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받기 위해 죄 지어야 한다”는 드라마 <선의의 경쟁> 속 주인공

|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 <선의의 경쟁> (1)

▲&lt;선의의 경쟁&gt;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삼는 드라마로서, 가장 각박한 입시경쟁이 펼쳐지는 채화여고 3학년 학생들 사이의 권력투쟁을 중심 소재로 삼고 있다.

▲<선의의 경쟁>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삼는 드라마로서, 가장 각박한 입시경쟁이 펼쳐지는 채화여고 3학년 학생들 사이의 권력투쟁을 중심 소재로 삼고 있다.

이번 박욱주 박사님의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에서는 LG 유플러스tv에서 제작한 드라마 <선의의 경쟁>을 분석합니다. 웹툰 기반의 이 드라마는 입시 경쟁이 벌어지는 상위 1% 채화여고에 전학온 ‘슬기’에게 각자의 욕망을 드러내는 친구들, 그리고 수능 출제 위원이었던 아버지의 의문사를 둘러싼 ‘미스터리 걸 스릴러’입니다. 혜리, 정수빈, 강혜원, 오우리, 김태훈, 갓세븐 영재 등의 배우가 출연합니다. -편집자 주

주인공 가족, 기독교 집안 가장
딸은 용서 위해 죄 짓는다 궤변
인성교육 결여 예리한 문제의식
자녀들 선한 양심 살리는 훈련,
지식 교육보다 더 노력·전문성
교회, 율법 중요성 많이 알려야

인성교육 결여로 병드는 공교육 현장의 청소년들

<선의의 경쟁>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삼는 드라마로, 가장 각박한 입시경쟁이 펼쳐지는 채화여고 3학년 학생들 사이의 권력투쟁을 중심소재로 삼고 있다. 어린 시절 미아가 되어 지방 보육원에서 자란 우슬기(정수빈 분)는 친아버지가 모종의 음모에 의해 살해당하면서, 아버지와 재혼한 새어머니를 찾게 된다.

지방에서 마약의 힘으로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던 우슬기는 서울에서 가장 입시경쟁이 심한 채화여고로 전학을 오게 되고, 그 안에서 여왕처럼 군림하던 유제이(이혜리 분)와 얽히게 되면서 학교폭력과 따돌림, 그리고 교내 권력투쟁에 휘말린다.

이처럼 범상치 않은 줄거리를 선보이는 <선의의 경쟁>은 근래 대한민국 사회에서 청소년들의 삶을 위협하는 여러 위험요소들을 집약해서 다루고 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학생들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 마약을 사용하고 평범한 가정에서 감당할 수 없는 고액 사교육에 매달린다. 학교 시험 문제는 학원을 통해 미리 유출된다.

학생들은 학급 내 인기와 주도권을 얻기 위해 치열한 암수(暗數)와 학교폭력을 동원한다. 유제이는 우슬기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 동성애 감정을 이용하고, 학교에서는 모범생 이미지를 유지하지만 음지에서는 술, 담배, 유흥을 즐긴다.

유제이의 가족은 표면적으로 독실한 기독교 집안을 가장하지만, 의사인 아버지는 의료사고를 감추기 위해 권력을 동원하는 비열한 의료인이고, 유제이는 ‘용서를 받기 위해 죄를 짓는다’는 논리로 회개를 악용한다.

한마디로 이 작품은 여고생 서사에 넣을 수 있는 소위 ‘막장’ 요소는 모조리 집어넣은 자극적인 작품으로, 한국의 교육제도에 대한 급진적 비판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마약, 학교폭력, 권력투쟁, 동성애, 입시비리 등은 분명 오늘날 우리 사회 청소년들을 위협하는 사회악이자 불안요소임에 틀림이 없다.

<선의의 경쟁>은 흥행을 위해 학교생활의 이 어두운 측면을 심하게 과장해서 표현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 공교육 현실이 심하게 어그러져 있다는 것을 알리려는 작품 의도만큼은 높게 평가하고 싶다. <선의의 경쟁>은 공교육 속 ‘인성교육의 결여’ 문제에 대한 예리한 문제의식을 반영한다.

▲&lt;선의의 경쟁&gt;은 공교육 속 &lsquo;인성교육의 결여&rsquo; 문제에 대한 예리한 문제의식을 반영한다.

▲<선의의 경쟁>은 공교육 속 ‘인성교육의 결여’ 문제에 대한 예리한 문제의식을 반영한다.

1995년 5·31 교육개혁안이 발표된 이래, ‘인성교육’이라는 과제는 30년 동안 교육개혁의 윤리적 명분을 제공했다. 그러나 인성교육 부재에 대한 문제의식은 항상 명목상 우려에만 그쳤을 뿐 교육현장에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키지는 못했다.

