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는 우리를 대표하지 않는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주민들이 이틀 연속 무장정파 하마스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AP통신 등 외신은 3월 26일(이하 현지시각) 여러 목격자의 말을 인용해 “이날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라히아 지역에서 군중이 모여 ‘하마스는 우리를 대표하지 않는다’고 쓰인 현수막을 들고 행진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약 3천 명의 시위 참가자들은 “하마스가 붕괴하기를 바란다”고 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우리 아이들이 죽고 집이 무너졌다”며 “전쟁과 하마스, 파벌, 이스라엘, 그리고 세계의 침묵에 항의한 것”이라고 했다.
인근 가자시티에서도 비슷한 집회가 열렸다. 시위자들은 “하마스는 떠나라”는 구호를 외쳤다.
한 남성 참가자는 “우리는 하마스를 원치 않는다. 우리는 지쳤다. 교육도, 음식도, 옷도 없이 지내야 하는 것은 모두 하마스 탓”이라며 “네타냐후(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호소한다. 슬프고 가난한 이들에게 미사일 쏘는 것을 멈춰 달라”고 말했다.
하마스 간부 바셈 나임 정치국 간부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시위할 권리가 있다”면서도 “비난은 범죄적 침략자(이스라엘)를 향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9월 공개된 팔레스타인정책조사연구소(PSR)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의 지지율은 35%로 나타났다. 요르단강 서안의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를 장악한 하마스의 경쟁파 파타당의 지지율은 26% 정도였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자신의 X 계정에 성명을 내고 “더 많은 가자지구 주민이 하마스 반대 시위에 동참해 주길 바란다. 이스라엘군은 곧 가자지구의 더 많은 지역에서 군사작전을 벌일 것”이라며 “하마스는 여러분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고, 집과 땅을 잃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카츠 장관은 이스라엘군에 살해된 옛 하마스 수장 야히야 신와르, 그리고 그의 동생 무함마드 신와르를 거론하며 “그들은 수십억 달러의 해외 은행 계좌를 갖고, 땅굴이나 고급 호텔에 가족과 함께 안전히 머물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츠 장관은 “베이트라히아 주민들에게서 배우라.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를 철수시키고 모든 이스라엘 인질을 석방하라고 요구하는 것만이 전쟁을 멈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가자지구에서 반(反)하마스 시위가 일어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지난 2020년과 2023년 “비드나 니쉬”(우리는 살고 싶다)라는 구호 아래 비슷한 움직임이 있었으나, 하마스에게 곧바로 진압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