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145] 제3차 전도여행(32) 갑바도기아(4)
카이마크르와 데린구유
바위 뚫어 만든 지하도시
지하 8층 걸쳐 방 1,200개
데린구유, 지하 60m까지
갑바도기아는 워낙 넓어서 여기저기 색다른 바위들이 솟아 있다. 데브렌트(Devrent) 계곡에는 낙타 모양의 바위들이 솟아 있어 여행객들의 탄성을 듣고 있다.
‘데브렌트’는 튀르키예어로 ‘높다’는 의미다. 그리고 비둘기들이 많이 살고 있는 ‘비둘기 계곡(Pidgeon Valley)’은 핑크색을 발하는 바위들로 되어 있다.
점심시간이 되자 우리를 안내하는 현지 여성 안내원 소라는 우리를 비둘기 계곡이 한눈에 들어오는 고급식당으로 안내했다. 우리는 어떤 메뉴가 우리 식성에 맞을지 잘 몰라 메뉴판을 보면서 한참 서로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오랫동안 한국인 여행객을 안내한 경험이 있는 안내원 소라는 우리에게 한국인 식성에 잘 맞을 것이라며 메뉴 몇 개를 추천해 준다.
이날은 날씨가 아주 맑아 눈앞에 보이는 비둘기 계곡의 비들기들이 살고 있는 조그만 동굴 입구들도 작은 점으로 확실하게 보인다. 식당 위치가 좋아, 우리는 마치 경치 좋은 곳에 있는 카페에 온 기분으로 눈앞에 펼쳐진, 아직도 흰 눈이 남아있는 계곡을 음미했다. 다른 곳에서는 보기 어려운 경관이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여행사의 승합차를 타고 갑바도기아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인 아바노스(Avanos)로 이동했다. 인구 1만 5천 명의 아바노스는 네우쉐히르 주에 있는 도시로서 주도(州都)인 네우쉐히르에서 북쪽으로 18km 떨어져 있고, 도자기 제조로 유명하다.
시내 한가운데를 흐르는 키질리르마트(Kizilirmat) 강은 길이 1,182km 로서 튀르키예에서 가장 긴 강이며, 갑바도기아에서 발원하여 흑해로 흘러 들어간다.
고대에 중국 서안(西安)에서 시작해 중앙아시아를 통하여 콘스탄티노플까지 이어지는 실크로드는 갑바도기아 지역도 통과하였으므로, 갑바도기아는 동서남북 상인들이 만나는 교역 지역이었다. 그러므로 아마 당시 교역의 중요 품목 가운데 하나인 도자기가 이곳에서도 제작된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키질리르마트’라는 강 이름은 튀르키예어로 ‘붉은(Kizil) 강(Irmak)’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곳에서 안내원 소라는 우리를 도자기 공장으로 안내했다.
도자기 공장 안은 깨끗하게 정리정돈돼 있고 한편에서는 장인이 도자기를 만들고 있었는데, 우리를 보더니 일손을 멈추고 직접 만들어 보라고 자리를 양보해 준다. 도자기를 팔고 싶어하는 것 같아, 도자기를 사지도 않으면서 직접 작업 의자에 앉아 작업 경험을 해보는 것이 부담스러워 사양하였더니, 계속 강권하므로 할 수 없이 의자에 앉아서 잠시나마 경험을 해 보았다.
도자기 공장 영업직원으로 보이는 여성 안내원은 우리를 도자기 전시장으로 데려가 둘러보게 한다. 이곳에 진열돼 있는 도자기는 시중 가격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며 우리에게 구입을 권하였으나, 도자기에 별 관심이 없는 필자로서는 정중하게 사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영업직원은 포기하지 않고 이번에는 각종 고급 양탄자가 진열된 방으로 우리를 데리고 가서 이곳에서 생산되는 최고급 양탄자라며, 이 역시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고 권했다.
필자는 여행 중이므로 양탄자를 구입하면 짐이 많아지므로 구입하지 않겠다고 구실을 붙여 대답하니, 택배우편으로 서울의 집에까지 보내주겠다고 한다. 그래도 우리가 구입하지 않으니 영업직원은 좀 실망해서 섭섭해하는 표정이다.
네우쉐히르에서 남쪽으로 각각 10km, 15km 떨어진 곳에 있는 카이마크르(Kaymakli)와 데린구유(Derinkuyu)는 바위를 뚫어 만든 지하도시로 유명하다. 이 지하도시들 안에 거주용 집으로 사용된 동굴은 무슬림 공격을 막기 위해 밖에서는 잘 보이지 않거나 열 수 없고 안에서만 열 수 있는 구조다.
카이마크르에는 지하 8층에 걸쳐 약 1,200개의 방이 있다. ‘깊은 우물’이라는 뜻을 가진 데린구유는 수만 명이 거주하는데, 필요한 통풍시설과 배수시설까지 설치되었던 곳으로서 현재까지 지하 60m까지(12층 규모) 지하도시를 발견했다고 하며, 이곳 지하 동굴 속에는 성화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예루살렘에서 박해를 받던 기독교인들은 가이사랴와 안디옥을 거쳐 이곳에 도착해 기원전 8-7세기에 만들어진 이들 지하도시에 거주하면서 무슬림의 공격을 피했고, 14세기에는 이 지역에 침입한 몽골 군대로부터도 피할 수 있었다. 그 후 이 지역 기독교인들은 터키(튀르키예) 공화국이 수립된 1923년 터키와 그리스가 양국에 살고 있는 자국민들을 서로 교환할 때 그리스로 이주했다.
그 후 지하도시는 더 이상 사용되지 않고 있다가, 카이마크르는 1964년부터 일반인에게 공개됐다. 카이마크르와 데린구유는 수 킬로미터(km)에 달하는 지하통로로 연결돼 있다.
권주혁 장로
세계 145개국 방문
성지 연구가, 국제 정치학 박사
‘권박사 지구촌 TV’ 유튜브 운영
영국 왕실 대영제국 훈장(OBE) 수훈
저서 <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사도 베드로의 발자취를 찾아서>, <여기가 이스라엘이다>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