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은퇴한 목사가 50개 교회 목사 설교 들어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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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강단의 현주소

▲박현식 목사.

▲박현식 목사.

“교인들이 마음속으로는 굉장히 열받았을 것을 생각하면, 너무나 낯 뜨겁고 부끄러운 심정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2024년도에 은퇴한 원로목사 한 분을 만나서 설교에 대한 주제로 장시간 대화를 나누었다. 이 원로목사 왈, “은퇴 후 내가 거주하는 집에서 차로 30분 이내 거리에 있는 50개 이상 교회들을 매주 방문하여 설교자가 아니라 청중의 입장에서 분석해 보니, 대다수의 교회 강단에서 선포되는 설교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는 것이다.

설교의 주된 내용은 설교자의 개인적인 신변잡기, 윤리와 도덕 강의에다 자식과 손주 자랑, 설교자가 알고 있는 얄팍한 지식 자랑, 장기자랑, 길고 긴 성경동화 여행, 어디 가면 무슨 음식이 맛있다는 음식 간증, 개인사 등인데, 전혀 듣고 싶지 않았단다.

나도 40년 동안 목회 현장에서 매주 강단에서 설교했던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면서, 이런 스타일의 설교를 엄청나게 많이 행했었다는 사실을 반성하고 후회하면서 회개를 많이 했다.

사실 이런 설교가 제지되지 않았던 것은 목사들의 설교를 듣는 교인들이 워낙 착해서(?) 아무런 항의 없이 가만히 있어 주는 것이 아닐까? 교인들이 마음속으로는 굉장히 열받았을 것을 생각하면 “너무나 낯 뜨겁고 부끄러운 심정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하였다.

그렇다. 한국교회의 최대 위기는 무엇인가? 설교의 오염, 설교의 세속화다. 교회 강단에서 바른 복음 메시지가 선포되지 않는다면 한국교회의 앞날은 소망이 없다.

작금의 한국교회 강단은 소속 교단과 상관없이 영적으로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다. 그러한 주원인은 잘못된 설교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잘못된 설교의 특징은 무엇인가?

첫째, 잘못된 설교는 하나님의 사랑을 사회적 성공을 통해 알 수 있다고 하는 것이다.

성경은 하나님께서 당신의 독생자를 우리에게 주심으로 당신의 사랑을 우리에게 보여주셨다고 가르치고 있다. 독생자를 주신 사랑으로도 하나님의 사랑을 느낄 수 없다면 세상의 그 어떤 것으로도 여러분은 하나님의 사랑을 느낄 수 없는 것이다.

둘째, 금액을 정해주고 그만큼 헌금해야 하나님께서 기뻐하신다는 설교는 잘못됐다. 성경은 가난한 이웃과 공동체의 유지를 위해 자발적으로 헌금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헌금을 강요하는 설교는 성도들을 영혼이 아니라 은행의 현금 자동화 기계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셋째, 예배당을 성전이라고 부르고 그곳에서 드리는 예배만을 진정한 예배라고 가르치는 설교는 잘못됐다.

성경은 그리스도인 한 사람 한 사람을 향해 성령이 거하시는 성전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또한 성경은 이 세상에서 그리스도의 제자로 살아가는 삶, 즉 영적 예배를 교훈하고 있다. 예배당에서 예배 형식을 갖추어 드리는 예배는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의 한 부분일 뿐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하여야 한다.

넷째,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적 약자들과 소수자들을 혐오할 것을 가르치는 설교는 잘못된 것이다. 성경은 원수까지도 사랑할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성경은 하나님의 정의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하지만 성경에서 말하는 하나님의 정의, 즉 사랑에 기초한 정의는 힘을 가진 사람이 힘이 없는 사람을 향해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힘이 없는 사람의 입장에서 힘을 가진 사람을 향해 요구하는 것이다. 성경은 그 반대의 경우를 세상의 불의라고 부르고 있다.

다섯째, 목사에 대한 순종이 하나님에 대한 순종이라고 가르치는 설교는 잘못된 것이다. 성경은 그리스도인의 순종의 대상은 오직 하나님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그리스도인들 사이의 관계는 사랑의 교제의 관계여야지 수직적인 위계 구조여서는 안 된다.

우리 모두 영적으로 대각성하여 한국교회 강단의 영적 회복을 위해서 몸부림치고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를 구하여야 한다.

박현식 목사(한국목회임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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