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찬북뉴스 서평] 악한 세상에서 의인이 사는 법
하박국, 폭력의 세상에서 믿음으로 살다
크리스토퍼 라이트 | 조덕환 역 | 시들지않는소망 | 272쪽 | 17,500원
‘시들지않는소망’이라는 출판사 이름이 생소하게 느껴지는 건, 2024년 4월 <구약에 나타난 하나님의 고통>(티렌스 E. 프레타임)에 이어 크리스토퍼 라이트의 <하박국, 폭력의 세상에서 믿음으로 살다>가 이 출판사에서 나온 두 번째 책이기 때문이다(2024. 12).
저자인 크리스토퍼 라이트는 여러 권의 구약 주석을 썼고(BST 시리즈, UBC 시리즈), 성경 윤리와 선교에 관심이 많아 보이기도 하는(그래서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구약의 경제 윤리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나 보다), 올소울스(All Souls)교회 소속 학자이자 영국성공회 사제다.
하박국의 역사적·문화적·신학적 배경을 잘 알고 있는 저자는 선지자가 바라보고 질문했던 상황을 오늘날 독자가 처한 상황과 연결하고, 하박국이 강조하는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산다”와 “오직 여호와로 인하여 기뻐하며 즐거워하겠다”는 결단을 불러일으킨다.
저자는 하박국이 기록된 시대 또는 우리가 경험하는 시대를 모두 포함하는, 만물이 창조된 시점부터 영원까지 이르는 성경의 큰 이야기 속에서 모든 것을 계획하고 이루시고 주관하시는 하나님을 믿고 바라보도록 독자를 권면한다.
출판사 이름뿐 아니라 저자, 나아가 하박국 자체가 생소한 독자에게는 지극히 주관적이겠지만, 이 책은 하박국의 메시지를 정확하게 설명하면서 폭력이 난무한 당시와 지금 상황에서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이 어떤 믿음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지 올바른 교훈을 제시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다만 누구 또는 무엇을 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로 볼 것인가는 개인의 견해 차이가 발생할 수 있는 영역이다.
크리스토퍼 라이트는 개인보다 체제, 가난한 자보다 부한 자의 폭력에 주목한다. 이런 관점이 정치적 성향이 반영된 것이 아닌지 의문을 품는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선지자 하박국이 주목하는 죄가 이스라엘 지도층과 그들이 만든 기울어진 사회적 경제적 체제이기 때문에, 그렇게 쉽게 판단할 수는 없다.
저자는 또한 이스라엘이 모든 영역에서 부패하고 폭력적인 악을 범하게 된 근본 이유를 우상숭배라고 분명하게 지적하고 있다. 라이트의 다른 책을 접하면 불필요한 오해가 말끔히 사라질 것 같지만(혹은 그 반대가 될지도 모르지만), 이 책에서 개인이 범하는 폭력에 관해 균형 있게 설명했더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사람들은 국가와 사회의 폭력만 탓하고 자기 죄는 보지 못하기 마련이니).
하박국은 선지자와 하나님의 대화로 구성된 책이다. 선지자는 이스라엘의 폭력에 잠잠하신 하나님께 탄원하고, 하나님은 그에 관한 심판으로 바벨론 제국을 준비했다고 대답하신다. 선지자는 이어 폭력에 더 큰 폭력으로 답하시는 것에 의문을 품고 하나님께 정의를 부르짖는데, 하나님은 때가 차면 바벨론 또한 심판하실 것이며 온전한 의를 세우실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마지막으로 선지자는 하나님의 주권적인 뜻과 하시는 모든 일이 의로우심을 신뢰하고, 오직 여호와로 인하여 즐거워할 것이며 그분으로 인하여 힘을 얻고 굳게 설 것이라고 확신한다.
저자는 하박국의 결론, 즉 선지자의 고백이 모든 믿는 자의 고백이어야 한다고 말하며 이렇게 정리했다: “하나님께서 구원과 정의에 대한 약속을 지키실 것이기 때문에 나는 기다릴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언제나 나의 구원자가 되시기 때문에 나는 기뻐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내게 힘을 주시는 분이기 때문에 나는 선교에 매진할 것입니다(252-253쪽).”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저자가 하박국 마지막 구절인 3장 19절을 설명할 때다. “나의 발을 사슴과 같게 하사 나를 나의 높은 곳으로 다니게 하시리로다”는 부분에서, 이것을 수동적 기다림과 버팀이 아니라 능동적 뛰어듦으로 설명한 것이었다.
‘높은 곳’을 우상 숭배하던 산당으로 해석한 저자는 하박국이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을 하나님이 다루시는 동안, 그분을 힘입어 계속 말씀을 선포함으로 우상숭배에 맞서 싸우겠다는 결의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위태로운 낭떠러지를 꿋꿋이 뛰어오르는 사슴처럼, 눈앞의 세상은 우상숭배와 범죄가 만연하고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하지만 하나님이 계획하신 뜻이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고, 온 세상에 정의와 공의가 세워질 것이다. 모든 악을 심판하시고 믿음으로 의롭다 함을 얻은 자들이 은혜로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 세세토록 다스리게 될 것이라는 약속을 붙들고, 우리에게 맡겨진 사명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교훈이 굉장히 적실하고 유익했다.
하나님을 찾는 사람, 믿음으로 사는 사람, 틴식과 항의가 담긴 기도를 하는 사람, 성경 전체 이야기를 잘 알고 살아내는 사람, 하나님을 위한 사명을 가진 사람이 되자는 권면으로 저자 크리스토퍼 라이트는 책을 마무리한다.
특히 나라 안팎에서 극단적이고 전체주의적인 폭력의 모습이 발견되는 이 시점, 믿음으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이 어떤 사람이 돼야 하는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나라와 사회가 오롯이 우리 손에 달려 있다고 믿는 자와 하나님의 주권을 신뢰하는 자는 분명 달라야 한다.
조정의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인
유평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