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본철 교수의 성령론 203

성령께서는 공동체가 그리스도와의 연합으로 인한 진리를 묵상하고 고백하게 하신다. 그리스도와 연합된 삶은 진정한 영적 생활로 나아가기 위한 필연적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주님께 온전히 헌신된 건강한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예수 그리스도와의 연합의 진리 안에 믿음의 뿌리를 깊이 내려야 한다.
그리스도와의 연합의 진리는 예수께서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서 이루신 일과 직결되는데, 이러한 연합의 띠는 바로 성령의 능력을 통해서 예수 믿는 신자와 연합되는 체험 가운데로 이끌어 가시는 일이다. 그러므로 신자는 성령의 매개를 통하여 예수 십자가 죽음의 체험과 부활의 체험에 동참하게 되는 것이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이러한 동일시(同一視) 인식이 거듭난 영혼 속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사건이라는 점, 그리고 이것이 곧 성령충만한 생활, 즉 성령의 지배를 받는 생활로 들어가는 방법임을 또한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우리는 이렇게 해서 그리스도와 연합된 십자가를 경험하는 것이며, 이럴 때 우리는 우리 안에 거하는 죄가 원칙적으로 십자가 위에서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성령께서는 공동체가 죄의 유혹을 이기며 승리하는 삶을 살도록 이끄신다. 공동체 속에서 이러한 십자가의 죽음을 함께 고백하며 나눈다는 것은 얼마나 영화롭고 능력 있는 일인가? “영적으로 성숙한 공동체의 특징은 놀랍도록 활력 있는 영적 일치감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Preston Leigh) 그런 공동체는 그들이 세상에서 겪는 모든 삶의 유혹과 시련을 넉넉히 견뎌낼 뿐 아니라, 또한 날마다 마귀의 세력을 짓밟아 승리하는 간증으로 넘쳐날 것이다.
“내가 이르노니 너희는 성령을 좇아 행하라 그리하면 육체의 욕심을 이루지 아니하리라”(갈 5:16)
이 말씀은 거룩함의 완전을 이룬 자는 육체의 욕심이 완전히 사라져서 다시는 그 욕심이 인생 속에서 고개를 들지 못하는 그런 삶을 살게 된다는 뜻은 물론 아니다. 이 말의 참된 의미는, 언제든지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살아간다면 우리는 성령의 능력에 의해 죄의 욕심을 충분히 진압할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가 알거니와 우리 옛사람이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것은 죄의 몸이 멸하여 다시는 우리가 죄에게 종노릇하지 아니하려 함이니”(롬 6:6)
이 말씀의 표현은 성결한 능력의 근본적인 현주소를 정확히 기술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전적으로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르기 위해서 자신의 의지를 지속적으로 주님께 드린다면, 죄와 육체의 소욕, 그리고 율법의 요구는 우리 안에서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너희가 만일 성령의 인도하시는 바가 되면 율법 아래 있지 아니하리라”(갈 5:18)
그러므로 죄를 이기는 성결한 공동체를 직접적으로 가능케 해주는 요인은, 모든 구성원들이 그리스도의 영을 얼마나 충실히 따라 행하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렇게 볼 때 공동체 안에서의 성화의 과정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먼저 성화의 적극적인 면은 활기를 주는 것, 즉 새사람을 성장시키고 성숙시키는 것이며, 그리고 성화의 소극적인 면은 억제하는 것, 즉 옛사람을 약화시키고 죽이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역사는 우리의 평생에 걸쳐 점진적으로 완성을 향하여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 공동체는 구성원 모두가 그리스도께 전적으로 헌신하여 성령의 온전한 통치를 받을 수 있도록 훈련되어야 한다.
그리스도께 대한 온전한 헌신이 그리스도인들의 공동체에 필요한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온전한 헌신만이 곧 그리스도의 온전한 통치를 공동체 속에 불러올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그리스도께 대한 온전한 헌신은 현재 자기의 전 존재, 소유하고 있는 모든 것, 그리고 더 나아가 미래에 있을 어떤 실존적 문제까지, 모든 것의 중심성을 다 포기하고 그리스도께 주권을 드리는 것을 의미한다.
“값으로 산 것이 되었으니 그런즉 너희 몸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라”(고전 6:20)
한 가지 명심해야 될 점은 그리스도께 대한 전적인 의탁은 곧 우리 의지의 확고한 결단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감정이나 욕구는 물론 이러한 의지적 결단에 저항할 테지만, 그러나 하나님의 방법이야말로 언제나 최선의 길임을 알고 있는 우리는 우리의 의지를 전적으로 그분의 손에 맡기는 일을 결단해야 한다.
배본철 성령의삶 코스 대표(성결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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