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주의’? 개혁‘신학’이면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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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빙글리와 칼빈의 개혁사상 비교연구의 의의와 중요성 (2)

지난 2월 8일 오전 화성 신나는교회에서 열린 ‘제506주년 츠빙글리 종교개혁 기념대회’에서 기조강연을 전한 정일웅 전 총신대 총장님의 발표문 전문을 차례로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츠빙글리.

▲츠빙글리.

우리가 믿고 고백해야 할 신앙,
개혁주의 아닌 삼위일체 하나님
이념과 믿음의 주객전도 우려돼
츠빙글리, 칼빈, 루터까지 연결

2. 츠빙글리와 칼빈의 비교 연구(계속)

그러나 오늘날에 이르러 그리스도의 복음과 기독 신앙의 참된 진리를 이념적으로 표현하면, 그 용어가 미치는 영향이 배우 부정적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개혁주의’ 또는 ‘개혁주의 신학’의 지나친 강조는 다르다는 차별성을 분명히 해 주지만, 그것이 마치 믿고 고백해야 하는 신앙의 대상이나 내용과 일치하는 것처럼 오해를 초래하게 되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우리가 믿고 고백해야 하는 신앙은 개혁주의가 아니라 삼위일체 하나님이시며, 인격의 주인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성경 말씀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념을 지나치게 강조하며 믿음처럼 요구하면, 믿음 또는 신앙 대상의 주객전도 현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여러분, 우리 기독 신앙의 본질을 그렇게 이념으로 주객전도시켜도 괜찮을까요? 아마 쉽게 동의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가 믿는 기독 신앙에 관한 정체성을 학문적으로 굳이 표현해야 한다면, 그것은 ‘개혁주의’란 말보다 ‘개혁신학(Reformed Theology)’이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더욱이 오늘날은 다원적인 것을 경험하는 상황에서, 지금까지 절대적인 것처럼 인식하던 전통적 가치관이 모두 상대화되는 것을 경험하는 상황에서, 절대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나타내 보이는 일에는 이론적 사상 체계보다 삶의 실천적 모범이 훨씬 더 요구되는 시대에 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 신학은 개혁주의가 아니라 개혁신학으로 표현하면 충분하며, 역사적으로는 츠빙글리와 칼빈에게 그 토대를 두면서, 그러나 역시 루터의 것과도 연결하면서, 종교개혁의 외연을 더 확대해야 하는 학문적 노력이 요구되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개혁신학은 성경에 담긴 진리를 중심으로 계속 더 연구돼야 하고, 그 내·외연을 더욱 확대하면서 궁극적으로는 교회의 신앙을 돕는 일에 목표를 두고 신학의 학문 활동이 집중돼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한국교회 개혁신학이 신앙과 일치한 교리로 고정된 인식에 머물러 있기보다는 더 연구되고 토론되며 보완되어, 한국교회의 신앙을 하나님 말씀에 더 견고하게 서 있도록 만들어주는 학문적 노력임을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개혁신학은 결코 정체(停滯)되고 고정(固定)된 것이 아니라, 더 연구되고 보완되어 가야 실천 지향적인 학문적 노력임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종교개혁자 칼빈을 존중하고 그의 신학을 따르면서도 개혁신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말하는 것은 누구보다 칼빈이 보여준 명쾌한 성경 진리에 대한 해명이며, 그의 신학적이며 신앙적인 혜안에서 큰 도움을 얻게 되는 것 때문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역시 칼빈의 것도,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의 것보다 더 완전한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나 칼빈이 오늘 우리가 경험하는 이 시대와 관련해 그가 경험하지 못했던 것을 감지하고, 그래서 새롭게 보완해 가야 할 것들을 이와 같은 비교연구를 통해 확인하고 보완하는 학문적 노력을 감당하게 되는 것입니다.

바로 그러한 학문적 연구의 지평이 확대되며 더 견고한 개혁신학을 이루어가려면, 먼저 츠빙글리와 칼빈의 신학 사상 비교는 우선적 과제입니다. 이들 사상의 비교를 통해 개혁신학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무엇인지를 확인할 때, 그 연구는 종교개혁의 의의를 더 자세히 밝히게 될 것이고, 개혁신학의 지평을 더욱 활짝 열어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개혁교회 신앙의 역사와 전통을 더 풍성하게 해주는 일에 공헌하리라 기대합니다.

(오늘 발표할 신진학자 여러분들의 연구 주제는 개혁신학의 지평을 여는 일에 크게 공헌할 내용들임이 인지되고 확인되고 있습니다. 첫 발제자이신 주도홍 박사님이 준비한 강의는 이미 선구적으로 구미 지역 스칼라들에 의해 연구된 츠빙글리와 칼빈의 역사적이며 신학적인 상관성에 대한 것으로 기대되며, 이은선 박사님에게서는 츠빙글리의 원죄와 언약 사상이 루터와 불링거와 칼빈과의 연관성을 다루게 됩니다.