교육학 연구자 김민수 교수(동서울대 교양교육센터장)는 <‘인성교육’ 담론에서 ‘인성’ 개념의 근거>(2014)라는 제목의 연구논문에서 1995년 문민정부 당시 ‘신한국 건설’이라는 모토 하에 제시된 5·31 교육개혁안이 의미가 불투명하고 모호한 ‘인성’ 개념을 내세우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교육 현장에서 청소년들이 함양해야 할 ‘인성’이란 무엇인가? 학교폭력을 일으키지 않고 교사들의 지도를 군말없이 따르며 면학 분위기 조성에 적극 동참해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것, 이것이 당시 당시 정책입안자들이 생각했던 ‘인성’ 개념이 아니었을까?

참된 인성교육 실현을 위한 기독교적 교육철학

이것은 인성을 순전히 기능주의적으로 성격을 규정한 데서 나온 편의적 발상이다. 물론 도덕성을 적절하게 함양한 학생들은 이 기능주의적 인성 개념에 따라 모범생으로 학창시절을 보낼 것이다.

그런데 학생들의 ‘인성’을 단지 그 외적 행동만으로 평가하는 발상은 하나의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바로 학생들의 자유의지에 대한 고려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선의의 경쟁>이 묘사하는 유제이를 비롯한 채화여고 상위권 학생들의 절박하고 비열한 성적상승 노력은 ‘인성’에 대한 그릇된 정의의 문제를 적절하게 예시하고 있다.

학생들은 교사와 학부모들의 통제력이 미치는 영역에서는 모범생을 연기하지만, 그 영역을 벗어난 곳에서는 온갖 일탈과 범법행위를 저지른다. 그들의 심성에서는 도덕적 의지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들에게 인성이란 오로지 생존과 이익을 위한 도구적 방편에 불과하다.

▲&lt;선의의 경쟁&gt;이 묘사하는 유제이를 비롯한 채화여고 상위권 학생들의 절박하고 비열한 성적상승 노력은, &lsquo;인성&rsquo;에 대한 그릇된 정의의 문제를 적절하게 예시하고 있다.

▲<선의의 경쟁>이 묘사하는 유제이를 비롯한 채화여고 상위권 학생들의 절박하고 비열한 성적상승 노력은, ‘인성’에 대한 그릇된 정의의 문제를 적절하게 예시하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교육정책 당국이 구태의연하게 내세웠던 ‘인성’이란 체계와 권위에 순순하게 복종하는 것을 뜻하는 개념이었다. 개발독재 시대 한국사회에 만연했던 권위주의에서 비롯된 이런 ‘인성’ 개념을 무조건 잘못된 것이라고 일방적으로 매도할 수는 없다.

공교육 현장에서 권위에 대한 복종을 강요하는 교육방식은 과거 우리 실정에 맞았다. 한국전쟁 직후 학생들은 스승과 사회규범의 절대적 권위를 내세우는 한국 전통의 유교적 교육방식에 익숙한 이들이었다. 권위주의 교육법은 당시 세계 최빈국 가운데 하나였던 대한민국을 1990년대까지 상당히 발전된 중진국 수준으로 올려놓는 데서 무시할 수 없는 공을 세웠다.

그러나 과거 우리 사회 인재 양성의 주된 방편이었던 권위주의 교육법은 우리 사회가 민주화, 다원화, 그리고 산업 및 기술 고도화 단계를 거치면서 점차 근본적 약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권위에 복종하는 인성을 강요하는 고전적 교육법은 급진적 발전과 변화가 일상화된 시대에 적합하지 않다. 새로운 시대는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력을 갖춘 인재를 요구한다.

그러므로 지금은 청소년들이 자발적 태도로 학문 탐구에 열의를 갖고 도덕적 규준을 지키도록 하는 의지 발현 방법을 가르쳐주어야 한다. 이는 결단코 쉬운 일이 아니다. 교육 정책 당국자들은 물론이고 교사, 학부모, 학생이 모두 인내심을 갖고 장기간에 걸친 고민과 실천을 통해 대응해야 하는 과제다.

이것은 기능적 효율과 행정적 편의를 추구하는 정책당국은 감당할 수 없는 일이다. 청소년들의 자유의지를 훈련하는 일은 애초 신앙과 철학의 영역에 속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자녀들의 선한 양심을 살리는 훈련은 입시를 위한 지식 습득에 드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과 인내, 그리고 전문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교사나 학부모 가운데 이 책임을 적극적으로 떠맡는 이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교사들은 입시 성과를 내는 데 골몰하고, 학부모들 역시 성적 상승만 독촉하기 바쁘다. 모두 구태의연한 교육체계에 학생들을 무반성적으로 내맡겨 놓을 뿐이다. 새로운 사회에 필요한 새로운 인성교육 방안을 마련하고 실천하는 데 힘을 쏟는 이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율법을 통해 온전한 신앙교육을 받지 못한 채 가족을 따라 교회에 출석하는 유제이는 &ldquo;하나님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양심을 어기고 죄를 지어야 한다&rdquo;는 궤변을 내세우며, 복음의 은혜를 근본에서 왜곡한다.

