다.

작품 속 종교 색채 안 느껴지나
원작 웹소설 집필 작가, 목회자
자녀에 신앙생활 충실했던 의사
집필 속 하나님 인도하심 간증
물불 안 가리는 의료팀 집념 속
오지 봉사하는 기독인들 오버랩

▲중증외상 환자를 살리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열혈의사 백강혁의 활약상을 담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lt;중증외상센터&gt;.

▲중증외상 환자를 살리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열혈의사 백강혁의 활약상을 담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중증외상센터>.

의사의 윤리적 지표: 의료계의 혼란과 부조리에 지지 않는 헌신적 의사

지난 1월 24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중증외상센터>는 동명의 웹소설과 웹툰이 원작인 미디어 믹스 작품으로, 출중한 실력과 성품, 직업의식을 가진 외과의사 백강혁(주지훈 분)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웅서사풍의 메디컬 드라마다.

원작 웹소설 <중증외상센터: 골든 아워>는 실제 이비인후과 전문의 이낙준 작가(필명 한산이가)가 집필했다. 그는 자신의 전문지식을 살려 의학과 관련된 장르소설을 여러 편 집필했다. 그래서 이낙준 작가의 작품 속 의료진 활약상에 대한 묘사나 의학 관련 지식은 전반적으로 고증에 충실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원작 소설도 그렇지만, 특히 이번에 드라마로 미디어 믹스가 이루어진 <중증외상센터>는 현재 국군대전병원장을 맡고 있는 중증외상 분야 전문의 이국종 교수의 일화들을 모티브로 삼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통해 이 작품은 대형종합병원에서 경영적자를 키우는 주범으로 지목되는 중증외상센터를 둘러싼 내부 알력과 다툼을 면밀하게 조명한다.

이 작품은 압도적 의술과 높은 정의감을 가진 의사가 의료계와 대형종합병원 내부의 권력투쟁, 관료주의를 극복해 나가는 전개가 서사의 핵심을 이룬다. 확고한 직업윤리를 가진 정의로운 언더독 캐릭터가 사회의 부조리를 통쾌하게 질타하고 해결해 나가는 장면 하나하나가 시청자들에게 강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드라마 속 주인공과 주변인물에 관한 설정 중에는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끈 의학 만화 <슈퍼닥터 K>의 몇몇 에피소드에 대한 오마주로 여겨지는 것들이 있다.

주인공 백강혁이 아프리카 분쟁지역에서 사설군사기업(PMC) 소속으로 일하며 용병들을 치료한 경험이 있다는 점, 그저그런 실력의 의사들에게 압도적인 수술 실력을 보이며 그들의 성장을 이끄는 점, 그리고 자신이 성장시킨 후배 의사 양재원(추영우 분)에게 목숨을 내맡기고 수술을 받는다는 점이 두 작품 사이에 보이는 설정상 공통점이다.

▲&lt;중증외상센터&gt;는 압도적인 의술과 높은 정의감을 가진 의사가 의료계와 대형종합병원 내부의 권력투쟁, 관료주의를 극복해 나가는 전개가 서사의 핵심을 이룬다.

▲<중증외상센터>는 압도적인 의술과 높은 정의감을 가진 의사가 의료계와 대형종합병원 내부의 권력투쟁, 관료주의를 극복해 나가는 전개가 서사의 핵심을 이룬다.

작품에 대해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갈 포인트는 이 작품이 공개된 시점이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는 정부 의료개혁안을 놓고 의료계 분쟁이 1년 가까이 이어지며(이번 의료개혁 분쟁은 2024년 2월 1일에 시작됐다) 의료공백이 어느 때보다도 커진 시점에 공개됐다. 여기에는 시류를 타고 작품의 흥행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넷플릭스의 의도가 담겨 있는 듯하다.

많은 환자들이 의료공백 사태 때문에 고통과 불편을 겪는 이때, 정부에 대해서든 의료계에 대해서든 실망감과 불안감을 갖는 일반 대중 입장에서는 오로지 환자를 살리겠다는 열정과 탁월한 의술을 겸비한 이른바 ‘먼치킨’ 주인공의 서사가 큰 감동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현실이 어두울수록, 그 반작용으로 문학과 드라마 속 가상 영웅이 더욱 더 빛을 발하는 것이다.