이신열 박사님은 역시 츠빙글리와 칼빈의 창조론 비교를 시도합니다. 박찬호 박사님은 역시 루터의 열광주의(Enthusiasmus) 비판에 대한 쯔빙글리의 답변을 다루게 됩니다. 안인섭 박사 역시 설교(Prophezei)와 공동생활(congregatio)이란 주제로 목회자들에게 실천 신학적인 관심을 갖게 합니다.

여성신학자 양신혜 박사님 역시 츠빙글리에게서 칼빈에게로 이어지는 전쟁론을 다룹니다. 독특한 연구로 여겨집니다. 마지막으로 조용석 박사님은 1549년에 불링거와 칼빈 사이에 이뤄진 성만찬 신학과 특히 ‘취리히 합의서(Consensus Tigurinus)’를 소개하는 주제는 기독교 예전에 관계된 주제로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아무튼 여러분들의 이 같은 학문적인 노력은 분명 한국 개혁신학의 지평을 여는 일에 크게 일조하리라 기대되며, 한국교회 전체를 위한 개혁신학을 더욱 견고하게 하는 일에 공헌하리라 확신합니다.)

종교개혁가들 신학 비교연구,
글로벌 오이쿠메네 공헌할 것
한국교회 하나 됨에도 기여를
얀 후스와 코메니우스 연구도

▲정일웅 박사. ⓒ크투 DB

▲정일웅 박사. ⓒ크투 DB

3. 글로벌 오이쿠메네

이러한 종교개혁가들의 신학 사상에 관한 비교연구가 점점 더 확대될 때, 궁극적으로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 모두 하나인 ‘글로벌 오이쿠메네(Weltliche Oekumene, 세계적 교회 연합)’에 크게 공헌하게 될 의의를 지닌다고 할 것입니다.

모든 분야의 신학 연구가 그런 것처럼, 역사신학의 학문 연구도 한국교회의 성장과 발전에 공헌하는 일이 그 목표이며, 특히 지금 수없이 분파된 한국교회를 하나 되게 하는 일에 기여해야 할 우선적 학문 분야가 교회사, 곧 역사신학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츠빙글리를 시작으로 이제 루터와 칼빈도 비교하는 작업이 진지하게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나아가서 특히 종교개혁 이전 역사, 즉 15세기에서 17세기 인물들이 종교개혁의 역사를 어떻게 보완하며 이어갔는지에 관한 연구도 확대되길 바랍니다.

15세기 루터보다 100년 먼저 동유럽 보헤미아·모라비아에서 종교개혁을 일으켰던 순교자 얀 후스(J. Hus, 1369-1415)의 종교개혁사도 연구돼야 할 것이며, 종교개혁 다음 시대인 17세기 개혁신학자였던 요한 아모스 코메니우스(J. A. Comenius, 1509-1670)의 교육과 신학에 관한 것도 연구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솔직히 저는 ‘기독교 교육학’에 관한 학문적 관심으로 기독교 교육의 역사를 접근하다, 15세기 인물 얀 후스와 17세기의 역사적인 인물 코메니우스를 만나게 됐고, 지금도 코메니우스가 남긴 교육과 신학 사상 연구에 깊이 빠져 개인적으로 학문적 재미를 많이 보고 있습니다.

오늘은 후스와 코메니우스에 관하여 말해야 하는 시간이 아니기에 절제하겠습니다만 조금만 언급해 보면, 그 가운데 코메니우스는 분명히 종교개혁 전통에 서 있었던 인물이며, 특히 후스의 종교개혁 정신을 가장 성실하게 이어받은 형제연합교회(Unitas Fratrum)를 이끌었던 목사요, 그 교회의 마지막 3번째 감독으로서 개혁신학 발전에 크게 공헌한 인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특히 그가 속한 교회(형제들의연합)는 30년 종교전쟁을 종식한 붸스트팔리아 평화조약(1618-1648)에서 가톨릭으로부터 루터파와 칼빈파 교회처럼 프로테스탄트 중 한 교회로서 인정을 정치적으로 받지 못해 역사에서 사라져야 하는 운명을 맞게 됩니다.

그러나 코메니우스가 17세기에 제시했던 ‘교회의 연합 정신(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됨)’은 오늘날 분파돼 삼삼오오 분열한 한국교회에 얼마나 깊은 교훈을 주고 있는지, 교회 역사학을 연구하는 오늘 여러분들이 주목했으면 하며, 연구의 책임을 나누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계속>

정일웅 교수
총신대학교 전 총장
한국 코메니우스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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