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빙글리와 칼빈의 개혁사상 비교연구의 의의와 중요성 (3)
지난 2월 8일 오전 화성 신나는교회에서 열린 ‘제506주년 츠빙글리 종교개혁 기념대회’에서 기조강연을 전한 정일웅 전 총신대 총장님의 발표문 전문을 차례로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형제연합교회와 코메니우스,
교회연합 정신 도전받아야
한국교회 심각한 분열, 아직
성숙 못한 모습 보일 수밖에
3. 글로벌 오이쿠메네(계속)
돌아보면, 그간 개신교 신학의 역사 연구는 얼마나 동유럽 교회를 배제한 서유럽 중심의 교회 역사만을 반복해 왔는지를 저는 얀 후스(J. Hus, 1369-1415)와 형제연합교회(Unitas fratrum), 요한 아모스 코메니우스(J. A. Comenius, 1509-1670)란 인물과 교회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후스와 형제연합교회와 코메니우스를 재발견한 유럽 학자들이 루터 중심의 종교개혁 역사를 다시 바꾸고 있다는 점을 숙지하셨으면 합니다(오늘날 유럽에서는 제1 종교개혁자는 루터가 아니라 얀 후스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됨).
그리고 형제연합교회가 지향했던 신학이 오늘날 ‘칼빈주의 이전의 칼빈주의자들’로 평가되고 있는 데서 저는 새로운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특히 성만찬에 성령께서 임재하심을 형제연합교회는 오래 전 믿고 있었으며, 이들 교회가 장로제도를 스코틀랜드 존 낙스(J. Knox)보다 훨씬 전에 교회 정치제도로 도입하였음, 참고, 정일웅, 교육신학자 코메니우스와 형제 연합교회의 신앙, 2016, 코메니우스의 교육신학, 범지출판사, 2020).
특히 형제연합교회와 코메니우스에게서 도전받은 것 중 하나는 교회의 연합 정신에 관한 것입니다. 그의 시각으로 오늘 우리 한국교회를 바라보면, 심각한 분열 때문에 참으로 아직 ‘미성숙한 교회’란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우리 신학자들은 미래에 이 부분(한국교회 분열)의 문제들이 극복되도록 하는 일에 노력을 많이 기울여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더욱이 제네바의 개혁자 존 칼빈(John Calvin, 1509-1564)은 개인 구원의 의미를 밝히면서도 ‘그리스도와의 연합’을 강조했을 뿐 아니라, 프로테스탄트교회가 하나의 교회로 연합해야 할 것을 당시 얼마나 강조했던지 생각하면, 한국 장로교회는 아직 칼빈의 신앙통찰 근처에도 접근하지 못한 모습을 느끼게 됩니다.
한국교회는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 모두 하나인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의 지체’라는 신학적 인식의 성숙함이 요구된다는 사실도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개혁신학적 학문 연구는 이러한 교회 분열을 극복하고 하나 되게 하는 일에 크게 기여해야 할 책무를 지닌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사실 개인적으로 독일에서 공부하면서, 독일 교회가 어떻게 조직되어 운영되는지를 깊이 들여다본 일이 있습니다. 독일에서 공부하신 분들은 다 잘 아시겠지만, 오늘날 독일교회(EKD)는 프로테스탄트의 역사와 전통에 따라 크게 세 그룹, 즉 루터파(Lutherische Kirche)와 개혁파(Reformierte Kirche), 연합파(Unierte Kirche)로 구분됩니다. 그들은 오늘날 독일 개신교협의회(EKD)란 이름 아래 하나의 교회로 연대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1946년 슈투트가르트에서 ‘죄책 고백(Schuldbekenntnis)’을 발표한 후, 분열된 독일 교회 세 그룹은 서로 참회하며 화해하는 마음으로 하나의 교회로 연합하게 됩니다. 그 연대는 모두 그리스도 안에 있는 형제자매요, 하나님의 택함 받은 백성임을 인정했습니다.