의사의 종교적 지표: 신앙심에서 기인하는 양심과 책임감을 따르는 의사

<중증외상센터>에 등장하는 백강혁과 동료들은 사실 현실에서 존재할 수 없는 이들이다. 의사로서 과도하게 정의로운 성품과 의지를 가졌을 뿐 아니라, 의술 또한 완벽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허구적인 영웅서사가 대중에게 큰 호응을 얻는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이는 <중증외상센터>뿐 아니라 거의 모든 의학, 메디컬 드라마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다.

인기 메디컬 드라마 <하얀거탑>(2007)과 <제중원>(2010)의 극본을 쓴 이기원 작가는 <메디컬 드라마에 대한 단상>(2012)이라는 논문에서 메디컬 드라마 특유의 대중적 흡인력을 세 가지 요인을 가지고 설명한다. 이 논문에 따르면 메디컬 드라마의 매력은 주로 ‘①딜레마 상황, ②건강과 질병이라는 소재, ③전문 의학 지식의 생소함과 참신함’이라는 세 가지 요인 덕분에 유지된다.

▲2007년, 큰 인기를 끌며 방송가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던 메디컬 드라마, &lt;하얀거탑&gt;.

▲2007년, 큰 인기를 끌며 방송가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던 메디컬 드라마, <하얀거탑>.

메디컬 드라마의 ‘①딜레마 상황’이란 의사가 환자를 두고 어떤 치료 혹은 수술을 시도할 것인지, 그리고 그런 치료법이 실행가능한 것인지 고민하는 상황을 말한다.

여기서 딜레마는 치료나 수술을 가능하게 하는 의술의 존재 여부 때문에 발생하기도 하고, 병원 내부의 정치적 알력이나 의료제도 문제 등 의술 외적 요인 때문에 발생하기도 한다. 대중은 이 딜레마 앞에서 꺼져가는 환자의 생명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조바심과 긴장감, 그리고 의료계 현실 속 부조리함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다음으로 ‘②건강과 질병’이라는 서사 요소는 인간의 삶과 죽음 문제와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데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③전문 의학 지식의 생소함과 참신함’은 시청자들이 질병 치료나 수술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새로운 지식을 얻는 데 따르는 만족감도 선사한다.

<중증외상센터> 역시 이 세 가지 요소를 모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특히 ‘①딜레마 상황’을 가장 크게 부각시킨다. 이 작품에서 딜레마를 유발하는 주 원인은 주인공 백강혁의 강박에 가까운 투철한 의료윤리와 이익과 권력을 추구하는 의료계 기득권층의 윤리적 퇴락이다.

백강혁은 몇 초 단위로 생사를 오가는 중증외상환자들을 치료하고 살리는 데 삶의 목표를 둔 인물이다. 작중 설정에 의하면 백강혁은 어린 시절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던 아버지를 교통사고로 잃었다. 사고 후 그의 아버지는 여러 병원을 돌아다녔으나 치료를 거부당했고, 1시간이 지나 겨우 수술을 받았으나 조치가 늦어 사망하고 말았다.

이 일은 백강혁이 물불 가리지 않고 외상환자들을 살리는 일에 헌신하도록 강박에 가까운 동기를 부여한다. 그러나 의료계의 현실은 그의 결의와 집념을 따라주지 못한다. 많은 의료계 인사들이 생명을 구하는 일 자체보다는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이익과 명성, 정치력 영향력에 욕심을 내고 있다.

▲백강혁은 물불을 가리지 않고 외상환자들을 살리는 일에 헌신한다. 그러나 의료계의 현실은 그의 결의와 집념을 따라주지 못한다.

▲백강혁은 물불을 가리지 않고 외상환자들을 살리는 일에 헌신한다. 그러나 의료계의 현실은 그의 결의와 집념을 따라주지 못한다.

의사들이 추구해야 할 윤리적 이상과 그들을 둘러싼 현실의 제약 사이 딜레마는 모든 의사들이 평생에 걸쳐 고민해야 하는 숙제다. 서양이든 동양이든, 의술과 관련된 나름의 고유한 윤리적 이상이 있다. 그리고 이 이상은 주로 종교적 신념과 신앙심에서 나온 것이다.

