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폐허가 돼 버린 ‘성경의 땅 니고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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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148] 제3차 전도여행(35) 니고볼리(3)

그리스 전역 수많은 고대 유적
니고볼리 유적지가 가장 넓어
악티움 해전 승리 기념해 조성
언덕 오른쪽에 고대 건물 가득
사도 바울 니고볼리 찾았다면,
90년 전 건설된 모습 봤을 것

▲한적한 프레베자 시내 중심가.

▲한적한 프레베자 시내 중심가.

“내가 아데마나 두기고를 네게 보내리니 그 때에 네가 급히 니고볼리로 내게 오라 내가 거기서 과동하기로 작정하였노라(디도서 3장 12절)”.

필자가 프레베자(Preveza)를 방문한 것은 바울이 디도서에서 말한 니고볼리를 보기 원해서였다.

아름답고 고요한 이오니안 바다(Ionian Sea)에 면해 있는 그리스 서북부 이피로스(Epirus) 주의 주도(州都)인 프레베자는 오늘날 인구 3만 명의 조용하고 아름다운 도시다. 도시 서쪽은 이오니아 바다, 동쪽은 암브라키아만(Gulf of Ambracia)이다.

현지인들은 이 만을 그리스식으로 암브라키코스만(Amvrakikos)이라고도 부른다. 남쪽 좁은 해협을 건너서 보이는 반도에는 기원전 31년 일어난 악티움 해전으로 유명한 악티움 마을이 자리잡고 있다. 즉 프레베자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도시로서 주변의 아름답고 조용한 경관 때문에 아테네로부터 먼 곳에 자리잡고 있지만, 은근히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니고볼리로 가는 도로 안내판. 인근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다.

▲니고볼리로 가는 도로 안내판. 인근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다.

사도 바울이 디도서에 언급한 니고볼리는 프레베자 시내에서 북쪽으로 약 10km 떨어져 있다. 로마 시대 인구 10만 명에 달하던 니고볼리는 오늘날 폐허가 되어 주민이 살고 있지 않으므로, 프레베자에서 니고볼리로 가는 대중교통 버스는 없다. 방문객이 니고볼리를 가려면 렌트카 또는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인터넷에는 버스가 운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실제로 가보면 없다).

로마가 내전으로 편이 갈려져 싸울 때인 기원전 31년 9월, 옥타비아누스(Gaius Octavianus) 함대는 반대 측 안토니우스(Marcus Antonius)와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Cleopatra) 7세의 연합 함대를 상대로 프레베자와 악티움 사이 해협과 해협 밖 해상에서 대규모 해전을 벌인 결과, 승리한다.

전투에 패한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는 함대를 이끌고 이집트 알렉산드리아로 도주했지만, 2명 모두 알렉산드리아에서 사망한다. 이에 승리자 옥타비아누스는 기원전 27년 공화정을 폐지하고 로마를 제국으로 만들어 초대 황제(아우구스투스)가 됐다.

옥타비아누스는 악티움 해전의 승리로 내전을 마무리할 수 있었으므로, 그는 자신이 로마의 권력을 잡게 해준 악티움 해전 승리를 기념해 오늘날 프레베자 북쪽에 거대한 도시를 건설하도록 명령하고, 도시 이름을 니코폴리스(Nicopolis: 승리의 도시)라고 이름지었다.

▲로마시대 니고볼리. 왼쪽 상단에 보이는 물은 암브라키아만.

▲로마시대 니고볼리. 왼쪽 상단에 보이는 물은 암브라키아만.

이 니코폴리스를 우리말 성경(디도서)에서 ‘니고볼리’로 기록한 것이다. 그리스 현지에서는 오늘날 아무도 살지 않고 폐허로 남아 있는 니고볼리를 ‘구(舊) 프레베자(Palaea Preveza)’라 부르고 있다.

프레베자를 떠나 니고볼리에 가까이 가자, ‘Nikopoli’ 라고 표시된 도로 안내판이 나타난다. 좀 더 가까이 가자 로마 시대에 만든 성벽이 나타나는데, 이 성벽 동쪽 끝은 암브라키아만 바닷가까지 이어져 있다.

성벽 근처에는 민가가 보이지 않는다. 좀 더 가니 니고볼리 유적지 입구가 나타난다. 그리스 전역에는 수없이 많은 고대 유적지가 있는데, 그 가운데 니고볼리 유적지가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비해 유적지 입구 정문은 작은 크기로, 마치 시골 부잣집 대문 정도의 크기이다. 정문으로 들어가면 왼쪽 언덕에 매표소가 있는데, 이 역시 유적지 크기에 비해서는 아주 작다. 데살로니가 동쪽에 있는 빌립보 유적지의 매표소와 비교해도 너무 작다. 유적지 넓이는 빌립보 보다 더 넓지만….

▲니고볼리 주변의 로마시대 성벽 잔해.

▲니고볼리 주변의 로마시대 성벽 잔해.

1인당 4유로의 입장료를 지불하고 좁은 길을 따라 언덕을 올라갔다. 언덕을 오르는 도중 오른쪽에 고대 건물들이 폐허가 된 채로 서 있다. 모두 벽이 엄청나게 두껍다. 언덕에 오르니 과거 예배당 흔적을 비롯하여 여러 건물의 흔적이 나타기 시작한다.

지난 글(146회)에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사도 바울이 니고볼리를 방문하였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러므로 성경학자들이 만든 사도 바울의 전도여행 지도에 니고볼리 방향으로 전도여행한 여정 기록이 보이지 않는다. 만약 바울이 니고볼리를 방문했다면, 바울이 방문하기 90여 년 전 건설이 시작된 거대한 니고볼리의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권주혁 장로

세계 145개국 방문
성지 연구가, 국제 정치학 박사
‘권박사 지구촌 TV’ 유튜브 운영
영국 왕실 대영제국 훈장(OBE) 수훈
저서 <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사도 베드로의 발자취를 찾아서>, <여기가 이스라엘이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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