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8년의 침묵, 북한인권재단의 미래는’ 정책 세미나
재단 설립, 민주당 때문에 8년째 표류 중
정치적 논쟁 대상 아닌 인류 보편의 가치
정부·여당·전문가·활동가들 역량 결집해야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이 주최한 ‘8년의 침묵, 북한인권재단의 미래는’ 정책 세미나가 3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이날 세미나는 개회식에 이어 발제 및 패널토의, 질의 응답 및 폐회 순으로 진행됐으며, 박충권 의원을 비롯해 (사)북한인권 이사장 김태훈 변호사,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제성호 박사, 북한인권시민연합 김석우 이사장, 자유북한방송 김성민 작가, 과거청산통합연구원 이사 김웅기 변호사,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 이금순 박사, 통일부 윤상욱 인권정책관, 조선일보 안용현 논설위원 등이 참석했다.
박충권 의원은 개회사에서 “북한 주민들의 기본적 권리를 보호하고 실질적 변화를 이루기 위한 첫걸음으로 지난 2005년 8월 북한인권법이 발의됐고, 10년 6개월 만인 지난 2016년 여·야 합의로 제정됐다”며 “그러나 법 제정 이후에도 핵심 기구인 북한인권재단 설립은 민주당의 이사 추천이 이뤄지지 않으며 정치적 교착 상태 속에 8년째 표류 중”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북한 주민들의 인권은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아닌 인류 보편의 가치이며 대한민국의 안보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정치범수용소, 강제노동, 고문, 여성과 아동에 대한 폭력 등, 북한에서 발생하는 인권 침해는 국제사회의 질서와 정의를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미 유엔과 국제사회는 이를 ‘반인도적 범죄’로 규정하고 즉각적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북한인권재단은 북한 주민들의 인권 실태를 조사하고, 남북 간 인권 대화를 활성화하며, 인도적 지원과 정책 개발을 통해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원장은 “북한인권재단이 출범하지 못함에 따라 재단이 마땅히 수행했어야 할 북한인권조사와 국제사회에서의 역할 등은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석해 주신 만큼, 오늘 이 세미나를 통해 북한인권재단이 설립되어야 할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재단이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아니며 인권과 정의를 수호하기 위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축사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국회부의장은 “북한인권법·북한인권재단과 관련해서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민주당의 태도”라며 “법치국가에서 법이 규정되면 법에 따라야 한다. 스스로 합의를 했음에도 법안을 지키지 않는 점, 인권을 말하면서 북한인권에 대해 외면·침묵하는 점은 종북세력이라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 북한의 동포들이 인권 탄압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면하고 있는 현실을 국민 모두에게 공유하고, 민주당을 압박하여 북한인권재단이 조속히 출범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좌장을 맡은 김태훈 이사장은 “헌법 조항에서 가장 중요한 조문은 제1조 민주공화국과 제10조 기본권이다. 또한 더 중요한 것이 제3조의 북한도 대한민국의 영토이고 북한주민도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것”이라며 “북한인권재단은 이와 같은 헌법의 가장 중요한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며, 동시에 인류 보편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문제(북한인권)에선 좌도 우도 보수도 진보도 없다. 어느 누구도 이론을 제기할 수 없는 문제를 우리는 다루고 있는 것이다. 북한인권법은 인류 보편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8년 전에 제정됐지만, 대한민국에서 유독 정치 쟁점화가 되고 있다. UN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 전 북한인권조사위원회 위원장도 한결같이 북한인권재단 설립을 촉구하고 있다.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북한인권재단을 설립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 줄기의 빛처럼 지난해 10월 17일 서울고등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난해 11월에 사건 접수가 됐기에 기록 접수로부터 4개월 이내 판결을 해야 되며, 금년 3월이면 4개월이 되기 때문에 희망적”이라고 전했다.
