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성공회가 “밀가루와 알코올을 섭취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해 무알코올 와인과 글루텐 없는 빵을 성찬식 대용품으로 하게 해 달라”는 성직자들의 요청을 강하게 거부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교단 지도부는 이번 주 런던에서 열리는 총회를 앞두고 “성찬에 사용되는 빵은 밀가루로 만들어야 하고, 포도주는 봉헌을 위해 포도를 발효시킨 즙이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
영국성공회의 공식 교회법은 “성찬식에 사용되는 빵은 편리하게 구할 수 있는 가장 좋고 순수한 밀가루로, 포도주는 건강에 좋은 양질의 포도발효액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앞서 앨리스 켐프(Alice Kemp) 목사는 “성찬식에 글루텐 없는 빵과 무알코올 와인의 사용을 허용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켐프 목사는 “글루텐이나 알코올을 섭취할 수 없는 사제와 신자들은 성찬식에서 한 가지 종류(빵 또는 와인)만 받도록 강요받거나, 글루텐과 알코올을 모두 섭취할 수 없는 경우에는 두 가지 모두 받을 수 없게 돼 있다”고 했다.
리치필드의 주교이자 전례위원장인 마이클 입그레이브(Michael Ipgrave) 목사는 “영국성공회의 두 가지 공식 입장은 ‘밀로 만든 빵과 포도주는 성찬례에서 봉헌돼야 할 요소’라는 것이고, 필수적인 경우 어떤 식으로든 성찬을 받는 것은 ‘예외’가 되지 않으며, 종종 병자와 어린이 성찬식에서와 마찬가지로 성찬식에 온전히 참여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성찬을 물리적으로 받을 수 없는 신자들조차도 그들이 믿음으로 그리스도의 몸과 피에 참여하고 있으며, 그분께서 그것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하시는 은혜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확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찬은 기독교의 핵심 중 하나이며, 빵과 포도주는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상징한다. 로마가톨릭과 루터교는 성찬식에서 제공되는 빵과 와인이 성체 변화라는 과정을 통해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바뀐다고 믿는다.
로마가톨릭교회는 2017년 “성찬식에서 글루텐 없는 빵을 사용하는 것을 공식적으로 금지하지만, 유전자 변형 생물로 만든 빵은 허용한다”는 법령을 내렸다.
BBC의 보도에 따르면, 당시 경신성사부 로버트 사라 추기경은 “성찬 희생 제사를 거행하는 데 사용되는 빵은 누룩이 들어 있지 않아야 하고, 순수하게 밀로 만들어져야 하며, 부패의 위험이 없는 최신 제품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다른 물질로 만든 빵은 밀이 아닌 다른 물질과 섞여 일반적으로 밀빵으로 간주되지 않는 경우, 심지어 곡물로 만든 빵이라 하더라도 희생 제사와 성찬 성사를 거행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고 했다.
이번 영국성공회 총회는 저스틴 웰비(Justin Welby)가 2024년 11월 교단의 수장인 캔터베리 대주교직에서 사임한 후 첫 모임이다. 웰비 주교는 과거 기독교 여름 캠프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참석자에게 지속적으로 학대를 가한 사실을 경찰에 신속히 신고하지 않았다는 고발에 따라 사임했다.
2월 2일부터 3일까지 유고브가 영국, 스코틀랜드, 웨일스의 성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영국성공회에 대한 호감도는 작년 11월 32%에서 25%로 하락했고, 비호감도는 39%에서 49%로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