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찬북뉴스 칼럼] 더 나은 꿈을 찾아서
1. 스위스에 ‘헨리 듀넌트’라는 유명한 은행장이 있었다. 그는 그 당시 전 세계를 석권하고 있던 유명한 장군이요 황제였던 나폴레옹 황제를 만나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그가 나폴레옹을 만나고자 했던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하나는 그 시대 세계적인 거목이었던 나폴레옹을 개인 대(對) 개인으로 만나고 싶다는 야망 때문이었고, 또 하나는 스위스 은행장으로서 프랑스와 경제협력의 기회를 가졌으면 하는 소망 때문이었다.
2. 드디어 그는 조국 스위스의 경제 사절 임무를 띠고 파리로 가서 나폴레옹 황제를 만날 수 있게 됐다. 자신의 꿈이 이제 막 실현될 찰나에 있었다. 얼마나 흥분되고 가슴이 설렜을까.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공교롭게도 그가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전쟁이 일어났다. 그는 나폴레옹 황제가 전쟁터로 출정한 직후 파리에 도착했던 것이다. 나폴레옹을 만나고 싶다는 꿈이 산산조각이 나는 순간이었다.
3. 그러나 듀넌트는 실망하지 않았다. 그는 나폴레옹 황제를 만나고자 하는 개인적인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전쟁터로 따라 나갔다. 마침 프랑스 군이 오스트리아 군과 더불어 치열한 전투를 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었다. 그는 난생 처음으로 포탄이 날아다니는 전쟁터의 구경꾼이 돼, 한바탕 전쟁이 끝나기까지 현장에서 그 광경을 관전했다.
마침내 전쟁은 끝이 났다.
4. 그는 피투성이가 되어 뒹굴고 있는 수많은 시체들을 바라보면서 전쟁의 참상과 허무함을 뼈저리게 깨닫게 된다. 전쟁이 끝났지만, 그는 거기에 남아 오랫동안 의사를 도와 부상병들을 처리하고 시체들을 치우는 일을 했다.
나폴레옹 황제를 만나 경제적으로 새로운 부를 획득하겠다는 꿈은 사라졌지만, 그는 전쟁터에서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새로운 꿈 하나를 간직하게 된다. 그것은 ‘평화’에 대한 꿈이었다.
5. “이 세상에서 전쟁은 없어져야 한다. 그리고 전쟁에서 부상당하는 사람들을 위해 무엇인가 해야 한다.” 이 꿈은 그의 마음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그는 몇몇 친구와 함께 한 가지 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오늘날 저 유명한 ‘적십자(赤十字, Red Cross)’다. 적십자의 창시자 앙리 뒤낭(Henry Dunant)은 후일 그 공로로 첫 번째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이 적십자기(旗)는 색상과 순서 배치만 다를 뿐 스위스의 국기와 똑같다.
6. 조국 스위스에, 그리고 전 세계에 평화를 심고자 했던 이 사람의 꿈이 실현된 것이다. 그는 하나의 꿈이 절망으로 끝났을 때, 거기에서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것은 이전의 꿈보다 더 크고 위대한 꿈이었다.
사람이 살다 보면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감사하게도 필자는 어릴 적 품었던 소원을 넘치게 다 이룬 케이스에 속한다.
7. 하지만 자신이 꿈꿔온 대로 이룬 사람이 몇이나 될까? 자기가 원한 대로 이루지 못해 절망에 빠지거나, 신세 타령만 하다 소중한 생을 망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만만치 않은 게 우리 인생이다. 자기 뜻대로 다 이뤄지면 성공하지 못할 사람이 없다. 이유는 창조주 하나님의 뜻에 합해야 한다.
요셉은 태어나자마자 애굽의 총리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않았다. 그는 그런 꿈을 원하지도 않았다.
8. 그가 꾼 꿈은 자신이 원해서 꾼 꿈이 아니라, 하나님이 뜻이 계셔서 주신 꿈이다. 요셉이 한 일이라곤 자신이 꾼 꿈을 가슴속 깊이 간직하고 있다가, 그 꿈 때문에 온갖 고초를 다 겪은 것뿐이다.
하지만 요셉이 끝까지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고 인내로 버텼을 때, 하나님께서는 그를 애굽 총리로 세우셨다. 그렇다. 하나님께서 주신 꿈과 비전과 소원이라야 한다.
그 외의 꿈은 좌절만 맛볼 뿐, 성취 자체가 불가하다.
9. 대다수의 소원과 꿈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따라서 자신의 소원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불평에 빠지거나 절망에 허덕여선 안 된다. 하나님의 선하신 뜻과 손길을 신뢰하면서, 다른 길로 인도해주실 것을 믿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헨리 듀넌트처럼. 자신이 바라는 방향과 전혀 다른 길이라 할지라도 하나님이 원하셔서 인도하시는 길은 처음 자신이 소원한 꿈보다 더 나은 결과임을 굳게 믿으며 말이다.
신성욱
크리스찬북뉴스 편집고문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