서구의 경우를 보자.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고대 그리스 의사 코스의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 of Cos)는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를 섬기며, 그의 신전에서 의사로 활동했다.

또 초대 기독교회 탄생 후 서구 의술의 정신을 뒷받침하는 것은 주로 그리스도의 구속의 은혜와 치유 사역이었다. 중세 이슬람 의학의 대가 이븐 시나(Ibn Sina)는 의학이 신의 권능과 존재를 합리적으로 인류에게 베푸는 방편이라 믿었다.

동양의 경우 도교와 불교 지식인들이 의학 발전과 의료윤리 정립에 크게 기여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도교에서는 신선이 되는 길을 찾기 위해 연단술이나 약학 등을 발전시켰고, 불교에서는 질병을 치유하는 부처 약사여래(藥師如來)의 자비를 베푼다는 믿음에 따라 포교의 목적을 가지고 의학을 발전시켰다.

▲원작 소설을 쓴 이낙준 작가의 발언에 유념한다면, &lt;중증외상센터&gt; 주인공과 그 주변 동료들의 투철한 의료윤리 가운데는 의사들에게 요구되는 기독교적 양심과 도덕성에 대한 의식이 일정부분 반영되어 있다고 생각해볼 수 있다.

▲원작 소설을 쓴 이낙준 작가의 발언에 유념한다면, <중증외상센터> 주인공과 그 주변 동료들의 투철한 의료윤리 가운데는 의사들에게 요구되는 기독교적 양심과 도덕성에 대한 의식이 일정부분 반영되어 있다고 생각해볼 수 있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에서 묘사되는 백강혁의 의사로서의 소명과 윤리의식에는 표면적으로 볼 때 특별한 종교적 색채가 깃들어 있지는 않다. 이는 아마 시청자들의 종교적 감성을 굳이 자극하지 않으려는 드라마 제작진의 의도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은 이 작품의 원작 웹소설을 집필한 이낙준 작가가 개신교 목회자 자녀인 동시에, 평생 충실하게 신앙생활을 해온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이다. 그는 한 기독교 방송 인터뷰에서 그가 의사가 되는 과정, 그리고 작가로서의 활동에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대한 믿음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원작 작가의 발언에 유념한다면, <중증외상센터>의 주인공과 주변 동료들의 투철한 의료윤리 가운데는 의사들에게 요구되는 기독교적 양심과 도덕성에 대한 의식이 일정 부분 반영되어 있다고 생각해볼 수 있다.

실제로 환자들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헌신하는 백강혁과 의료팀의 집념은 의료선교, 의료봉사 활동을 통해 어려운 처지에 놓인 환자들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기독교인 의사들의 열정을 닮아 있다.

박욱주 박사

연세대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 연구교수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객원교수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조직신학 석사 학위(Th.M.)와 종교철학 박사 학위(Ph.D.)를, 침례신학대학교에서 목회신학 박사(교회사) 학위(Th.D.)를 받았다. 현재 서울 좁은문은혜교회에서 목회자로 섬기면서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신학사 및 철학사의 맥락 안에서 조명하는 강의를 하는 중이다.

필자는 오늘날 포스트모던 문화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교회가 보존해온 복음의 역사적 유산들을 현실적 삶의 경험 속에서 현상학과 해석학의 관점으로 재평가하고, 이로부터 적실한 기독교적 존재 이해를 획득하려는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집필한 논문으로는 ‘종교경험의 가능근거인 표상을 향한 정향성(Conversio ad Phantasma) 연구’, ‘상상력, 다의성, 그리스도교 신앙’, ‘선험적 상상력과 그리스도교 신앙’, ‘그리스도교적 삶의 경험과 케리그마에 대한 후설-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이해방법’ 등이 있다.

▲박욱주 교수.

▲박욱주 교수.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Bricolage in the Movie)란

브리콜라주(bricolage)란 프랑스어로 ‘여러 가지 일에 손대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용어는 특정한 예술기법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브리콜라주 기법의 쉬운 예를 들어보자.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창시절에는 두꺼운 골판지로 필통을 직접 만든 뒤, 그 위에 각자의 관심사를 이루는 온갖 조각 사진들(날렵한 스포츠카, 미인 여배우, 스타 스포츠 선수 등)을 덧붙여 사용하는 유행이 있었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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