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택의 북리뷰] 기독교 신앙의 공공적 변호를 위한 전략
십자가, 단순 역사적 사건 아닌
사랑·공의·지혜 완벽 조화 계시
인간 죄-하나님 거룩 간극 메울
유일 방법, 하나님 성품 드러내
변증학의 미래, 지적 논쟁 승리
아닌, 십자가 변혁 전인적 회심
십자가 중심 변증학
조슈아 채트로우, 마크 앨런 | 노진준 역 | 생명의말씀사 | 472쪽 | 30,000원
<십자가 중심 변증학>은 기독교 변증학의 한 접근법으로, 신앙의 중심인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모든 변증 논의의 핵심으로 삼는다.
이 방법론은 지식적 논증만으로는 불충분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이 지닌 실존적·영적 의미를 통해 기독교 신앙의 참됨을 변호한다.
전통적 변증학이 주로 이성적 논증, 역사적 증거, 철학적 일관성 등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십자가 중심 변증학은 이성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십자가 사건의 변혁적 능력을 강조한다. 이 접근법은 인간의 타락한 본성으로 인한 지적 한계를 전제하며, 하나님의 계시 없이는 진리에 온전히 도달할 수 없다고 본다.
십자가는 단순한 역사적 사건이 아닌 하나님의 사랑·공의·지혜가 완벽하게 조화된 계시의 정점으로 해석된다. 저자는 십자가가 인간의 죄와 하나님의 거룩함 사이 간극을 메우는 유일한 방법이며, 하나님의 성품을 가장 명확하게 드러내는 사건임을 강조한다.
저자는 인간의 고통·죽음·의미·정의 등 근본적·실존적 질문들에 대해 십자가가 제공하는 답변을 탐구한다. 십자가는 고통받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인간의 고통에 동참하고 궁극적으로 그것을 극복하는 모델을 제시한다고 주장한다.
또 이 책은 실제 변증 방법을 제시한다. 대화, 경청, 이야기 나눔, 개인 간증 등을 통해 십자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을 강조하며, 논쟁보다 관계와 경험을 통한 변증을 권장한다.
저자는 포스트모던 사회, 과학기술 시대, 다원주의 문화 속에서 십자가중심 변증학이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탐구한다. 상대주의 문화 속에서도 십자가의 보편적 진리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지 논의한다.
결론에서 저자는 기독교 변증학의 미래는 지적 논쟁의 승리가 아닌, 십자가의 변혁적 능력을 통한 전인적 회심에 있음을 강조하며 마무리한다.
<십자가 중심 변증학>은 기독교 변증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중요한 저작이다. 전통적 변증학이 주로 이성적 논증과 증거 제시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책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을 변증 중심에 두는 접근법을 제안한다.
저자는 현대 사회에서 단순한 논리적 증명만으로는 기독교 신앙의 진리성을 충분히 변호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는 인간 이성이 타락으로 제한돼 있으며, 신앙이란 단순한 지적 동의를 넘어선 전인격적 반응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십자가 중심 변증학은 지성뿐 아니라 감정·의지·영성 등 인간 존재의 모든 차원에 호소하는 총체적 접근법을 취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이 책이 현대인들의 실존적 고민에 대한 답변으로서 십자가의 의미를 재조명한다는 것이다. 고통의 문제, 의미의 위기, 도덕적 상대주의 등 현대인이 직면한 핵심 질문들에 대해, 십자가 사건이 제공하는 독특한 통찰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예를 들어, 십자가에서 고통받으신 하나님은 인간의 고통에 무관심한 초월적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고통에 동참하고 궁극적으로 그것을 구속하시는 분으로 묘사된다.
방법론적 측면에서 이 책은 논쟁과 공격적 변증보다 대화, 관계, 이야기 나눔을 통한 변증을 강조한다. 저자는 변증가가 단순한 정보 전달자가 아니라 복음의 체현자(incarnation)가 돼야 함을 주장한다.
다만 다양한 세계관과 종교적 배경을 가진 청중들에게 십자가의 메시지를 어떻게 맥락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십자가 중심 변증학>은 기독교 변증학의 지평을 확장하는 중요한 기여를 한다. 이 책은 단순히 기독교 신앙의 이성적 방어에 그치지 않고, 십자가의 변혁적 능력을 통해 현대인의 전인격적 회심을 추구하는 포괄적 접근법을 제시한다. 특히 포스트모던, 포스트세속화 시대에 기독교 신앙의 공공적 변호를 위한 유용한 통찰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변증학에 관심 있는 모든 기독교인과 신학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송광택 목사
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