▲율법을 통해 온전한 신앙교육을 받지 못한 채 가족을 따라 교회에 출석하는 유제이는 “하나님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양심을 어기고 죄를 지어야 한다”는 궤변을 내세우며, 복음의 은혜를 근본에서 왜곡한다.

이런 교육 현실은 교회에도 악영향을 준다. 선한 양심을 일깨우고 실천하도록 지도하는 인성교육은 자라나는 세대를 향한 기독교 교육의 핵심 과제이자 가치다. 아직 성경에 대한 이해의 깊이가 얕은 어린 자녀들에게 선과 악을 분별하고 자신의 행위가 초래하는 결과를 미리 예견하는 법을 가르치려면, 율법의 계명이 가진 절대적 중요성을 알려주어야 한다.

<선의의 경쟁>에서 유제이의 부모는 이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유제이가 눈가림식으로 모범생인 척을 하니 부모들은 그 생활과 신앙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섣불리 단정하여, 그녀의 일탈과 부도덕함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유제이는 하나님의 은혜가 선한 계명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의지를 발하는 자에게 주어진다는 것을 율법을 통해 교육받지 못했다. 이에 그녀는 “하나님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양심을 어기고 죄를 지어야 한다”는 궤변을 내세우며, 복음의 은혜를 근본으로부터 왜곡한다.

▲박욱주 교수.

▲박욱주 교수.

박욱주 박사

연세대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 연구교수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객원교수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조직신학 석사 학위(Th.M.)와 종교철학 박사 학위(Ph.D.)를, 침례신학대학교에서 목회신학 박사(교회사) 학위(Th.D.)를 받았다. 현재 서울 좁은문은혜교회에서 목회자로 섬기면서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신학사 및 철학사의 맥락 안에서 조명하는 강의를 하는 중이다.

필자는 오늘날 포스트모던 문화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교회가 보존해온 복음의 역사적 유산들을 현실적 삶의 경험 속에서 현상학과 해석학의 관점으로 재평가하고, 이로부터 적실한 기독교적 존재 이해를 획득하려는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집필한 논문으로는 ‘종교경험의 가능근거인 표상을 향한 정향성(Conversio ad Phantasma) 연구’, ‘상상력, 다의성, 그리스도교 신앙’, ‘선험적 상상력과 그리스도교 신앙’, ‘그리스도교적 삶의 경험과 케리그마에 대한 후설-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이해방법’ 등이 있다.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Bricolage in the Movie)란

브리콜라주(bricolage)란 프랑스어로 ‘여러 가지 일에 손대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용어는 특정한 예술기법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브리콜라주 기법의 쉬운 예를 들어보자.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창시절에는 두꺼운 골판지로 필통을 직접 만든 뒤, 그 위에 각자의 관심사를 이루는 온갖 조각 사진들(날렵한 스포츠카, 미인 여배우, 스타 스포츠 선수 등)을 덧붙여 사용하는 유행이 있었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에디터 추천기사

경상북도 의성군 단촌면 하화1리에 위치한 하화교회의 산불로 인한 화재 전후 모습

120년 된 교회도 불탔다… 산불 피해 확산

예장 통합 소속 하화교회(담임 김진웅 목사)가 최근 발생한 산불로 전소됐다. 1904년 설립돼 약 120년의 역사를 가진 이 교회는 건물 전체가 불에 타 큰 피해를 입었다. 경상북도 의성군 단촌면 하화1리에 위치한 이 교회는 이 지역 산불 발생 나흘째인 3월 25일 강풍…

하화교회

예배당·사택 잃은 교회들… 산불 피해에 긴급 기도 요청

경북 지역을 휩쓸고 있는 대형 산불과 관련해, 한국교회 주요 교단들이 잇따라 목회서신을 발표하며 전 교회와 성도에게 긴급 구호와 중보기도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하고 나섰다. 특히 피해가 집중된 지역의 일부 교회들은 예배당과 사택이 전소되는 등 실질적인 …

세이브코리아

“현 상황 분노 않으면, 거짓에 속는 국민 될 수밖에”

세이브코리아, 성금 2억 기탁 손현보·전한길 등은 울산으로 서울 등 전국 10개 도시 개최 매주 토요일 대한민국 정상화를 위해 기도하고 있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이하 세이브코리아)가 3월 29일에는 특히 영남권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발생한 산불의 …

이 기사는 논쟁중

WEA 서울총회 개최반대연합회

“WEA 지도자들, 시간 흐를수록 다원주의로”

2025 WEA 서울총회개최반대연합회 기자회견이 3월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예장 합동 총회회관 로비에서 개최됐다. 연합회장 맹연환 목사는 “총회 안에서도 WEA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시는 분…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