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호 박사의 ‘이중창’ 120] 탄핵 심판 변론
1. ‘불행한 군인’ 발언, 군의 명예를 훼손한 자들의 책임은?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5차 변론기일에 출석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은 국회 소추위원회 측 변호사 질문에 답변을 대부분 거부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향한 ‘불행한 군인’이라는 표현에 대해 즉각 반발하며 “그 표현은 과하다”, “군복을 입은 사람에게는 굉장히 부적절한 표현이다” 등 강하게 항의했다.
군인을 향해 ‘불행한 군인’이라 부르는 것은 단순한 수사적 표현이 아니다. 이는 군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며, 군이 수행하는 책임과 희생을 폄하하는 위험한 발언이다. 특히 군이 감당해야 할 역사적 책임과 국가 안보의 최전선에서 이루어지는 군인의 결정을 ‘불행하다’는 감정적 평가로 치부하는 것은 정치적 수사일 뿐, 본질을 보지 못하는 태도이다.
군인은 단순한 직업이 아니다. 국가의 생명줄을 책임지는 역할이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때로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존재다. 그들에게 ‘불행한 군인’이라는 낙인을 찍는다면, 결과적으로 군의 사기를 저하시킬 뿐 아니라, 대한민국 안보 체계를 약화시키는 것과 다름없다.
2.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군이 책임을 회피할 때 벌어진 비극
2020년 9월 22일 밤, 대한민국 공무원 이대준 씨가 서해 연평도 인근에서 북한군에 의해 처참히 사살된 사건은 단순한 불행한 사고가 아니었다. 이 씨는 실족 후 바다에 표류하던 중 북한군 함정에 의해 발견됐다. 그러나 북한군은 그를 구출하기는커녕 사살하고, 휘발유를 끼얹어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다.
그러나 당시 대한민국 정부의 대응은 충격적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이 사건을 즉각 발표하지 않고,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UN) 종전선언 연설이 끝난 뒤에야 사건을 공개했다. 나아가 정부는 이대준 씨를 ‘자진 월북자’로 몰아가며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 그 결과 당시 국방부, 해양경찰, 청와대 관계자들이 사건 관련 자료를 은폐 및 조작한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었다.
박지원(전 국정원장), 서훈(전 국가안보실장), 서욱(전 국방부 장관), 김홍희(전 해경청장) 등이 구속 기소됐고, 현재도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사건은 대한민국 군의 책임이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를 되묻게 한 대표적 사례다. 군이 위기 상황에서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국민은 군을 신뢰할 수 없다.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은 당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된 작전 부대장을 징계한 바 있다. 그는 구체적 내용을 밝힐 수는 없었지만, 이 사건을 통해 군 조직 내부에 책임지는 문화가 결여돼 있음을 확인했다.
“대한민국 국민 한 사람이 죽었는데, 결심한 사람도, 상황을 평가한 사람도, 건의한 사람도, 확인한 사람도 없었다.”
이것이 당시 군이 보인 모습이었다. 책임을 떠넘기는 문화가 자리잡을 때, 군은 더 이상 국민을 보호할 수 없는 조직으로 전락한다.
3. 군인은 법을 따져가며 전쟁을 해야 하는가?
이진우 전 사령관은 법률적 해석을 따져가며 군이 행동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던졌다.
“확실하지 않은 위협, 무엇인지도 모를 위협이 있을 때 법적인 것을 다 따지면서 나중에 합니까?”
이는 단순한 수사적 질문이 아니다. 전쟁과 국가 안보 위협은 법적 논쟁이 끝난 후에 대응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결단하고 행동해야 하는 문제이다. 군이 법 조항을 하나하나 검토하고 행정 절차를 모두 거친 뒤에야 움직일 수 있다면, 그 순간 대한민국의 안보는 이미 무너져 있을 것이다.
특히 수도방위사령부는 서울을 방어하는 최전선 부대다. 적 공격이 감지되는 순간, 군은 신속하게 판단하고 대응해야 한다. 국회 소추위원 변호사가 군의 정치적 중립을 거론하며 ‘불행한 군인이 많다’고 평가한 것은, 군의 역할을 지나치게 정치적 프레임으로 해석한 것에 불과하다.
군의 본질은 정치가 아니다. 군의 본질은 국가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군인의 희생이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4. 군인은 책임을 다할 때 진정한 군인이다
이진우 전 사령관이 군인으로서 강조한 것은 하나였다. 군인은 책임을 지는 존재여야 한다. 그는 5분간 발언 기회를 얻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군인이다. 군에 비전을 가지고 있었고, 저를 통해 다음 세대와 후배 장병들에게 올바른 선례와 모범이 되고, 가치관이 정립되길 바라는 목표로 살아왔다.”
이것이 진정한 군인의 자세다. 군인은 자신의 안위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책임을 회피하는 군 문화, 군인을 정치적 대상으로 삼아 폄훼하는 태도는 군의 존엄을 스스로 갉아먹는 일이다.
이진우 전 사령관은 “군인답게, 당당하게 재판에서 모든 것을 말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그가 군인의 본질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5. 결론: 군의 명예를 지키는 것이 곧 국가를 지키는 길이다
군은 국가 안보의 마지막 방어선이다. 그들이 결정을 내릴 때, 정치적 프레임이나 감정적인 잣대로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접근이다.
국회 소추위원회 측 변호사의 ‘불행한 군인’ 발언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이는 군의 존재 가치를 부정하는 발언이며, 국가 안보를 담당하는 이들에게 모욕적인 언사다.
군을 존중하지 않는 국가가 어떻게 국민을 보호할 수 있겠는가? 대한민국 군은 정치적 논란의 도구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최전선에 서 있는 존재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군인의 명예를 지키는 것이 곧 국가를 지키는 길이다.
최원호 박사
심리학 박사로 서울 한영신대와 고려대에서 겸임교수로 활동했습니다. <열등감을 도구로 쓰신 예수>, <열등감, 예수를 만나다>, <나는 열등한 나를 사랑한다> 등 베스트셀러 저자로 서울 중랑구 은혜제일교회에서 사역하고 있습니다.
‘최원호 박사의 이중창’ 칼럼은 신앙과 심리학의 결합된 통찰력을 통해 사회, 심리, 그리고 신앙의 복잡한 문제의 해결을 추구합니다. 새로운 통찰력과 지혜로 독자 여러분들의 삶과 신앙에 깊은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