발제를 맡은 제성호 교수는 “북한인권법이 제정되고 시행에 들어간 지 벌써 8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아직 북한인권재단이 출범하지 못하고 있는 비정상적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도 지난해 10월 17일 서울고등법원은 북한인권재단 출범의 촉진제로 작용할 수 있는 판결을 선고함으로써, 북한인권재단의 설립을 학수고대해 온 인사들에게 큰 위안이 됐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까지 앞으로 6개월 이상 걸릴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제 교수는 “북한인권재단의 출범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정부와 여당, 북한인권단체와 관계 전문가 및 활동가들이 좀 더 힘을 내고 가능한 모든 역량을 결집함으로써 국회, 국회의장, 국회사무총장,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및 원내대표 등을 상대로 압박과 설득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북한인권재단 출범의 당위성과 관련, 가능한 모든 홍보 및 소통 수단을 활용해 국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올바른 인식을 갖도록 함으로써 추진 동력을 유지하는 일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야 합의로 추천하되 한쪽이 거부하면
상대방에게 추천권 주는” 개정안도 제안
패널로 나선 김웅기 이사는 “북한 인권을 개선하도록 상황을 지적하고 권고하고 지원하는 것이 북한 정권을 불편하게 하여 남북관계만 악화시킨다는 우려를 불식해야 한다. 북한주민들에게 인간의 기본권을 신장하고 증진시켜서 우리와 같은 기본권을 누리게 하는 것은 오히려 북한 정권을 건강하게 하고, 남북한 간 정상적인 협상이나 대응을 가능하게 하며, 나아가 통일을 하게 되는 경우에도 대등한 협상을 통해 통일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2023년 12월 31일 통일을 포기하는 반통일 선언을 했다. 통일을 위한 2당사자 중 1당사자가 통일을 포기한 상태에서 북한 인권에 대한 국가의 정책은 여야 합의를 바탕으로 추진돼야 추진력이 생길 것이다. 따라서 여야 합의에 의해 이사를 추천하되 어느 쪽에서 추천을 거부하면 그 추천권을 상대방에게 주고, 추천을 포기하는 쪽에서 정책의 감시자로 역할을 충실히 하도록 법을 개정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이금순 박사는 “여야가 북한인권법 관련 서로 다른 입장을 개진하고 이행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노력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며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국회에 북한인권재단 이사 및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회 위원 추천과 관련해 협조 공문을 발송하고, 2023년 3월 통일부장관 자문기구로 북한인권증진위원회를 구성해 정부가 재단 출범 전까지 가능한 범위에서 재단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북한인권법 제정 취지를 실질적으로 이행해 왔다. 그러나 자유권과 사회권의 통합적이며 포괄적인 정책은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북한인권법의 정상적 이행을 위해서는 북한인권재단 이사 및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회 위원 추천 관련 여야의 추천이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현행 북한인권법 관련 의견 차이를 조율하기 위한 적극적 노력이 국회 내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인권법 개정이 필요하다면, 야당의 참여 하에 이를 위한 논의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북한인권 상호대화’ 등에 다양한 견해를 가진 전문가 및 시민사회가 참여해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한 정책방안을 논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안용현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국내 입국하는 탈북민 숫자가 크게 줄었다. 한때 연간 3,000명 가까이 들어왔으나 코로나 이후 작년에는 200여 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북중 국경이 1,400km에 이른다. 10년 전만 해도 철조망이 없는 곳이 많았는데, 지금은 전기 철조망까지 생겼다고 한다. 북한 전체가 거대한 수용소가 된 것이다. 북 정권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외부 정보일 것”이라고 했다.
안 위원은 “파병 북한군에게 ‘언제 죽을지 모르는 우크라이나 전쟁터에 간다’고 알렸으면 그들이 순순히 참전했을까? 그들은 ‘그저 러시아로 간다고만 알고 있었다’고 했다. 과거 노예병들도 자신이 전쟁터에 간다는 사실 정도는 알았다. 역사상 이보다 더한 인권 침해는 없을 것이다. 정부는 생포된 북한군이 귀순을 희망할 경우 한국 송환을 추진해야 한다. 헌법상 우리 국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볼 때 북한에 진실을 알리는 활동을 멈출 수 없다”며 “이러한 이슈 때문에라도 북한인권재단이 조속히 출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