이러한 연대는 각각 분열했던 루터파와 개혁파와 연합파의 신앙 역사와 전통은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이 시대에 요구되는 복음 사역의 더 큰 일, 즉 하나님 나라를 위해 하나로 연대해 섬기기를 협약했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이 ‘EKD’란 협의기구를 형성해 오늘날 독일 개신교회를 대표하는 기관으로 활동합니다.
더 중요한 한 가지 사실은 신학사상, 즉 교리적으로 서로 다르다고 주장하고 대립해 왔던 역사적 전통에서 나타난 상이성을 극복하기 위해 각 그룹에 속한 신학자들이 서로 만나 공통점과 차이점을 확인하면서, 그 차이점들을 극복하는 학문적인 노력을 끊임없이 지속하게 됩니다.
그러다 1973년에 이르러 ‘로이엔베르거 합의서(Leuenberger Konkor- die)’가 나타나는데, 마지막까지 대립했던 주제가 예정론과 성만찬에서 그리스도가 어떤 모양으로 임재하시는가에 대한 가르침(공재설과 성령 임재설)이었습니다. 오랜 논쟁과 토론을 거쳐 마침내 그것까지도 합의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신적 편재설의 관점에서,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스라바에 있는 코메니우스대학 신학부 Igor Kissis 교수이 제안에 의해).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오늘 츠빙글리와 칼빈을 비교하는 여러분의 수고는 분열된 한국교회 특히 장로교회를 생각하면 엄청난 사명과 의의를 지닌 일임이 분명하며, 앞으로 종교개혁을 전후해 더 많은 개혁적 인물들을 연구해 분열된 한국교회를 하나 되게 하는 일에 공헌할 뿐 아니라, 전 세계적 교회 연합(Oekumene)을 이루는 일에도 크게 공헌하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한국교회 분열, 가장 아픈 현실
복음과 기독교 힘 잃게 하는 일
교회 연합해야, 사회도 하나 돼
신앙적 비윤리성도 극복해내야
4. 결론
한국 장로교회는 오늘날 200-250여 개 이상의 그룹으로 분파해 있으며, 한국교회 전체는 약 400여 개의 크고 작은 그룹들로 분파되어 있다고 합니다. 저는 이러한 모습을 지금 한국교회가 겪고 있는 가장 아픈 현실로 판단합니다.
한국교회 분열은 복음과 기독교가 힘을 잃게 하는 일이며, 나아가 우리 사회를 분열하게 하는 원인임을 알아야 합니다. 한국교회가 연합해야 한국 사회가 분열해 정치이념적으로 대립하는 사회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는 대로, 우리 사회에서는 지금 한국교회와 교회 지도자들에 대한 불신이 고조돼 있습니다. 한국교회의 복음전도도 이전처럼 쉽지 않습니다. 그 원인이 무엇일까요?
한국교회가 당면한 지금의 문제는 그간 순수하게 시작되었던 복음전도 운동이 지나치게 교파별로, 교회끼리 경쟁적인 모습으로 나타나면서, 부익부 빈익빈의 자본주의적 현상을 한국교회가 드러내게 됐기 때문입니다. 설상가상으로 한국교회 다음 세대 지도자들의 역할이 대두되면서, 역시 교회를 사유화하는 경향에 휩싸이게 된 것이 원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외에도 우리 지도자들이 교파 경쟁과 함께 신앙 교리를 이념적으로 극대화해 대립하면서도, 그 이념적 주장대로 신앙적 삶의 본을 보여주지 못하는 우리 기독인 자신의 신앙적 삶에 나타나는 비윤리성도 원인이 된 것으로 여겨집니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지난 1970-80년대 처럼 다시 부흥되는 어떤 분명한 회복 방안을 아직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제 남은 마지막 기대는 신진 개혁신학자들인 바로 여러분들에게 달린 일로 여겨집니다.
그 일이 작은 것 같지만 츠빙글리와 칼빈을 비교 연구하는 일에서 새롭게 시작되기를 바라며, 개혁신학을 말로만 또는 이념만이 아니라, 인격과 신앙적 삶으로 드러내는 행동 실천자들이 될 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부디 츠빙글리 개혁신학 연구회가 이 일에 선구적 역할을 감당하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끝>
정일웅 교수
총신대학교 전 총장
한국 코메니우스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