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한 칼럼] 체포되어 빌라도의 법정에 서신 예수: 두 가지 역설(V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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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예수 논구 시리즈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 원장, 샬롬나비 상임대표,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 원장, 샬롬나비 상임대표,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

VIII. 대중영합주의의 희생물이 된 예수

미국의 유명한 역사적 예수 여성학자 파울라 프레드릭센(Paula Fredriksen)은 그녀의 저서 『나사렛 예수, 유대인의 왕』(Jesus of Nazaeth, King of Jews. New York: Knopf, 1999) 끝부분에서 “수난 이야기에서 발견할 수 있는 역사적 이례성의 핵심, 즉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혔으나 제자들은 그러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빌라도가 그런 판결을 내린 이유에 대해 프레드릭센은 다음같이 해석한다. 한편으로는 “예수는 유해한 인물이 아니었다. 그리고 빌라도는 그것을 알았다.” “왜냐하면 예수 운동의 메시지가 로마권력에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빌라도가 알았기 때문이다.”

예수는 로마 체제를 부정하거나 저항하는 설교를 하지도 않았고 조직된 무장한 무리들을 자신이 데리고 있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예수는 다가오는 하나님 나라에 직면해서 이웃과의 평화와 원수 사랑의 설교를 했다. “대제사장들도 빌라도처럼 예수가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러나 그해 유월절에 예수의 주변에 몰려든 군중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은 알았다.”

예수만 십자가에 처형되고 그의 제자들은 하나도 처형되지 않은 사실 자체가 예수가 로마 체제에 대한 혁명적 봉기나 체제에 대한 선동죄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음을 말하는 것이다. 단지 예수는 그를 따르는 군중들의 소요를 두려워했던 빌라도의 대중영합주의에 의하여 처형되었던 것이다. 이것이 역사의 아이로니다. 프레드릭센은 말한다: “예수가 하나님 나라의 도래를 바로 이 특별한 유월절에 연관시킨 것은 모든 다른 요소에 불을 지르는 도화선이 되었다.” 총독 빌라도가 그처럼 예수를 석방하려고 했으나 예수를 구출했어야 할 군중들은 여태까지와 전혀 다른 마음을 가지고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요구하고 협박까지 하고 있다. 그리하여 예수는 희생양이 된다.

종교인류학자 지라르(René Girard)는 군중들의 요구에 의한 예수의 십자가 처형 판결과 관련하여 이러한 예수의 희생양 만들기는 하나의 군중사건(mob affair)이라면서 이 사건에서 희생양 메커니즘(scape goat mechanism)이 투명하게 보여지게 되었다고 말한다.

총독 빌라도는 군중들의 지지에만 관심을 가지고 진리와 정의의 실천에는 관심이 없었다. 빌라도는 양심에 따라서 재판을 하려고 애를 썼으나 결국 군중들의 요구에 굴복해 버리고 만다. 이것이 바로 인간의 원죄에 근거하고 있는 대중영합주의(populism)이다. 여기에 오늘날에도 만연되고 있는 대중영합주의의 실상이 얼마나 근거가 없는 것인가 알게된다. 군중들에게는 자기가 없다. 다른 사람들의 견해에 따라간다. 열광하다가 순식간에 변하여 냉대한다. 많은 사람이 선호(選好)해서 간다고 해서 그 길이 바른 길은 아니다.

예수가 혁명가였으나 비폭력적이었기 때문에 그만 공개적으로 법적으로 공식적으로 십자가에 처형되고 그의 동료들은 체포될 필요가 없었다는 예수 세미나 공동대표 자유주의 신학자 크로산(John Dominic Crossan)의 해석은 복음서 내러티브(Gospel narrative)의 의도에 적합하다고 볼 수 없다. 그의 해석은 그가 인위적으로 설정한 로마제국의 권력과 이에 저항하는 유대농민 예수라는 이분법적인 대립구조에서 복음서를 해석한 사회정치적인 해석 John Dominic Crossan, “루크 티모시 존슨의 논문, ‘인간 예수 배우기’에 대한 논평,” The Historical Jesus. Five Views. 『역사적 예수 논쟁』. 273.
이다.

예수는 이미 산상설교에서 ‘좁은 길로 가라’고 신자들에게 가르치고 계신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이가 적음이니라”(마 7:13-14). 넓은 길은 많은 사람이 가는 길로서 사이비나 위선자들이 가는 길이요, 세상 사람들이 가는 길이다. 이 길은 필경 멸망으로 가는 길이다. 이에 반하여 진리의 길은 다수의 길이 아니라 소수의 길이며, 넓은 길이 아니라 좁은 길이며, 영광의 길이 아니라 수욕(羞辱)의 길이다. 이것이 바로 예수께서 가신 십자가의 길이다.

진정한 지도자, 구원자는 외형적으로 화사(華奢)한 길이 아니라 어렵고 가시밭의 길이지만 피하지 않고 진리의 길을 가며 그리로 사람들을 인도한다. 예수께서는 십자가의 길을 가심으로써 우리들이 바로 이 진리의 길, 생명의 길을 가야 함을 모범으로 보여 주신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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