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적 고통’ 미성년자 1건, 부부 동반 54건
2024년 한 해 동안 네덜란드에서 안락사한 사람의 수는 약 1만 명으로 전년대비 10% 가량 증가했으며, 심리적인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의 수는 60% 가량 증가했다.
네덜란드 ‘지역 안락사 검토위원회’(RTE)가 3월 31일(이하 현지시각)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총 9,958건의 안락사가 접수됐으며 이는 전체 사망 중 5.8%를 차지했다.
RTE에 따르면, 안락사 중 암과 심장병, 신경계·폐 장애 등 일반적 신체 문제로 인한 경우는 86.29%였다. 치매는 427건이었으며, 적어도 하나의 심리적 장애는 219건으로 이는 2023년 138건에서 증가한 것이다. 안락사를 시행한 의사가 RTE가 지정한 ‘주의 사항’을 준수하지 않은 사례는 6건이었다.
견딜 수 없는 신체적 고통으로 안락사를 선택한 미성년자 사례는 1건, 부부 ‘동반 안락사’ 사례는 54건이었다.
특히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청년들 사이에서 안락사 요구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스테르담대학 의료센터의 다미안 데니스(Damian Dennis) 정신과 교수를 포함한 일부 전문가들은 이 보고서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데니스 교수는 영국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절대적인 수치는 아직 낮지만, 심리적 문제가 있는 환자, 특히 30세 미만의 젊은 환자를 대상으로 안락사를 요청하거나 시행하는 경우가 최근 엄청나게 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그 나이의 젊은이들이 실사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지 여부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이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아직 발달 중인 뇌를 가진 젊은이가 확실히 죽고 싶어한다는 것을, 삶이 절망적이고 소망이 없다는 것을, 그리고 모든 치료가 이미 이뤄졌다는 것을 어떻게 확실하게 판단할 수 있을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안락사 지지 단체 NVVE의 프란시엔 반 테르 베이크(Fransien van ter Beek) 등은 더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안락사 시술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의 범위가 여전히 너무 제한적”이라며 “안락사를 요청한 사람들이 미로에 빠지는 것을 너무 자주 본다. 다행히도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결국 탈출구를 찾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네덜란드는 약 30년간의 논쟁 끝에, 여러 기독교 단체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2001년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합법화했다. 당시 법에는 “지속적인 난치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만 안락사를 허용하며, 환자들이 건전한 정신을 가져야 한다” 등 다양한 제한사항이 포함돼 있었다.
2023년 11월 키에스콤파스가 약 20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네덜란드 국민의 80%가 말기 질환이 아니더라도 삶의 끝자락에 놓였다고 생각하는 노인에게 조력자살 허용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