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하자” 팻말 소지했다는 이유만으로 고발당해
미국 국무부가 최근 “영국에서 낙태시술소 ‘완충구역’에서 팻말을 든 혐의로 기소된 생명운동가 사건을 주시하고 있다”며 영국 내 표현의 자유를 우려하는 성명을 냈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리비아 토시치-볼트(Livia Tossici-Bolt)는 과거 낙태시술소 근처에서 “(당신이 원할 경우) 대화하기 위해 이곳에 있다”는 내용이 적힌 팻말을 소지했다는 혐의로 형사 재판을 받아 왔다. 이 사건에 대한 판결은 4일(이하 현지시각) 오스틴 지방법원 판사에 의해 선고될 예정이다.
국무부는 성명에서 “미·영 관계는 인권과 기본적 자유에 대한 상호 존중을 공유한다. 그러나 밴스 부통령의 언급처럼 우리는 영국의 표현의 자유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최근 영국을 방문한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국의 샘 샘슨(Sam Samson) 고위보좌관은 낙태시술소 ‘완충 구역’에서 대화를 한 혐의로 형사 고발을 당한 리비아 토시치-볼트를 만났다. 우리는 이 사건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영국이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토시치-볼트는 미국 국무부의 이례적인 개입에 대해 “영국에서 검열이 증가하는 가운데 (이러한) 미국 행정부의 지원에 감사하다”며 “영국은 자유국가여야 한다. 그러나 난 합의에 따른 대화를 제안한 것만으로도 법정에 끌려갔다. 평화로운 표현은 기본적 권리다. 무해한 대화 제안을 한 사람은 그 누구도 범죄자로 간주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영국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검열이 증가하면서 미국이 우리에게 공유된 가치와 시민적 자유를 상기시키게 된 일은 비극”이라며 “미 행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보존하고 증진하는 일을 우선시하고, 이를 위해 강력한 외교를 펼쳐 온 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했다.
밴스 미국 부통령은 최근 뮌헨에서 유럽 지도자들에게 전한 연설을 통해 유럽 전역, 특히 영국의 표현의 자유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그는 낙태시술소 완충구역에서 조용히 기도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또 다른 생명운동가 아담 스미스-코너(Adam Smith-Connor) 사건을 언급했다. 그의 항소 재판은 7월 열릴 예정이다.
토시치-볼트와 스미스-코너를 지원하는 국제 자유수호연맹(ADF International)의 법률 고문인 제레마이야 이구누볼레(Jeremiah Igunnubole) 변호사는 “침묵 기도와 상호 합의한 대화에 대한 형사 고발은 비자유주의적일 뿐만 아니라 무책임한 일이며, 핵심 동맹국인 미국과의 관계를 불필요한 위험에 빠뜨린다”고 말했다.
이구누볼레 변호사는 “영국의 검열 위기는 영국 정치인들이 영국 내에서 기본권을 보호하지 못하고, 해외에서는 이를 옹호한다고 위선적으로 주장하는 데서 비롯된 오랜 실패의 결과”라며 “법을 준수하는 시민인 리비아가 사람들과 평화롭게 대화하겠다고 제안했다는 이유만으로 기소될 때, 우리는 영국이 표현의 자유의 보루라고 일관되게 주장할 수 없다. 시민들이 공공장소에서 합의에 따른 대화를 제안할 수 없다면, 우리는 어떤 자유를 누릴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오늘날 당국은 낙태와 관련이 있다고 언급된 대화와 심지어 침묵 기도까지 표적으로 삼고 있다. 이것은 자유롭고 민주적인 국가가 기능해야 할 방식이 아니”라며 “미국 국무부와 밴스 부통령이 영국에 ‘(표현의 자유에 대한) 검열은 자유, 민주주의, 사회적 번영에 반한다’고 경고한 것은 옳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부는 의심할 여지 없이 우리의 가장 중요한 외교 관계가 검열에 대한 이념적 헌신으로 인해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